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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의 추억-1

Record of travel 2009/10/12 07:35 주인장

  얼마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강진이 있었습니다. 국제부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선 오랜만에 일거리하나 터진 셈이었는데, 그래도 현장에 가는게 아니라 전화취재를 하고 외신 그림 정리하고, 현장에 간 특파원의 취재를 지원하는 일이라 힘들었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겐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 바로 이 지진과 쓰나미 뉴스들입니다.

  처음엔 미국령 사모아에 강진에 이어 쓰나미가 덮쳤죠.  우리 교민 피해가 있어서 안타까왔지만 인구밀집지대는 아니었던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인도네시아에도 강진이 났습니다. 그 뉴스를 보는 순간 두려움이 앞서더군요. 바로 2004년말 동남아시아를 덥쳤던 쓰나미의 기억때문이었습니다.
 
  2004년 크리스마스때 인도양에서 발생했던 강진과 그에 이어서 동남아로 번져간 쓰나미.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태국, 몰디브 등에서 무려 24만명이 숨졌습니다. 당시 2004년 12월 24일 처음엔 로이터 등 외신의 1보는 쓰나미로 수십명 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2보 3보 갈수록 사망자 숫자가 몇백, 몇천 단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당시 야근하던 기자들은 여행사 등을 취재하기 시작해 결국 우리 여행객들의 피해까지 확인하게 됐죠.

  하여 크리스마스 당일 우리회사에선 기자들 몇명이 특별취재팀으로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로 파견됐습니다. 당시 제가 속해있던 기획취재부에서도 2명정도가 갔죠. 저는 그것을 피했다며 속으론 안도했는데...

  바로 다음날 26일 편집회의를 마치고 나온 부장이 제게 그러더군요. 너도 가야한다고, 그것도 지금 당장!.

  우리 여행객 피해가 난 태국 푸켓의 보도가 급한데 현지에서 간이로나마 생방송을 할 위성 화상전화기를 취재단이 안 챙겨갔다며, 그래서 제가 가지고 가서 현지에서 설치해서 방송하는 엔지니어 역할을 하라는 거였습니다. 결국 부랴부랴 여행사에 전화해서 표를 부탁하고 바로 집에 전화해선 와이프보고 '집에 갈 시간 없으니 바로 여행짐 챙겨서 회사로 오라'고 전했죠. 그리고 나선 회사 옥상에 올라가서 그 화상전화기 설치를 연습했습니다.
  회사 기술팀에서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할 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그놈의 화상전화기라는 놈을 펼쳐놓고 기술팀 사람들이 씨름하고 있더군요. 대형노트북 같은 본체에 펼치면 꽤나 커지는 평면 안테나 2개에 오디오콘솔, 그리고 각종 케이블 등 한 짐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술팀 사람들도 이 화상전화기를 몇달만에 창고에서 꺼내봤다며 그날 오후에 출발해야해 바쁜 저를 2시간 가량 세워놓고 계속 조작만 했습니다. 결국 2시간만에 화상전화기에 화면이 떴고 그걸 보더니 이제 됐다며 자기들이 한 대로 하면 된다며 들고 가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불안하기만 했지만 어쨌든 저는 이민가방 2개만한 크기였던 화상전화기 세트를 끌고 태국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일단 도착한 방콕 공항, 심야에 도착한 저는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해 푸켓행 비행기를 티켓팅할 때까지 아침까지 무려 8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졸린 것도 문제였지만 가장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덩치 큰 화상전화기!
화상전화기 가방를 밀고 다니며 기다리다 몇 시간이 지나니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죠. 그런데, 이 전화기 가방이 화장실 입구보다도 더 컸습니다. 다른 여행객들은 가방을 밀며 화장실로 들어가는데 저는 이 비싼 장비를 밖에 두고 갈 순 없었죠. 그때부터 물도 안 먹고 참고 참으며 몇시간을 버텨야 했습니다. 그러기를 7시간째 티켓팅 시간이 1시간 쯤 남았을 무렵 낯익은 얼굴 하나가 지나가더군요. 얼마전 관악경찰서 기자실에서 인사했던 CBS기자가 지나가고 있었던 겁니다.
   당장에 그 기자를 불러 화상전화기를 보고 있으라고 말하곤 장장 7시간 만에 생리현상을 해결했습니다.
  
  참 황당한 고생이었지만 사실 그 재해의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에 비하면 사소한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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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2 07:35 2009/10/1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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