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한 3년전 겨울의 일이었던 것 같다. 야근한 다음날 이어서 집에서 좀 자다 오랜만에 와이프와 점심 먹으러 집근처 이태원의 한 식당을 찾았다. 평일이라 자리는 적당히 차 있었는데 우리 자리 뒤편의 한 신사와 가족이 눈에 띄었다.

그 신사는 대머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주목을 받았다. 내 막눈에 봐도 핏이 살아있는 아주 세련돼 보이는 양복과 신사화를 신고 그외 스타일이 꽤나 좋았다. 그리고 그 건너편의 와이프는 썬그라스를 쓰고 있었고 어린아이 2명과 어머니로 보이는 나이든 아주머니가 앉아있었다.

그런데... 그 일행의 식사가 끝나자 그 어머니로 보였던 아주머니는 바로 식당입구로 종종걸음치며 가더니 역시 고급유모차를 펼치며 아이들을 앉혔다. 그 빠른 동작을 보니 그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가정부였다. 그제서야 나는 그 부부를 다시 잘 쳐다봤다. 아...
...

그들은 전재국과 박상아였다. 나조차 그들을 늦게 알아봤고, 식당은 수십명이 있었지만 누구하나 그들을 의식하거나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의 아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탤런트출신 아내와 함께 이태원을 편하게 산책해도 아무 불편함이 없는 사회...글쎄 그들은 편했겠지만 그날 내 마음은 참 불편했다. 그리고 내가 지하철 타러 가끔 걸어내려가던 한강진역 방향 골목의 그 호화빌라를 볼때마다 또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 빌라가 그 부부의 집 - 정확히는 집중 하나겠지만 - 이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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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영화 '26년'의 개봉을 맞이하여 문뜩 떠오른 3년전 기억입니다. 뭐 연좌제 같은 구시대적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독재하셨던 분의 아들이 편하게 외식하는 것에 마음 써선 안되겠겠죠. 독재 오래 많이도 하셨던 분의 따님이 곧 우리를 이끌어 주실 판에 말입니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했던 건 불편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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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6 22:57 2012/11/2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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