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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시험기억 -3번째

Being reporter 2009/10/25 19:54 주인장
언론사 시험에서 최종면접전 단계는 대개 합숙형태의 다면평가시험입니다.

 제가 시험봤던 2000년에는 합숙은 안 했지만 하루만에 거의 비슷한 분량의 시험을 봤습니다.HA(Human Resource)평가라는 건데 이 개념자체가 컨설팅사들이 만든거라 시험자체도좀 황당한 게 많았죠. 올해 우리 회사 시험에서도 짧지만 합숙이 있을 것 같더군요.

  아무튼 제가 봤던 2000년의 시험을 돌이켜보면 기자와 피디는 비슷한 틀의 다면평가가 있었습니다.  우선 기자 부문과 피디부문에서 공통적이었던 걸 보면 첫째와 둘째 시간에 '어린이 놀이터 설계와 그 설계안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각자 한 시간은 놀이터를 설계해 그 개념을 발표하고 그 다음엔 8명 정도로 구성한 한 조가 조원들의 설계도를 모아 하나의 설계를 도출해 내는 거였죠. 저는 푸코의 판옵티콘 개념에서 힌트를 얻어 놀이터의 어느 쪽 출구로도 나갈 수 있는 회전놀이기구가 가운데 있는 희안한 놀이터를 설계했죠. 우리 조에선 가장 특이한 설계였고 비교적 설명도 잘했는데... 사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짓이었습니다.

  나중에 인사부에 놀러갔다 우연히 채점기준표를 봤는데 1교시 설계는 기자들에겐 배점비중이 미미하더군요. 대신 2교시 토론시간의 태도를 평가하는 게 이 시험의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같은 시험을 친 피디부문은 설계가 대부분의 배점을 차지하고 토론은 거의 평가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그 토론 나름대로 처음엔 자신의 개념을 굳이 그대로 넣겠다는 몇몇 이들 때문에 시간이걸렸지만 각자 양보와 합의가 도출되며 시간내에 하나를 만들어냈죠. 나중에 보니 처음에 고집 피던 몇몇은 다음 최종면접에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내에 합의안이 안 나오면 그 조 모두가 감점이었죠.

  3번째 시간은 아주 골때린 '영희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시간...
 
  영희가 여행을 떠났다는 말을 시작으로 각 조별로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1분씩 다음말을 만드는 일종의 공동소설 창작시간이었습니다. 여기서 정말 각자의 개성이 나오더군요. 우리 조의 영희도 프랑스, 미국에도 유람을 가는가 하면 북한까지, 심지어 우주까지도 가야 했습니다. 특히나 어떤 이들은 다음 순번 사람이 말을 제대로 못 잇게 아주 엉뚱한 곳에 엉뚱한 상황으로 영희를 보내서 넘겨 버리더군요. 아무도 모르는 프랑스 파리의 어느 뒷골목 이상한 술집에서 전혀 알 수 없는 음식을 시켜는 상황에서 넘기기도 하고, 통일의 중요한 임무를 띠고 김정일을 만나는 상황에 갖다놓고 넘기기도 하고... 역시 채점기준상 이런 사람은 감점대상이었습니다. 여기선 창의성도 중요했지만 기자의 경우 논리성이 더 배점이 높았습니다. 물론 피디는 그 반대였고요. 저의 경우엔 남들이 외국에 보낸 영희를 계속 귀국시켜서 약간 사회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상황주기 시험.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게되는 몇가지 상황을 주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지 써내라고 했죠.

  한 문제는 '당신이 마포라인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 라인의 연세대에서 중요한 행사를 하게 돼 취재를 하려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세브란스 병원에 조폭으로 보이는 환자가 칼에 찔려 들어왔고, 동시에 은평구 주택가에 사상자 미상의 화재가 일어났다면 당신은 어찌하겠는가?'하는 문제였습니다.

   사안의 경중도 그렇지만 동시다발적인 이 사건들을 어떻게 커버하겠느냐를 묻는 시험이었죠.  기억은 안 나지만, 행사는 주최측에 부탁해 시작시간을 늦춰달라고 하고 조폭은 경찰을 통해 우선 상황을 파악한 뒤 그 사람이 도망갈 상황이 아니면 화재부터 취재한다는 식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어느 것 하나 버리지는 않돼 급한 것부터 한다는 식이었죠.

  그런데 제 동기가 된 한 녀석의 가장 기발했던 답은 한 줄의 다음과 같은 답이었습니다. "캡에게 보고해서 캡이 시키는 대로 한다." 

어이없는 답이지만 사실은 가장 현실적인 답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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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5 19:54 2009/10/2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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