오늘 내가 한 리포트... 편집회의에 들어가서 "놀랍게도 CIA 국장이 외도했다고 사임했답니다. 우리로선 믿기 힘든 일이죠"라고 얘기하고 리포트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회사돈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계시는 사장님을 모신 언론사가 이런 리포트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지 생각해 봤으면 하는 의도였으나 아는지 모르는지...

특히나 앵커는 그저 이 기사가 재밌다고 웃기까지 했습니다. 은유라는 것도 알아차리는 이가 있어야 가능한 건데 거참...

그나저나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웅이었던 퍼트레이어스의 이런 몰락은 너무 아쉽습니다. 박사출신 비둘기파 군인인 그의 모습은 우리나라 군인들과 비교해서 너무나 인상적이었으니까요. 특히나 현지의 파괴된 기반시설을 복구하고 현지인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민심을 수습하고 그래서 반란세력을 뿌리뽑는 그의 전략은 말로는 당연해 보이지만 정말 혁명적인 것이었습니다. 조지부시의 군인들 그리고 딕체니 같은 매파들은 매일 수백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이라크에 반란세력은 없다는 허망한 얘기만 하면 무차별 폭격을 일삼기만 했으니까요.

그에 비해 퍼트레이어스 독트린으로까지 불린 이 학자군인의 전략은 미육군의 새로운 교범으로 확립되면서 이라크전의 전황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퍼트레이어스의 아내의 모습을 보고는 솔직히 퍼트레이어스의 잘못된 행동에 조금 동정이 간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전형적인 미국 아줌마의 모습이었으니까요...그러나 그건 퍼트레이어스 부부의 연애시절 사진을 보기 전까지만 이엇습니다. 아래 리포트 맨마지막에 쓴 그 부부의 젊은 시절 모습은 그야말로 선남선녀. 특히나 부인은 너무나 미인이었습니다. 미육사 수석졸업생과 육사교장의 미녀딸의 사랑.... 말만 들어도 아름답지만 세월의 힘은 참 많은 것을 앗아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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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0 23:56 2012/11/1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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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의 미국 연수의 기억을 부담없이 풀어가 볼까 합니다.

  노스캐롤나이나의 지방방송사를 찾았을 때 일입니다. ABC네트워크의 계열사였는데 공교롭게 채널11이었습니다. 스튜디오 등 시설참관이 끝난 뒤 보도국장이 질의응답에 나섰는데 회사 설명을 하면서 ABC의 모기업은 디즈니라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같이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ABC본사의 취재지시를 받냐?”, “디즈니사에 의해 프로그램제작이나 광고가 영향을 받지는 않냐?”... 등등

나는 속으로 그다지 유효한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보도국장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계열사라고는 하지만 뉴스보도는 이 지역에 큰 사건 터졌을때 영상제공하는 정도다’...‘디즈니에 의한 영향? 뭔말인지 모르겠다!’, ‘광고파트와 기자는 전혀 교류가 없다, 아예 wall이 존재한다’ 등의 답을 내놓더군요. 그럼에도 기자들이 재차 비슷한 질문을 이어가자 그 보도국장 왈.

“근데 니네 한국에서 왔다고 했지, 너희는 방송사가 정부의 통제아래 있지 않냐?”
...

한마디로 너희는 권력의 통제 받는 주제에 있지도 않는 자본의 통제 같은 것은 왜 묻냐는 말이었습니다. 그러자 일찍이 제가 예감한대로 연수단의 모든 기자들이 제 얼굴을 보면서 일제히 외치더군요.

“Yes Expecially MBC!....”

