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야근중이라 봐야할 외신기사나 너무 많은 새벽이었습니다. 아래 NHK기사는 흥미있어 그냥 본 것이었지만 아래 오바마의 연설은 어제 아침 리포트 일거리였습니다.

아침에 새뉴스가 없다며 모스크바의 폭설을 아침뉴스에 리포트해달라는 편집부의 지시에 "모스크바의 눈은 어째 뉴스같지 않지 않냐"고 이의를 제기하고는 대신 대안으로 재정절벽협상 초반부터 난항이라는데 이거나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게 화근이었죠.

오바마가 장난감 공장을 찾아가서 근로자들앞에서 공화당을 조지는 연설을 하며 여론전을 하는 것도 재밌고 한번 오바마 연설을 들어볼까하고 호기롭게 얘기했는데...분명 쉬운 영어인데도 해석이 안되더군요. 아래와 같은 말이었습니다.

"If Congress does nothing, every family in America will see thei...
r income taxes automatically go up on January 1st. Every family, everybody here, you'll see your taxes go up on January 1st. I'm assuming that doesn't sound too good to you. That's sort of like the lump of coal you get for Christmas. That's a Scrooge Christmas."

아래부분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석탄 한 덩어리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이나 '스쿠루지의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는 말. 이해가 어렵더군요.

특히 '스쿠루지 크리스마스'는 문맥상 1차적으로는 세제혜택이 없어지는 상황 그대로 가난한 명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의 재정절벽 해법과 맞물려 생각해 보면 더 깊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구두쇠 부자 스쿠루지는 결국 감화돼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금을 내면서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죠. 그래서 '스쿠루지 크리스마스'는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 재정절벽을 피하고 대신 중산층의 세금혜택은 유지해 모두를 만족시키자는 오바마의 해법을 비유한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죠.

그러나 이런 높은 수준의 '은유법'을 대중 연설에서 썼을까 싶더군요. 물론 우리처럼 대선후보 토론도 못하는 나라와는 비교도 안되는 민주주의의 모국 미국임을 감안하더라도 말입니다.

해서 리포트는 직설적인 해석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오바마의 연설은 역시 정곡을 찌르며 군데군데 위트가 있습니다. 우리도 좀 이런 연설 듣고 싶습니다. 언제쯤 가능할지는 잘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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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2 10:57 2012/12/0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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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다음달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자단이 각 당의 당수를 모두 모아서 원자력과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NHK는 방송기사라고는 믿을 수 없게 아래와 같이 길고 빡빡하게 그 내용을 설명해놨습니다.

군소정당 후보들까지 모두 일렬로 앉혀놓고 말하게 하는 것도 우리에겐 생경합니다. 게다가 특히 맨 처음에는 각자가 후보가 종이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번 선거의 목표랄까 모토를 적은 뒤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데 무척 인상적이네요.  

정치분야에서는 후진국인 일본이지만 아직 우리보다는 훨씬 낫군요. 도대체 우리는 언제 대선후보들의 토론회를 볼 수 있는 것인지...

물론 우리도 방송기자연합회나 기자협회가 여러번 토론회를 열려했지만 다 안 됐습니다. 이유는 다 아시겠지만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후보진영에서 계속 거부해서인데 참 안타깝습니다. 무척 대범한 분이라고 저는 옛날부터 생각해왔는데...

http://www3.nhk.or.jp/news/html/20121130/k100138777110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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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1 06:32 2012/12/0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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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한 3년전 겨울의 일이었던 것 같다. 야근한 다음날 이어서 집에서 좀 자다 오랜만에 와이프와 점심 먹으러 집근처 이태원의 한 식당을 찾았다. 평일이라 자리는 적당히 차 있었는데 우리 자리 뒤편의 한 신사와 가족이 눈에 띄었다.

그 신사는 대머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주목을 받았다. 내 막눈에 봐도 핏이 살아있는 아주 세련돼 보이는 양복과 신사화를 신고 그외 스타일이 꽤나 좋았다. 그리고 그 건너편의 와이프는 썬그라스를 쓰고 있었고 어린아이 2명과 어머니로 보이는 나이든 아주머니가 앉아있었다.

그런데... 그 일행의 식사가 끝나자 그 어머니로 보였던 아주머니는 바로 식당입구로 종종걸음치며 가더니 역시 고급유모차를 펼치며 아이들을 앉혔다. 그 빠른 동작을 보니 그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가정부였다. 그제서야 나는 그 부부를 다시 잘 쳐다봤다. 아...
...

