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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시험의 실제 예

Being reporter 2008/12/02 22:10 주인장

  예전에 제가 운영하던 홈피에 있던 기자시험과 관련된 자료들을 조금씩 옮겨와 봅니다.

제가 시험보던 때는 이미 8년전이라 아직도 조금이나마 도움될 것만 골라서 싣습니다.아래 작문은 동아일보 시험에서 제가 실제로 작성했던 답안입니다. 출제된 제목은 '방'이었죠.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어서 최종단계인 인턴과정까지 가긴 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미역국을 먹었죠. 나중에 중학교 선배이기도 했던 동아일보 기자분에게 물어보니 제가 인턴과정에서 치른 두번의 토론시험에서 모두 일등이었지만(우리말로 한 토론은 일등,영어로 진행된 외국어토론은 뒤에서 일등...-_-), 기사작성이 너무 상투적이어서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일면 순응하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은 그때 잘 쓴 기사라고 기자들이 예를 든 기사들이 제 관점에선 참 받아들이기 힘든 글들이었죠.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하고 이색적인 방식으로 쓴 글이어서 차라리 스포츠지기사와 비슷해 보였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인터넷 등과도 경쟁하면서도 읽힐만한 글을 선호하느라 글의 양식도 변해가는 신문기사에 아카데믹한 사고방식이 강했던 제가 못 따라간 것이었던 듯 싶습니다. 우리 방송도 제가 초년차이던 때와 비교하면 이젠 정말 높은 시청률을 끌만한 내용과 영상을 추구하는 면이 강해졌으니까요.

  아래 작문의 제목은 '방'입니다. 신문사 작문의 특징 중 하나는 한자짜리가 제목이 출제가 잘된다는거죠.


'방'


“내 방에는 세 개의 의자가 있다. 하나는 사교를 위해, 하나는 우정을 위해,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고독을 위해…….”

  ‘월든’으로 유명한 소로우는 자신의 방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의 외딴 오두막의 방은 그렇게 쓰인 것이다. 고독이라는 벗을 맞이하는 여유까지 갖추고서. 그러나 나의 방에는 하나의 의자가 있다. 컴퓨터와 책상을 오고가는 그 단 하나의 의자.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컴퓨터로 의자를 끌고 간 내가 처음 듣게 되는 목소리는 언제나 그렇듯 편지함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하게 한다. 광고물들, 어딘지 알 수 없는 동호회에서 온 메일들 속에서도 나를 이끄는 것들은 있다. 지난 밤 들러 게시판에 글을 남겼던 어떤 홈페이지 주인의 답장이 들어와 있다. 유명 영화를 소재로 직접 그린 캐리커처들로 장식된 그 곳 한 귀퉁이에 올려진 그녀의 사진 아래에 남겼던 나의 인사말. 그에 대해 웃음(정확히는 기호 ‘^_^’)으로 시작해 나를 초대하는 그 편지에, 나 또한 웃음과 함께 기약하기 힘든 다음 약속을 보낸다.

  12시가 넘은 늦은 밤 다시 의자에 앉는다. 동호회의 게시판에 들러서, 수업을 듣고 다시 학원에서 영어와 싸운 일상사를 적당히 포장해 업로드한다. 그리고 역시 비슷한 일상을 보냈을 친구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대화방에서 얘기를 나눈다. 이들과의 우정어린 대화는 컴퓨터의 파워스위치가 내려감과 함께 끝이 난다. 디지털화된 우정의 교환, 그것은 당연히 그 스위치의 단락에 의해 끊김과 이어짐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제 나는 다시 홀로 앉아 모니터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책을 보다 잠든 적이 언제였던가? e-mail과 인터넷 대화가 아닌 나만의 사색을 위해 이 의자에 앉았던 시간들은? 이전의 그런 시간들이 없어진 것과 나와 내 주위의 사회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어느덧 내방의 의자는 더 이상 고독을 위한 자리가 아닌 것이다. 대신 불안한 나를 채워줄 e-mail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우정과 사교의 자리가 된 것이다. 그러나 나의 마음이 고독에 익숙하던 그 이전보다 더 가난하게 느껴지고 소로우의 외딴 오두막이 떠오르게 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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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2 22:10 2008/12/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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