그뒤로 연수가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는...그래도 아래 사진은 바로 이 이야기를 듣기 직전이어서 표정이 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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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7 22:08 2012/09/1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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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블로그에 많이 소홀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리 즐거운 일이 없었고 뭔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페이스북은 꽤 이용했지만 그래도 페이스북보다는 좀 정리된 상태에서 글을 올려야하는 곳이 이곳이라고 생각한 탓도 있습니다.
  그래도 몇몇 분들이 가끔 블로그를 찾는다며 요새는 왜 글을 안 올리니냐고 하시더군요. 생각해 보면 언제는 정리된 글을 올렸던가 싶고, 결국 제 게으름 때문이었다는 결론이 나더군요. 해서 조금씩 다시 활기를 살려보려합니다.

  9월 4일부터 열흘동안 방송기자연합회의 단기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미국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컨퍼런스를 참석하고 뉴욕으로 이동해 방송사와 증권거래소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조금씩 그 이야기를 기록삼아 올려보려합니다.
 
  아래는 뉴욕에서 찾았던 CNBC방송사의 사무실입니다. 기자들의 사무공간과 생방송 스튜디오가 바로 연결된 형태인데 미국에선 이런 형태가 많았습니다. 생방송 스튜디오의 벽면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이나 무수히 많은 조명설비도 인상적이었지만 우리도 기술적으론 큰 차이가 없기에 와하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놀란 것은 바로 사무공간, 우리가 보기엔 사무실에서 방송을 진행해도 될 정도의 조명과 깔끔한 환경을 자랑하더군요. 그에 비하면 먼지와 각종 쓰레기가 난무하고 무너질 것 같은 천장을 가진 우리회사 사무실은 석기시대더군요. 물론 CCTV는 우리가 앞섭니다. 우리는 기자들 감시용으로 새로 회사가 새로 설치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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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7 03:45 2012/09/1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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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통장을 볼때마다 멘붕에 빠집니다.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오래 못가도 어쩔 수 없지..." 옛 노래 가사같은 상황이지만 참 정말 어쩔 수가 없군요. 어떤 이들은 "정말 월급이 안 나오냐? 뻥 아니냐?" 등으로 골을 지르거나 노조가 보전해주고 있지 않냐고 하는 엉뚱한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워낙 보수언론들이 MBC노조가 부자라는 등의 이상한 선전들을 해서이긴 하지만 파업이란 건 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보니 이런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기념일이 몰린 이번 주는 월급 못 받는 파업노동자에겐 힘겨운 시간인데 이런 우리의 모습을 잘 압축한 사진 하나가 바로 아래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그야말로 깨알같은 부업 - 아니 이젠 일시적이나마 생업이군요 - 전선에 나선 한 후배의 모습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후배는 와이프와 둘이서 이렇게 꽃바구니를 만들어 완판에 성공했답니다. 회사에서 만나면 점심이라도 뜯어먹어야 겠습니다. 겨우 8만원짜리 글청탁 5건으로 교통비 정도만 번 저에 비하면 정말 훌륭한 조합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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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00:31 2012/05/0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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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교롭게도 광우병사태때 농림부를 출입하며 수많은 기사를 썼던 타사 선배기자와 식사를 했습니다. 이분의 말씀인 즉슨 이번 발병이 새롭거나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잘라 말하시더군요. 이미 하버드대 연구팀이 연구해 미국 관보에 나온 내용을 보면 미국에서 한해에 6,7건의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는 겁니다. 즉 발견되지 않아 모르고 지나가지만 6,7마리의 소는 광우병에 걸린 뒤 죽어서 사라진다는 것이죠. 물론 이 수치는 상당히 낮게 잡은 것으로 봐야한다는 설명입니다.
아무튼 이 선배와 저는 비빔밥을 먹었는데 이 양반은 쇠고기를 빼서 드시더군요. 그러면서 한가지 일화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 선배가 광우병 사태 직후 미국 연수를 갔다왔는데 오자마자 조선일보 기자가 전화를 했더랍니다.

...그리고는 "당신 미국 연수가서 쇠고기 먹었지?"라고 다그쳤다는 거죠. 그러자 이 선배께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네가 그런 질문할 줄 알고 지난 1년 동안 한번도 쇠고기 먹지 않았다!!!"

