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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과 사실'

분류없음 2009/08/05 16:13 주인장

어떤 사안에 대해 주장은 이렇지만 사실은 이렇습니다. 논쟁과정에서 많이 벌어지는 대처법입니다. "당신은 이렇게 주장하지만 사실은 틀렸고 진짜는 이런거요..."라는 거죠. 매혹적인 방법이지만 한가지 놓치기 쉬운게 있습니다.
  상대의 주장의 맹점을 공격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상대의 말은 '주장'이고 내말은 '사실'이라고 위치지우면서 정작 자신도 '주장'을 말하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주장과 사실을 이용한 논법의 대부분은 이런 맹점에 빠지면서도 그런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디어법에 관련한 논쟁은 보고 듣는 이들이 지겨워하는 냉소주의의 영역으로 빠져들었고 저도 별로 흥이 안 나지만 아래의 기사는 약간의 분노를 느끼게 해 줬습니다.

<주장과 사실>민주당 장외집회 주장 맞나

신문의 방송뉴스 제작이 여론왜곡을 부르는지, 엠비시가 신문의 먹잇감인지, 친여방송뉴스가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민주당이 제기한 주장은 거짓주장이고 사실은 아니라는 뭐 그런 기사입니다.

그런데 기사에서 열거한 사실들의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이 논법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일단 보수신문이 왜곡보도를 일삼는다고 비판하는 방송뉴스나 PD수첩의 경우 이렇게 '주장과 사실'류로 기사를 쓰진 않는다는 겁니다.

논쟁적 사안의 경우 양측의 대립되는 입장을 제시해줘서 그것이 논쟁적 사안임을 확실히 보여준뒤 그 각각의 주장을 다시 사실로 평가해야 합니다. 즉 논쟁과 사실은 확실히 구분해줘야 합니다. 이것이 방송통신심의위가 금과옥조처럼 말하는 논쟁적 사안에 대한 보도의 원칙이고 실은 BBC가 확립한 원칙이죠.

단 그 논쟁의 대립되는 주장 양쪽에 대해 '사실'로서 평가해 어느쪽이 맞는지 판단은 내려줘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자는 판단을 내리고 무게중심을 정해도 됩니다. - 이 부분에 있어선 BBC와 방송통신심의위가 좀 갈리죠. 방통심의위는 기자도 논평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 실제로 그러면 편파라고 경고를 날리고 있습니다. 50대 50으로 비판하라는 건데 BBC강령은 분명 한쪽에 서도 된다고 말하고 있죠.

그런데 위의 기사는 미디어법 찬성론과 반대론 가운데 반대론만 들어선 그걸 '주장'의 영역에 갖다놓고 찬성론의 논거는 '사실'에다 위치지워서 공격했습니다. 어마어마하고 용감한 방법이죠, 물론 효과는 만점입니다만. 뉴스데스크나 PD수첩에서 저렇게 방송했으면 방송통신심의회가 바로 징계에 착수하겠지만, 위의 저런 기사에 대해선 신문윤리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이런 공격이 유효하려면 그 사실이 명백한 사실이고 제3자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만 위 기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단적으로 방송기사라면 1분 20초라도 이렇게 논리가 전개됩니다.

- A와 B라는 주장이 있다.
- 그런데 확인결과 A의 주장은 이러저러한 면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B쪽의 주장은 일정부분 사실이었다.
- 그래서 C는 A가 그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이러저러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개 C는 시민단체거나 전문가집단이 됩니다.)

그런데 위 기사는 간략히 말해 아래와 같은 방법입니다.

- A라는 주장이 있다.
- 사실확인 결과 A가 아니라 B다.

