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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의 공포와 비판

Diary 2009/06/21 15:02 주인장
  PD수첩에 대한 기소가 시끄럽습니다.  정부에선 미디어법 통과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전초전으로 사력을 다하는 것 같은데 사실 기소자체는 다들 예상했던 일입니다. 전직 대통령도 서거하게 만드는 검찰인데 그까짓 피디 나부랭이들 쯤이야 어떻게든 만들수 있는 작품 축에도 안 끼는 '범작'일 테니까요.  '방침'만 내려오면 어떻게든 수사작품 만드는 능력은 우리나라 검찰이 세계 최고일 것이고 그건 우리 국민들 모두가 자랑스러워해도 될 겁니다.

  그러나 저도 우리 검찰의 능력을 다 몰랐던 건 작가의 이메일까지 몇년치를 뒤져서 공개한 겁니다. 이건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기소한 검사는 대학의 헌법학시간에 졸았거나 아니면 아는 것보다 다른 것을 더 중시했나 봅니다.

  제가 들었던 헌법개론 강의에서 헌법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갖고 있던 교수님이 즐겨들었던 예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학생 여러분 내가 일기를 쓰면서 '나 000은 황제가 되고 싶다, 세상을 바꿔서 내가 황제가 되겠다'라고 했다고 합시다. 그럼 민주공화정을 부인했으니 잡혀가야 할까요?"

우리는 정년퇴임 얼마 남지 않은 노교수의 썰렁한 유머정도로 생각했지만 이 교수님은 이 비유를 재차 강조하면서 황제가 되고 싶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건 아니면 일기를 쓰건 이건 모두 '양심의 자유'이고 헌법에서 가장 보호받을 자유라고 설명하셨죠.

우리가 흔히 보는 개인이 어떤 정치적 견해나 생각을 글이나 말로 공중에게 전파하는 경우는 사상의 자유로 보호받습니다. 그런데 개인이 사적인 편지나 일기 혹은 다른 친구에게 말하면서 나타난 정치적 견해나 태도는 바로 개인의 양심으로 이건 '사상의 자유'보다 우선하는 '양심의 자유'로서 최고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검찰은 바로 그 양심의 자유를 단번에 파괴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정부를 증오하건 이명박 대통령을 멸시하건 간에 그건 그 사람의 양심의 자유에 해당합니다. 그런 증오나 멸시를 공중이 보는 매체에 개시했다고 해도 사상의 자유 영역에 속해서 허위의 사실이 아닌한 보호받아야 하지만 개인의 E메일에 적힌 내용은 그게 아무리 강한 증오건 멸시건 간에 '양심'의 영역으로 검찰이 뭐라고 말할 것이 못 되는 겁니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헌법을 엿 바꿔먹는 상황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겁니다. 참 위기는 위기입니다.

사족이지만 물론 저라면 이메일에 그렇게 사적인 감정을 적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기소되고 메일이 공개된 사람이 작가라는 건 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피디를 돕는 assistant이지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닙니다. 신분자체가 비정규직에다, 작품이 상을 받을때도 혹은 명예훼손 문제로 법적 쟁송에 가더라도 모두 제외되는 사람입니다. 물론 한국의 피디저널리즘에선 작가들이 스크립트 작성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이건 기자들의 정통 저널리즘과는 큰 차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작품의 전체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건 피디입니다. 작가까지 기소하는 걸 보니 검찰이 참 급하긴 급한가 봅니다.

어쨌건 이런 상황에서 저 또한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게 조심스러워 집니다. 사실 모든 글을 샅샅이 훝어서 걸고 넘어가려 한다면 불가능한 게 없겠죠. 그게 한국 검찰의 능력이니까요. 물론 저의 글은 별 문제는 없습니다. 기껏해야 아래 아래에 '전직' '이' 대통령을 비판한 글 정도인데 그거야 이미 역사적인 평가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거니까 큰 문제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 쓸때마다 고민하고 할말을 피하게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검찰이나 사정당국이 바라는 목표일 텐데 원하는 대로 제가 해줄 필요는 없겠죠.

또 하나 사족입니다.

이 글은 블로그 게시판 분류상 '일상 다이어리'에 올려져 있습니다. 즉 개인의 주관적 견해이자 개인의 기록일 뿐입니다. 다시말해 양심의 자유 영역에 속한 글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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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1 15:02 2009/06/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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