아무튼 이분 말씀은 미국은 방목으로 소를 키우다보니 다른 나라만큼 월령검사가 철저하지 않고 실제로 가서 보니 부유층들은 이런 점때문에 다른 나라 쇠고기를 먹거나 유기농 사료만 먹인 검증된 상표의 쇠고기만 먹더랍니다. 그걸 보고 이 선배와 가족들은 연수기간 내내 쇠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돈없는 파업노동자라 그냥 싼 등급의 수입쇠고기를 얘에게 먹일 수 밖에 없는 저로선 참 그냥 넘기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를 먹을 경우 광우병 확률은 현저히 낮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확실히 식물사료만 먹여 키운 쇠고기를 먹이면 좋겠죠.

그나저나 아무튼 이제 우리는 정부의 광고는 '생략이 매우 많은' 믿기 힘든 메시지라는 점을 오늘 하나 또 배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는 다들 아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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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6 23:02 2012/04/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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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0여년 동안 방송기자를 하면서살인사건을 보도하면서 저런 표정으로 스탠드업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가정폭력이 빚은 비극적인 살인사건인데 리포터의 표정이 참 해맑군요. 요즘의 뉴스데스크들은 참으로 깨알같은 재미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형사들의 조서 요약같은 기사문과 80년대 뉴스같은 편집도 '새롭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3049107_57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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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8 16:46 2012/04/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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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글을 청탁받은 친구가 너무 바쁘다며 저한테 다시 넘겨서 썼던 글입니다. 미디어오늘의 칼럼으로 실린건데 한번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단 제목은 제가 단게 아니라서 조금 과격(?)하군요.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 이게 뉴스인가?"

두 번의 대선에서 닉슨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윌리엄 새파이어는 1973년 뉴욕타임스로 자리를 옮겨 칼럼니스트가 된다. 뉴욕타임스의 논조가 너무 진보적이라고 판단한 사주의 균형 맞추기용 보수논객 채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거캠프인사의 언론인 변신을 기자들이 그냥 받아들일 리 만무했고, 새파이어는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따돌림 당했다. 사직을 고려하던 그의 처지는 그러나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변하게 된다.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

민주당 선거캠프는 물론 기자들까지 도청대상이 된 사실이 폭로되자 새파이어는 자신의 칼럼으로 닉슨을 그야말로 불같이 공격했다. 그가 정파적 이해에서 독립돼 있다는 점을 확인한 기자들은 그제야 그를 동료로 인정했고 그로부터 32년 뒤 은퇴하기까지 새파이어는 미국 보수주의를 대변한 명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이어갔다.

2012년 민간인 사찰이 화두가 된 한국에선 정반대의 새파이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불같은 비판을 택한 새파이어와는 달리 중계기계적 균형이라는 일견 세련된 저널리즘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20내가 몸통이라는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폭로가 있었던 날 이를 다룬 MBC 뉴스데스크 톱리포트를 보자. 기사문의 모든 문장의 주어가 이 전 비서관일 정도로 윗선은 없다는 기자회견문 요지를 낭독하듯 전하고 있다. 심지어 민간인 사찰은 애초부터 없었다거나 야당총재와 공개토론을 하자는 허황된 주장까지 아무 가치판단 없이 그대로 중계했다.

민간인 사찰문건 폭로와 청와대의 반박이후 나타난 보도양상도 중계저널리즘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폭로된 사찰문건의 80%는 참여정부의 것이었다는 청와대의 반박을 대부분의 언론들은 그대로 중계했고 이로 인해 민간인사찰이란 이슈는 현 정권의 명백한 과오에서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는 논란의 영역으로 옮겨가게 됐다. 청와대의 반박회견이 있었던 지난달 31일과 지난 1<KBS뉴스9>을 보자. 청와대회견을 그대로 요약한 톱리포트에 이어 여야의 반응을 엮은 후속리포트가 붙는,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하는 배치가 이틀 연속 이어졌다. 특히 청와대가 참여정부의 것이라고 주장한 ‘80퍼센트 문건의 대부분이 정상적인 감찰자료였다는 점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야당의 주장으로만 짧게 서술되고 만다.