그들은 전재국과 박상아였다. 나조차 그들을 늦게 알아봤고, 식당은 수십명이 있었지만 누구하나 그들을 의식하거나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의 아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탤런트출신 아내와 함께 이태원을 편하게 산책해도 아무 불편함이 없는 사회...글쎄 그들은 편했겠지만 그날 내 마음은 참 불편했다. 그리고 내가 지하철 타러 가끔 걸어내려가던 한강진역 방향 골목의 그 호화빌라를 볼때마다 또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 빌라가 그 부부의 집 - 정확히는 집중 하나겠지만 - 이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
아무튼 영화 '26년'의 개봉을 맞이하여 문뜩 떠오른 3년전 기억입니다. 뭐 연좌제 같은 구시대적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독재하셨던 분의 아들이 편하게 외식하는 것에 마음 써선 안되겠겠죠. 독재 오래 많이도 하셨던 분의 따님이 곧 우리를 이끌어 주실 판에 말입니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했던 건 불편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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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6 22:57 2012/11/2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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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한 리포트... 편집회의에 들어가서 "놀랍게도 CIA 국장이 외도했다고 사임했답니다. 우리로선 믿기 힘든 일이죠"라고 얘기하고 리포트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회사돈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계시는 사장님을 모신 언론사가 이런 리포트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지 생각해 봤으면 하는 의도였으나 아는지 모르는지...

특히나 앵커는 그저 이 기사가 재밌다고 웃기까지 했습니다. 은유라는 것도 알아차리는 이가 있어야 가능한 건데 거참...

그나저나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웅이었던 퍼트레이어스의 이런 몰락은 너무 아쉽습니다. 박사출신 비둘기파 군인인 그의 모습은 우리나라 군인들과 비교해서 너무나 인상적이었으니까요. 특히나 현지의 파괴된 기반시설을 복구하고 현지인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민심을 수습하고 그래서 반란세력을 뿌리뽑는 그의 전략은 말로는 당연해 보이지만 정말 혁명적인 것이었습니다. 조지부시의 군인들 그리고 딕체니 같은 매파들은 매일 수백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이라크에 반란세력은 없다는 허망한 얘기만 하면 무차별 폭격을 일삼기만 했으니까요.

그에 비해 퍼트레이어스 독트린으로까지 불린 이 학자군인의 전략은 미육군의 새로운 교범으로 확립되면서 이라크전의 전황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퍼트레이어스의 아내의 모습을 보고는 솔직히 퍼트레이어스의 잘못된 행동에 조금 동정이 간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전형적인 미국 아줌마의 모습이었으니까요...그러나 그건 퍼트레이어스 부부의 연애시절 사진을 보기 전까지만 이엇습니다. 아래 리포트 맨마지막에 쓴 그 부부의 젊은 시절 모습은 그야말로 선남선녀. 특히나 부인은 너무나 미인이었습니다. 미육사 수석졸업생과 육사교장의 미녀딸의 사랑.... 말만 들어도 아름답지만 세월의 힘은 참 많은 것을 앗아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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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0 23:56 2012/11/1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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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의 미국 연수의 기억을 부담없이 풀어가 볼까 합니다.

  노스캐롤나이나의 지방방송사를 찾았을 때 일입니다. ABC네트워크의 계열사였는데 공교롭게 채널11이었습니다. 스튜디오 등 시설참관이 끝난 뒤 보도국장이 질의응답에 나섰는데 회사 설명을 하면서 ABC의 모기업은 디즈니라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같이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ABC본사의 취재지시를 받냐?”, “디즈니사에 의해 프로그램제작이나 광고가 영향을 받지는 않냐?”... 등등

나는 속으로 그다지 유효한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보도국장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계열사라고는 하지만 뉴스보도는 이 지역에 큰 사건 터졌을때 영상제공하는 정도다’...‘디즈니에 의한 영향? 뭔말인지 모르겠다!’, ‘광고파트와 기자는 전혀 교류가 없다, 아예 wall이 존재한다’ 등의 답을 내놓더군요. 그럼에도 기자들이 재차 비슷한 질문을 이어가자 그 보도국장 왈.

“근데 니네 한국에서 왔다고 했지, 너희는 방송사가 정부의 통제아래 있지 않냐?”
...

한마디로 너희는 권력의 통제 받는 주제에 있지도 않는 자본의 통제 같은 것은 왜 묻냐는 말이었습니다. 그러자 일찍이 제가 예감한대로 연수단의 모든 기자들이 제 얼굴을 보면서 일제히 외치더군요.

“Yes Expecially MBC!....”

