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유감

Diary 2011/03/19 01:24 주인장
  일본 지진이 발생한지 대략 이틀뒤까지도 일본언론에서 발표한 사망자 수는 불과 수십명이었습니다. 실종자도 수백단위였고요. 그래서 일부 우리 언론에선 '역시 일본' 내진설계가 빛났다거나 일본의 대피체계가 잘 됐기 때문이란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자들 사이에서도 의구심이 많았죠. 저만 해도 동남아시아 쓰나미의 위력을 느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보다 휠씬 큰 쓰나미가 왔고 대피시간도 거의 없었는데 인명피해가 적다는 것에 참 불가사의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만 하루가 지나서 센다이 해변에 시신 수백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경찰 발표로 전해지고 각 지자체에서 시민들 절반이상이 연락이 끊겼다고 발표한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 NHK가 한 일은 정부의 공식집계인 수십명의 사망자 수만 반복해서 보도한 것이었습니다.

  혹자는 한국언론과는 다른 제대로된 공영방송 NHK의 절제할 줄 아는 보도행태라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언론같았으면 이런 재해가 나자마자 정부발표는 발표대로 전하되 바로 최악의 추정치를 빵빵 터뜨리며 정부발표보다 비관적 추정에 더 무게를 두고 보도했을 겁니다. 실제 이번 일본지진에서도 NHK가 수십명 운운할때 우리 방송뉴스들은 사망자가 수천명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고 그래서 심지어 우리 방송사엔 "NHK도 차분한데 왜 바다건너 한국언론만 호들갑이냐"고 야단치는 시청자의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습니다.

  자 그런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사실 많은 분들이 NHK를 우리 방송이 가야할 모범으로 보고 계신데 그건 일본의 방송현실을 전혀 모르는 겁니다. NHK는 별명이 '자민당 방송'이었습니다. 이젠 민주당 방송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요. 예산을 편성하는 의회(의원내각제므로 사실 정부죠)에 완전히 장악된 NHK는 비판보도는 둘째고 비판적 언급자체가 기사에 나오지 않습니다. 과거 정부에 비판적인 다큐를 자민당 간부가 전화 한통으로 방송불가시켜버린 사례도 종종 나와서 뒤늦게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엔 단순히 사망자 통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원전보도에선 정말 한국기자들을 열받게 했습니다. 원전에서 폭발이 일어난 12일 오후에도 NHK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났다는 내용을 정말 '심드렁하게'보도했습니다. 물론 몇시간이 지나도 피해상황이나 원인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그때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기관에선 강력한 경고를 날렸고 심지어 답답한 기자들이 수소문한 우리나라의 전문가들도 방사능 누출우려가 크다고 말했지만 언론 언론에선 그런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몇시간이 지나서야 냉각용 디젤발전기가 고장났지만 곧 전력이 들어올 것이라는 내용만 반복할 뿐 왜 고장났는지 어떻게 고칠 것인지는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정보를 주지 않아서 였겠지만 이런 상황, 특히나 미국정부측에서의 경고가 나온다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어야 하는 것인데 말합니다.

너무나 차분히 정부발표만 중계하는 공영방송 NHK. 그렇다고 다른 6,7개의 민방들이라고 이런 위기를 소상히 전해준 것도 아닙니다. 여기도 역시 정부발표를 옮기는데만 치중했고 그렇지 않으면 원전 위기보다는 강력한 쓰나미를 담은 '그림되는'뉴스만 전하는데 급급했습니다.

단하나의 공영방송은 정부가 확실히 틀어잡고 나머지 민영은 치열한 경쟁때문에 그림되는 것만 찾게 하는 것. 그렇죠. 바로 현재 우리 방통위가 만들고 있는 미래의 우리 방송환경과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새로 종편을 4개나 허용하면서 민영방송 숫자마저 일본과 똑같게 됐습니다. 참 대단한 일이죠. 인구는 3배, 경제력은 5배가 넘는 나라와 방송사 숫자는 같다는게요.

비판의 힘을 잃고 단지 안정적인 관리자로서만 의미를 갖는 일본언론. 그를 닮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우리 방송환경의 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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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9 01:24 2011/03/19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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