물론 선거전 보도에서도 이 방식은 그대로 이어진다. 여당의 선거유세 보도라며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의 민생탐방이 단독 리포트로 완결성 있게 중계된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그리고 자유선진당 등은 한 리포트로 묶여 종합되곤 한다. 그런가하면 정치경력은 물론 여론조사 지지율도 현격히 차이 나는 문재인 후보와 손수조 후보 간의 선거전이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며 불꽃 튀는 양자 대결로 보도되기도 한다.

비리를 감추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중계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찬반논란으로 물타기하는 것이 결코 객관적 일 리 없다. 이런 중계 혹은 기계적 균형 보도기법이 처음 나왔던 미국에서조차 객관저널리즘이 단순중계나 방송시간의 동등한 제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판정난지 이미 오래됐다. 미국의 저널리즘도 기계적 균형은 현실을 왜곡시킬 뿐이라는 공감대 아래, 대신 보도의 진실성과 취재대상으로부터 독립성을 객관성 판단의 잣대로 삼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가장 큰 존재의의는 시민들이 자치(自治)를 실현할 수 있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래서 선거 보도가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공정언론을 되살리겠다고 떠난 동료들의 빈자리에서 중계와 기계적 균형의 보도를 양산하고 있는 남은 기자들’. 그들에게 정치인에서 언론인으로 거듭난 윌리엄 새파이어의 선택을 눈여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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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0 09:05 2012/04/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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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청와대가 또한번 '노무현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뭐 결론적으로 의도야 뻔하지만 KBS 새노조의 보도의 일부분이 이런 카드사용의 빌미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도 앞으로의 전개는 광우병파동 때 PD수첩의 해석오류 갖고 벌였던 엄청난 '난리'가 다시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런 상황에 대한 명료한 시각을 제공해주는 SBS후배기자의 글 하나를 찾아서 실어봅니다. 물론 제 생각엔 이 후배기자도 너무 조심스럽게 판단을 유보하고 균형론에 기댄 측면이 있긴 합니다. 물론 뭐 이해되는 대목입니다만...


[취재파일]사찰문건 80%는 노무현정권서?..진실은

'문건 80%'의 실체…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사찰?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가 지난달 31일 "공개된 문건의 80%는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사찰"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체 2619건의 문서 파일 중 2200여 건이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사찰 자료이고 현 정부 자료는 400여 건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김종익 씨 사찰 등 2건 외에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범위 안에 있어서 내사 종결됐다는 겁니다.

2619건의 문서 파일이 전부 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자료는 아니라는 게 청와대 입장이고 이는 팩트입니다. 하지만 "공개된 문건의 80%는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사찰"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공개된 문건의 80%는 현 정부 때 작성된 것이 아니다"라는 표현이라면 팩트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김기현 씨가 보관하던 USB 5개에 들어있던 파일들입니다. 각 USB 별로 적게는 3개부터 많게는 수백 개의 파일이 들어있습니다. 이 중 어느 정도가 전 정부 것인지, 어느 정도가 현 정부 것인지 전 정부에서 작성한 자료는 어떤 것이고 현 정부에서 작성한 자료는 어떤 것인지를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5개의 USB에는 어떤 문건이…

편의상 공개된 문건 파일을 USB 폴더 별로 1번부터 5번까지 번호를 붙여 설명하겠습니다.

1번 USB 폴더에는 사찰과 직접 관련된 파일이 없습니다. 총리실 직원들이 사찰 대상을 만나 몰래 녹취를 할 때 쓰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녹음기 사용방법 파일 정도가 눈에 띕니다.

