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2/19 주인장 주먹이냐 운이냐... (1)

주먹이냐 운이냐...

Inside newsroom 2009/02/19 00:42 주인장
   스포츠는 사실은 저널리즘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는 부분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방송이나 신문에서 스포츠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죠. 게다가 사람과 사람의 대결이란 어찌보면 사회사의 가장 강렬한 축소판이고, 스포츠기사야말로 각 기자의 문체와 글솜씨가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물론 반면 경기결과라는 나온 사실을 보도하고 정해진 장소에서 기자들을 맞이하는 선수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패턴이라 각 개인의 취재역량은 제한되는 면도 있죠.

  이번에 2580소재로 복싱신인왕전을 택하면서 저도 두가지 상반된 생각을 했죠. 한편으론 글솜씨와 구성의 묘미가 많이 필요하다는 부담감,  그러나 반면 이제까지의 취재와는 달리 인터뷰 섭외 쉽고 취재갈때마다 환영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었죠.
  아니나다를까 스폰서도 제대로 못구해 가까스로 대회를 연 한국권투위원회로부턴 '취재해줘 고맙다'라는 감사인사를 들었고 - 매번 취재하러 나갈때마다 누구를 고발하러 왔냐며 도망가는 인터뷰대상자들을 쫓아가느라 바쁜 저에겐 참으로 감격스런 인사였습니다 - 또 선수와 체육관 관장들도 원하는 대로 찍으라며 전적으로 지원해줬죠.
 
  그러나 어려움은 다른데 있었습니다. 준결승전에 진출한 복서들 가운데 사연되는 선수들을 골라서 취재에 들어간 건 좋았는데 취재들어간지 이틀뒤가 바로 시합이었죠. 결국 취재를 계속하고 기사를 쓰려면 우리가 고른 선수들이 준결승전에서 이겨줘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제가 '패자의 눈물'이 아닌 한...

  워낙 당일의 컨디션에 좌우되는 면이 있는지라 저도 고심했죠. 그래서 헝그리복서 1명, 다른 직업과 프로복서를 병행하는 선수 1명 해서 2명의 사례가 필요했음에도 각기 1명씩의 사례를 더 취재해 4명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헝그리복서로 고른 첫 선수부터 바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권투위원회에서 우세한 선수라는 말을 듣고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정말 다크호스였죠.

  그리고는 직업인 복서 2명의 경기가 연이어 펼쳐졌습니다. 그 한명의 경기가 바로 아래 사진의 '싸움'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쌍용자동차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는 이진용 선수. 오른쪽선수입니다. 사진처럼 정말 피튀기는 혈투였습니다. 1라운드부터 상대 강펀치에 다운당한 이진용. 저는 바로 이선수도 취재수첩에서 지워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2라운드... 시작하자 마자 원투스트레이트로 바로 다시 다운을 뺐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그래서 저도 응원하며 승리를 기원했죠.   역전승이 펼쳐진다면 기사는 그냥 나오는 거였습니다.
  '현실에서 가장 어려움을 맞고 있는 쌍용차의 직원이 권투라는 또다른 도전에선 역전승을 이뤄냈다'는 식으로요. 그러나... 그러나...
   역전은 없었습니다. 이 선수는 혈투끝에 졌습니다.

  그리고 직업인 복서 2번째 선수. 재활용센터에서 일하며 프로로 나선 복서로 자신의 도전과 신인왕이란 목표에 대해 가장 조리있게 잘 말해 준 선수였죠. 그리고 컨디션도 아주 좋아보였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 선수도 졌습니다.

  결국 4명의 취재대상자 중 3명이 진 상황. 남은건 18살의 소년 헝그리 복서 이종길 선수. 챔피언을 꿈꾸지만 다른 선수들처럼 체육특기자로 대학가진 싫다고 몇달간 운동 그만두고 수능봐서 대학간 굳은 의지를 가진 선수였죠. 그리고 무엇보다 기량이 출중해 권투위원회에선 '얘는 문제없으니 편하게 시합보라'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공이 울리자마자 상대선수는 시합을 지배하더군요. 이종길의 펀치는 여유있게 피하고 위기는 클러치로 헤치면서 착실히 펀치를 퍼부어댔습니다. 제 속은 타들어갔고, 머리속에선 갖가지 생각이 맴돌았죠.

  '패자의 눈물로 주제를 바꿔야 하나, 그러면 기사방향은 어떻게... 아니 그래도 기사자체가 되나? 신인왕전은 도전의 의미를 담아야하는데 패자의 처진 어깨가 어떻게 도전자의 패기와 연결되나...'
  그리고 마지막 4회 이종길의 제대로된 반격이 힘겹게 이어졌습니다. 그때 저절로 주먹을 쥐게 됐고 그 주먹을 휘두르며 저도 '때려눕혀'라고 외쳐댔습니다. 옆에선 카메라기자 선배와 오디오맨까지 취재진이 한데 뭉쳐 '이종길 이겨라'를 외치고 외쳤습니다. 정말 2002년 월드컵이후로 저 개인에겐 가장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판정결과 발표. 3명의 심판 중 첫심판은 이종길 우세, 다음 심판은 상대선수 우세...
마지막 심판의 발표때 정말 제 맥박이 2배로 빨라졌습니다. 결과는 1점차로 이종길 승리!

  사각의 링도 둥글다는 참으로 인상적인 진리를 느끼며 저는 헝그리복서 이종길에다 비록 패했지만 멋진 경기를 보여준 이진용선수도 주제를 조금 바꿔서 집어넣기로 하고 취재를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정해진 시합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까지 취재한다는 것이 가지는 스릴를 느끼면서 말이죠.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9/02/19 00:42 2009/02/19 00:42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 하나가 달렸습니다.

댓글+트랙백 RSS :: http://leadship.pe.kr/tc/rss/response/30

댓글+트랙백 ATOM :: http://leadship.pe.kr/tc/atom/response/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