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협상의 달인이라고는 해도 그렇게 치밀한 사람이라 생각 못했는데 쉽지는 않은 인간인 것 같다.

2차 핵위기를 부른 적이 있고 한때 북한이 존재자체를 완강히 부인했던 반면 가정집 방안에도 숨길 수 있어 내심 북한으로선 ‘숨겨진 기정사실’화 했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바로 겨냥해 없애라고 요구했다니. 트럼프가 우라늄농축프로그램 폐기 카드를 들고 간 사실 자체가 처음부터 이 회담을 파토낼 작정으로 간 것으로 봐야한다. 이 치밀한 반전카드로 미국언론이 코언청문회를 7시간 생중계하며 북미회담은 단신 급으로 밀어내던 상황도 일거에 역전시켰다.

어차피 자신의 변호사에게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에 반역자”로 몰린 판에 북미회담 결렬은 외교적 실패보다는 ‘역시 트럼프는 결단력 있는 협상가’란 이미지를 다시 부각시키는 효과가 컸고 말이다.

게다가 정말 치밀한 건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은 이제 안하기로 했다“고 규정짓고 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망나니 북한을 길들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나긴 모험‘이란 서사극의 줄거리는 지켜냈다.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으로써 북한은 잘 안 길들여지는 철부지 망나니일 지언정 핵과 미사일을 휘두르는 괴물이 될 수는 없다. 그 순간 이야기에서 아예 삭제되는 즉 정권제거의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지켜낸 미국 혹은 트럼프에 비하면 북한은 그야말로 반대로 충격일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패닉에 빠진건 당의 선전선동 담당과 노동신문 등 기자들일 것이다. 원래는 국가 자체가 신화로 끌고가는 극장국가였는데 이야기의 위기(?)를 맞았으니 말이다. 세계의 최강 악당 미국의 갖은 방해를 물리치고 역경 끝에 우리를 지켜줄 자랑스런 핵무기를 만들고 악당인 미국 대통령마저 개과천선시켜 선물을 받으러 가신 우리 임금님...이란 동화의 기승전결을 잘 써놨는데 갑자기 악당이 도로 미쳐서 임금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허무개그를 쓸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지도자 신화아래 모든 것이 규정되는 북한사회, 그 지도자신화는 갖은 역경을 헤쳐나가는 발전의 이야기구조이지 갑자기 “앞선 줄거리 무효에요, 다른 주인공으로 다른 이야기 시작할게요”라는 후속편을 내놓는 구성이 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념담당자들이 어떻게 이 구멍을 메울 것인지? 이런 이야기의 구멍은 북한으로선 처음이고 그런 의미에선 극장국가 북한의 최대위기이다. 언제나 우리 임금님 모험기 새 에피소드로 이어가던 극장이 갑자기 그 시리즈 기본줄거리 자체를 바꿔야 하는 일이 생겼으니까.

내일 조선중앙티비가 아주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트럼프는 곧 다시 북한과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장기간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북한이 새 줄거리를 만들때까지...그리고 그 기간 동안 우리는 여러모로 피곤할 것 같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19/03/02 22:32 2019/03/02 22:32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트랙백 RSS :: http://leadship.pe.kr/tc/rss/response/178

댓글+트랙백 ATOM :: http://leadship.pe.kr/tc/atom/response/178

트랙백 주소 :: http://leadship.pe.kr/tc/trackback/178

트랙백 RSS :: http://leadship.pe.kr/tc/rss/trackback/178

트랙백 ATOM :: http://leadship.pe.kr/tc/atom/trackback/178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댓글 RSS 주소 : http://leadship.pe.kr/tc/rss/comment/178
댓글 ATOM 주소 : http://leadship.pe.kr/tc/atom/comment/178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오픈아이디로만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