2번 USB 폴더에 핵심 자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08년~2010년 만들어진 파일들입니다. 민간인 불법사찰로 드러나 형사처벌로 이어진 김종익 KB 한마음 대표 관련 자료,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실적, 하명사건 처리부 목록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업무실적이나 하명사건 처리부는 목록 형태로 돼 있는데 여기에 바로 언론사나 민간인 사찰을 암시하는 제목과 'BH 하명' 또는 'BH 민정 하명'이라는 표기가 돼 있습니다. 남경필 의원과 박찬숙 전 의원에 대한 사찰 자료는 별도 문건으로 돼 있고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목록에 제목과 간략한 개요만 나타나 있습니다.



또 2010년 7월 초에 제작된 PD수첩 대응 문건도 눈에 띕니다. PD수첩 보도 내용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대응 자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2번 폴더에는 기타 공직자 업무 평가나 재산 보고, 희망근로나 4대강 사업 같은 각종 정책 점검, 공기업 관련 비위 자료도 꽤 많이 있는데 이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공직자 평가 자료 가운데 지역이나 인맥(전 정부 인사와 친분) 등을 이유로 폄하하는 내용이 다수 있는 점은 별론으로 하겠습니다.

3번 폴더에는 그랜드코리아레저라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의 비위 첩보 파일 3개가 들어있습니다. 공기업 자회사와 관련된 비위 첩보여서 문제될 것 없어 보입니다.

청와대가 "노무현 정부의 사찰 자료 80%"라고 주장한 문건들은 대부분 4번 USB와 5번 USB에 들어있습니다. 파일 수가 가장 많은 폴더들입니다. '청와대 경찰관리관실 동향 보고' '경찰 간부 복무실태' '경찰 승진 대상자 인사 평가 자료' '제이유사건 관련 재판 자료' '무궁화 클럽 대응방안' 등 대부분 2005년~2007년 경찰청 또는 각 지방청이 자체 생산한 관련 감찰자료, 보도자료, 동향 보고 자료 등입니다. 경찰이 자기 조직 내에서 자기 조직원들을 상대로 평가하고, 동향 파악한 자료입니다.

지난 2007년 1월 현대차 전주공장 동향과 전국공무원노조 투쟁 동향처럼 외부 동향을 살핀 문서도 있지만 이 역시 작성 주체는 경찰입니다. 이런 자료들은 아마도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된 경찰관이 경찰이 작성한 자료를 그대로 들고와 보관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엇이 본질인가…유권자 눈 부릅떠야

청와대에 처음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불법 사찰' 문건이 2619건이라고 공표한 언론노조 KSB 본부, 즉 KBS 새 노조와 이를 그대로 받은 언론, 민주통합당 모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결정타를 날리려했으면 이런 실수가 없도록, 보도가 총선 후가 되더라도 더욱 꼼꼼히 파악했어야 합니다.

당장 KBS 새 노조는 청와대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청와대의 물타기 행각을 비판한다"면서 "문서 작성시기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고, 청와대의 '물타기' 빌미가 된 점을 트위터리안 여러분들께 사과드립니다"고 밝히고 과다 계산한 부분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여기서 어떤 프레임으로 이 사안을 볼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저는 취재 후기를 남기는 것일 뿐 독자 여러분께 어떤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본질이 무엇인지는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파괴력 있는 자료를 입수해 상대방을 비판하면서 전체 문건의 분량을 과다 계산한 것이 문제인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공조직을 통해 민간인과 언론, 기업을 사찰한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둘 다 나쁘다면 최악과 차악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와 작은 사건 하나도 여야 모두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유권자의 판단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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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1 16:17 2012/04/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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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몇년 뒤 이런 제목으로 MBC 기자들의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다룬 논문이 만들어 질 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MBC의 파업에 대한 다른 나라 미디어들의 관심도 커져서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관심의 초점은 '제대로 뉴스데스크'였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3월 2일자에서 '재갈물려진 기자들이 분노해 김재철 사장의 퇴임을 요구했다'며 사장을 실명으로 들어가며 이 파업의 배경을 설명했는가 하면 일본의 대표적인 시민참여 대안방송인 'Ourplanet-TV'도 시민들을 상대로 MBC의 파업에 관한 워크샵을 개최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파업의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특히 주목한 것은 앞서 말했듯 '제대로 뉴스데스크' 등 기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압력때문에 나가지 못한 방송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인터넷에 방송을 올렸다고 설명하면서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평가를 하더군요. 명확히 의미를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외국 저널리스트들의 눈으로 봐도 가장 상위의 매스미디어인 지상파 방송의 기자들이 전파를 버리고 인터넷에 기댄 현상이 기이하겠죠.