물론 위기사에서도 전문가들이 나오지만 그들의 객관성은 의심하기가 너무 쉽습니다. 방송프로그램도 이 부분에선 완벽한 중립성을 확보하진 못하지만 논쟁영역과 사실영역의 구분을 뒤섞진 않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기사에서 사실이라고 말한 논거들이 사실은 논쟁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위 기사의 내용을 갖고 말해보면  
 

▶주장=“수구 족벌 신문이 KBS·MBC·SBS·YTN 뉴스를 제작·방송함으로써 여론 독과점이 심화되고 여론이 왜곡된다.”(미디어행동 게시물)

▶사실=지난달 22일 국회에서 통과된 법에 따르면 신문은 지상파 방송 지분을 고작 10%만 가질 수 있다. 신문이 지상파 방송을 겸영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오히려 ‘지상파 3사 독과점’ 체제가 더 공고해졌다. 지상파 방송들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로 케이블 등 뉴미디어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서울대 윤석민(언론정보학) 교수는 “지상파 방송은 이중, 삼중의 보호막에 둘러싸여 있는 셈인데 신문을 상대로 여론 독과점 주장을 한다면 선동에 가까운 얘기”라고 말했다.


  이 부분의 경우 많이 나왔지만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5퍼센트정도의 지분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10퍼센트 지분을 '고작'이라고 표현한 건 너무 만용입니다. 신문이 방송을 겸영할 수 있습니다. '단독으론 겸영할 수 없다'라고 좀 세심히 썼다면 문제삼기 좀 어렵겠지만 위기사는 그런 신경도 안 썼습니다.
  또 방송이 지상파 3사 독과점인데 여론 독과점말하는 건 선동이라는 주장도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지상파 방송은 독과점 맞습니다. 원래 진출이 제한돼 있으니까요. 신문은 '여론의 자유시장' 개념에 따라 입출입이 자유롭고 대신 수많은 신문기업의 경쟁을 보장해 여론의 다양성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반면 방송의 경우 첫 출발부터 전파는 그 영역이 제한돼 있고(지상파 채널은 지금도 5개 정도가 한계입니다) 그래서 '모든 전파는 국민의 자산'이라는 공공성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그래서 민영이든 공영이든 심사를 거쳐 방송을 허가하고 민영방송에 대해서조차 공공성을 요구하는 겁니다. 출발부터 독점시장일 수 밖에 없는데 독점이라고 욕하면 이건 뭐...



▶주장=“재벌은 방송 뉴스까지 금방 진출할 거다. MBC나 KBS2는 조·중·동과 재벌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민주당 유인물)

▶사실=MBC나 KBS-2TV가 민영화되지 않는 한 누구도 지분 단 1%를 가질 수 없다. 현 정부는 “MBC나 KBS2의 인위적 민영화는 절대로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3일 “정부에선 KBS2를 분리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KBS1, KBS2, EBS를 합해 방송공사법(구 공영방송법)으로 묶어 공영성을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MBC의 민영화 여부는 70% 지분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문과 대기업이 MBC와 KBS2를 소유할 수도, 경영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건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새로 임명된 방문진 이사들이 MBC 민영화 논의하겠다고 했으니까요. 절대 민영화 안된다고 말한 그대로 중앙일보는 설사 방송 민영화가 추진돼도 그대로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장=“조·중·동이 방송사를 소유하고 뉴스까지 만들면 이명박 정권을 칭송하는 ‘땡박뉴스’에 혈안일 게 뻔하다.”(민주당 유인물)

▶사실=강원대 정윤식(신문방송학) 교수는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청률인데 땡박뉴스를 하면 누가 보겠느냐”며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시청률이 중요하긴 하지만 위 교수님 말대로 시청률이 가장 중요하다면 뉴스데스크 하루 아이템 25개 가운데 15개 정도는 나오지 못할 아이템입니다. 시청률과는 상관없이 사회의 공적인 가치와 알권리 차원에서 넣어줘야 되는 뉴스들이 있습니다. 또 한편으론 일부는 정치세력, 사회세력의 목소리와 힘을 의식해 넣는 뉴스들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목소리를 넣는 거고 어떤 의미에선 압력을 받아들이는 거죠. 필수과정이지만 이걸 악용하는 경우도 있고 이건 이번 정권에서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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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5 16:13 2009/08/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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