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에 휴가를 다녀온 건 앞에 글에서도 말했지만 사실 이번엔 홀로 여행을 했습니다. 우연히 본 CNN의 ‘미래도시 도쿄‘란 기사를 보고 가보고 싶어하는 걸 옆에서 본 와이프가 허가해 줬습니다. 일단 자신은 단거리 아니면 걷기 힘들어 가족이 함께 가기 어려웠던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큰 마음씨로 허락해 준 거지요. 15년전 출장때 본 삭막한 도시 도쿄와는 다르게 이번에 여러 면을 보고 왔습니다. 말할 소재는 많지만 우선 짚자면 우연히도 가는 곳마다 언론사들을 맞닿뜨렸습니다. 기자만 천 5백명인가 된다는 아사히 신문이나 우리 회사의 제휴사로 오다이바의 석양과 함께 본 후지티비는 규모가 참 압도적이었습니다. 게다가 후지티비의 건물이 미디어센터와 경영센터로 나눠진 점은 참 우리회사의 신사옥이 무엇을 모델로 했는지를 여지없이 보여줬고요...물론 1층 홍보관에 ‘각키상‘이 주연인 해양드라마의 전시물들이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감명깊었던 건 롯본기힐갔다가 마주친 TV아사히의 여름 축제 현장이었습니다. 도라에몽과 크레용신짱이라는 두 캐릭터를 양손의 떡처럼 줜 회사답게 사옥의 옥상부터 대형 도라에몽에다가 각종 피겨를 곳곳에 장식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축제도 각종 애니케릭터와 가면라이더 그리고 퀴즈쇼 참여스튜디오등을 배치해 전체적으로 ‘한여름의 TV아사히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도라에몽과 크레용신짱을 보겠다는 아이들 손을 잡고 가족들이 몰려들고 아이들이 캐릭터와 노는 동안 어른들을 위해 한편에선 아사히 맥주 신제품과 역시 그 계열의 프리미엄 후지 생수 시음회를 열고 있더군요. 청소년들을 위한 아이돌그룹 공연 역시 촘촘하게 펼쳐졌습니다.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를 기초로 다른 영역으로 멀티유즈하는 전형적 전략이었습니다. 물론 그외에도 TV도쿄나 다른 방송사들도 간판뉴스 앵커들과 드라마 캐릭터들을 사옥 전면에 내세우며 컨텐츠 제일주의의 면모는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한도전이나 복면가왕말고는 내세울 캐릭터들이 없어진 MBC의 현재가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한민국 전체 뉴스와 교양프로 저널리즘 영역을 통틀어 가장 브랜드가치가 높다고 할 PD수첩을 스스로 고사시킨 우리 회사 경영진들의 대단함을 다시한번 대조적으로 느꼈구요. 이 자체만으로도 배임이고 횡령이고 뭣보다 전문성과 윤리를 위해 싸운 기자와 피디들 전문직의 가치를 저 멀리 날려버린 ‘자해행위‘입니다. 도쿄에서 역설적으로 MBC의 위기와 그 위기를 만든 주역들을 느껴본 3박 4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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