그뒤로 연수가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는...그래도 아래 사진은 바로 이 이야기를 듣기 직전이어서 표정이 밝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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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7 22:08 2012/09/1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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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블로그에 많이 소홀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리 즐거운 일이 없었고 뭔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페이스북은 꽤 이용했지만 그래도 페이스북보다는 좀 정리된 상태에서 글을 올려야하는 곳이 이곳이라고 생각한 탓도 있습니다.
  그래도 몇몇 분들이 가끔 블로그를 찾는다며 요새는 왜 글을 안 올리니냐고 하시더군요. 생각해 보면 언제는 정리된 글을 올렸던가 싶고, 결국 제 게으름 때문이었다는 결론이 나더군요. 해서 조금씩 다시 활기를 살려보려합니다.

  9월 4일부터 열흘동안 방송기자연합회의 단기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미국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컨퍼런스를 참석하고 뉴욕으로 이동해 방송사와 증권거래소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조금씩 그 이야기를 기록삼아 올려보려합니다.
 
  아래는 뉴욕에서 찾았던 CNBC방송사의 사무실입니다. 기자들의 사무공간과 생방송 스튜디오가 바로 연결된 형태인데 미국에선 이런 형태가 많았습니다. 생방송 스튜디오의 벽면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이나 무수히 많은 조명설비도 인상적이었지만 우리도 기술적으론 큰 차이가 없기에 와하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놀란 것은 바로 사무공간, 우리가 보기엔 사무실에서 방송을 진행해도 될 정도의 조명과 깔끔한 환경을 자랑하더군요. 그에 비하면 먼지와 각종 쓰레기가 난무하고 무너질 것 같은 천장을 가진 우리회사 사무실은 석기시대더군요. 물론 CCTV는 우리가 앞섭니다. 우리는 기자들 감시용으로 새로 회사가 새로 설치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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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7 03:45 2012/09/1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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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통장을 볼때마다 멘붕에 빠집니다.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오래 못가도 어쩔 수 없지..." 옛 노래 가사같은 상황이지만 참 정말 어쩔 수가 없군요. 어떤 이들은 "정말 월급이 안 나오냐? 뻥 아니냐?" 등으로 골을 지르거나 노조가 보전해주고 있지 않냐고 하는 엉뚱한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워낙 보수언론들이 MBC노조가 부자라는 등의 이상한 선전들을 해서이긴 하지만 파업이란 건 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보니 이런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기념일이 몰린 이번 주는 월급 못 받는 파업노동자에겐 힘겨운 시간인데 이런 우리의 모습을 잘 압축한 사진 하나가 바로 아래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그야말로 깨알같은 부업 - 아니 이젠 일시적이나마 생업이군요 - 전선에 나선 한 후배의 모습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후배는 와이프와 둘이서 이렇게 꽃바구니를 만들어 완판에 성공했답니다. 회사에서 만나면 점심이라도 뜯어먹어야 겠습니다. 겨우 8만원짜리 글청탁 5건으로 교통비 정도만 번 저에 비하면 정말 훌륭한 조합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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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00:31 2012/05/0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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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교롭게도 광우병사태때 농림부를 출입하며 수많은 기사를 썼던 타사 선배기자와 식사를 했습니다. 이분의 말씀인 즉슨 이번 발병이 새롭거나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잘라 말하시더군요. 이미 하버드대 연구팀이 연구해 미국 관보에 나온 내용을 보면 미국에서 한해에 6,7건의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는 겁니다. 즉 발견되지 않아 모르고 지나가지만 6,7마리의 소는 광우병에 걸린 뒤 죽어서 사라진다는 것이죠. 물론 이 수치는 상당히 낮게 잡은 것으로 봐야한다는 설명입니다.
아무튼 이 선배와 저는 비빔밥을 먹었는데 이 양반은 쇠고기를 빼서 드시더군요. 그러면서 한가지 일화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 선배가 광우병 사태 직후 미국 연수를 갔다왔는데 오자마자 조선일보 기자가 전화를 했더랍니다.

...그리고는 "당신 미국 연수가서 쇠고기 먹었지?"라고 다그쳤다는 거죠. 그러자 이 선배께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네가 그런 질문할 줄 알고 지난 1년 동안 한번도 쇠고기 먹지 않았다!!!"

아무튼 이분 말씀은 미국은 방목으로 소를 키우다보니 다른 나라만큼 월령검사가 철저하지 않고 실제로 가서 보니 부유층들은 이런 점때문에 다른 나라 쇠고기를 먹거나 유기농 사료만 먹인 검증된 상표의 쇠고기만 먹더랍니다. 그걸 보고 이 선배와 가족들은 연수기간 내내 쇠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돈없는 파업노동자라 그냥 싼 등급의 수입쇠고기를 얘에게 먹일 수 밖에 없는 저로선 참 그냥 넘기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를 먹을 경우 광우병 확률은 현저히 낮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확실히 식물사료만 먹여 키운 쇠고기를 먹이면 좋겠죠.