제도권 방송의 종사자들이 제대로 방송을 만들 수 없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1인 미디어이자 검열이 불가능한 인터넷을 택한 점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매스미디어가 언제 가장 극심한 폐해를 보이고 생명력을 잃을 수 있으며 그 단점을 인터넷이 어떻게 메워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장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아마도 몇 년 뒤 저널리즘 교과서엔 이 '제대로 뉴스데스크'가 한 챕터로 실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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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3 00:20 2012/03/0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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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차이

Diary 2012/01/29 22:40 주인장
이번 MBC기자들의 제작거부와 뒤이은 파업소식이 처음 전해졌을때 인터넷의 여론은 대부분 이랬습니다.

"너무나 늦었다!", "뉴스는 이미 편파적일대로 편파적이 된지 오래인데 왜 이제 나서냐" 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죠.

내내 숨죽이다가 임기말이 되어서야 겨우 나서는 것이냐는 비판들이었습니다. 사실은 벌써 4번째 파업내지는 제작거부이고 가장 마지막 싸움이후 겨우 1년 8개월이 지났을 뿐인데다 거의 매년 노조원이 징계당하는 싸움을 하고 있는 유일한 언론사지만 어쨌든 많은 이들이 보기엔 명백한 불의앞에 너무 늦게 나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회사안에선 이 늦은 싸움에 대해 늦게 나섰다는 미안한 마음뿐일까요. 아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밖에서 보는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다릅니다.

제작거부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기자회장은 회사내의 다른 부문들 즉 시사교양, 드라마, 라디오, 기술, 경영, 영상미술 등등의 대표들과 만났습니다. 제작거부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면 많은 대표들이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을까요? 물론 지지하고 돕겠다는 의견이 많긴했죠. 그러나...

도대체 편파보도가 있긴 뭐가 있었나? 예를 들어보라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시각을 대부분은 어이없다고 보시겠지만 한번 이 분들의 생각으로 한번 이번 사안을 봐 볼까요?

첫째 편파와 왜곡이 있었다고 하지만 기자가 만든 프로그램이나 리포트를 사장이나 보도본부장이 직접 빼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냐는 것입니다. 기자회나 노조는 대부분 기사가 이상하게 고쳐졌다느기 해야될 리포트의 제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데스크의 기사데스킹이나 편집회의의 기사선택에서 이뤄진 일로서 정상적인 제작과정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명백한 편파나 왜곡은 없었다는 것이죠.

더러 피디수첩 같은 경우 제작중이던 아이템이 취소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것도 제작중인 것이었지 완성된 것을 뺀 것은 아니며 더우기 그건 기자부문의 일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작년 같은 경우 MBC는 경쟁사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대규모 흑자를 봤으니 사장은 오히려 업적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이런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제작거부에 나선 기자회가 뭔가 정치적 편파성에 빠져서 돌출행동을 하는 집단으로 보이게 됩니다.

제가 이런 상황을 설명한 이유는 짐작하시겠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고 싸움은 복잡하고 힘들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 입니다. "끝까지 싸우자, 뻔히 보이는 현실에 왜 비겁하게 눈 감지 말자"라고 다들 얘기하지만 현실은 뻔히 보이지도 않고 단 하나의 사실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시각 , 더구나 약자의 편을 택해 싸우는 것은 힘들고 지난한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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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22:40 2012/01/2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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