그나저나 아무튼 이제 우리는 정부의 광고는 '생략이 매우 많은' 믿기 힘든 메시지라는 점을 오늘 하나 또 배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는 다들 아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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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6 23:02 2012/04/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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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0여년 동안 방송기자를 하면서살인사건을 보도하면서 저런 표정으로 스탠드업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가정폭력이 빚은 비극적인 살인사건인데 리포터의 표정이 참 해맑군요. 요즘의 뉴스데스크들은 참으로 깨알같은 재미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형사들의 조서 요약같은 기사문과 80년대 뉴스같은 편집도 '새롭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3049107_57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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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8 16:46 2012/04/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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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글을 청탁받은 친구가 너무 바쁘다며 저한테 다시 넘겨서 썼던 글입니다. 미디어오늘의 칼럼으로 실린건데 한번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단 제목은 제가 단게 아니라서 조금 과격(?)하군요.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 이게 뉴스인가?"

두 번의 대선에서 닉슨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윌리엄 새파이어는 1973년 뉴욕타임스로 자리를 옮겨 칼럼니스트가 된다. 뉴욕타임스의 논조가 너무 진보적이라고 판단한 사주의 균형 맞추기용 보수논객 채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거캠프인사의 언론인 변신을 기자들이 그냥 받아들일 리 만무했고, 새파이어는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따돌림 당했다. 사직을 고려하던 그의 처지는 그러나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변하게 된다.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

민주당 선거캠프는 물론 기자들까지 도청대상이 된 사실이 폭로되자 새파이어는 자신의 칼럼으로 닉슨을 그야말로 불같이 공격했다. 그가 정파적 이해에서 독립돼 있다는 점을 확인한 기자들은 그제야 그를 동료로 인정했고 그로부터 32년 뒤 은퇴하기까지 새파이어는 미국 보수주의를 대변한 명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이어갔다.

2012년 민간인 사찰이 화두가 된 한국에선 정반대의 새파이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불같은 비판을 택한 새파이어와는 달리 중계기계적 균형이라는 일견 세련된 저널리즘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20내가 몸통이라는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폭로가 있었던 날 이를 다룬 MBC 뉴스데스크 톱리포트를 보자. 기사문의 모든 문장의 주어가 이 전 비서관일 정도로 윗선은 없다는 기자회견문 요지를 낭독하듯 전하고 있다. 심지어 민간인 사찰은 애초부터 없었다거나 야당총재와 공개토론을 하자는 허황된 주장까지 아무 가치판단 없이 그대로 중계했다.

민간인 사찰문건 폭로와 청와대의 반박이후 나타난 보도양상도 중계저널리즘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폭로된 사찰문건의 80%는 참여정부의 것이었다는 청와대의 반박을 대부분의 언론들은 그대로 중계했고 이로 인해 민간인사찰이란 이슈는 현 정권의 명백한 과오에서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는 논란의 영역으로 옮겨가게 됐다. 청와대의 반박회견이 있었던 지난달 31일과 지난 1<KBS뉴스9>을 보자. 청와대회견을 그대로 요약한 톱리포트에 이어 여야의 반응을 엮은 후속리포트가 붙는,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하는 배치가 이틀 연속 이어졌다. 특히 청와대가 참여정부의 것이라고 주장한 ‘80퍼센트 문건의 대부분이 정상적인 감찰자료였다는 점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야당의 주장으로만 짧게 서술되고 만다.

물론 선거전 보도에서도 이 방식은 그대로 이어진다. 여당의 선거유세 보도라며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의 민생탐방이 단독 리포트로 완결성 있게 중계된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그리고 자유선진당 등은 한 리포트로 묶여 종합되곤 한다. 그런가하면 정치경력은 물론 여론조사 지지율도 현격히 차이 나는 문재인 후보와 손수조 후보 간의 선거전이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며 불꽃 튀는 양자 대결로 보도되기도 한다.

비리를 감추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중계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찬반논란으로 물타기하는 것이 결코 객관적 일 리 없다. 이런 중계 혹은 기계적 균형 보도기법이 처음 나왔던 미국에서조차 객관저널리즘이 단순중계나 방송시간의 동등한 제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판정난지 이미 오래됐다. 미국의 저널리즘도 기계적 균형은 현실을 왜곡시킬 뿐이라는 공감대 아래, 대신 보도의 진실성과 취재대상으로부터 독립성을 객관성 판단의 잣대로 삼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가장 큰 존재의의는 시민들이 자치(自治)를 실현할 수 있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래서 선거 보도가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공정언론을 되살리겠다고 떠난 동료들의 빈자리에서 중계와 기계적 균형의 보도를 양산하고 있는 남은 기자들’. 그들에게 정치인에서 언론인으로 거듭난 윌리엄 새파이어의 선택을 눈여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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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0 09:05 2012/04/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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