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출발

Diary 2017/11/13 23:40 주인장

오늘 SBS가 톱블럭을 전병헌 수석 수사로 채웠다. 검찰이 소환 뒤 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단독기사에 이어서 수사상황과 청와대 분위기 등 5꼭지였다. 전정권이든 현정권이든 권력형 비리보도는 언론의 중요한 책무고 기자들이 가장 보람 느끼는 보도영역이란 점에서 보도의도를 문제시해선 안된다. 오히려 보도하고 싶은 의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병헌 건에 대해선 SBS가 아니라 MBC가 아니 오늘 날아가신 김장겸 사장이 아마 가장 이 보도로 뉴스를 채우고 싶었을 것이다. 현정권의 탄압에 맞선다는 그분 입장에선 현정권인사의 비리의혹이 얼마나 반가운 뉴스겠나? 그런데 우리 회사 MBC는 오늘도 한 꼭지 그나마 아침에 다 나온 연합기사와 전병헌 의원 입장의 요약이다. 네이버의 연합기사를 오전에 봤으면 안 봐도 되는 리포트다. 이런 하나마나한 리포트를 오늘만 한 게 아니고 이 사건 터진 뒤부터 계속 이랬다.

기자들이 파업에 들어가 취재할 사람이 없어서 아닌가 하겠지만 법조팀은 전원 파업이후 뽑은 경력기자들로 바뀐 지 벌써 몇 년 째라 파업참가자는 없어 전력에 누수도 없다. 결국 보도는 정말 하고 싶지만 취재가 잘 안돼서가 이유라 하겠다. MBCDNA를 바꾼다며 기존의 기자들 내쫓고 정치적 성향을 주로 보고 뽑은 경력기자들로 보도국을 대부분 채우고 특히 법조와 정치는 거의 99퍼센트 기자들을 사병처럼 부린 결과다.

 웃지 못 할 일들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벌어졌는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워낙에 큰 뉴스라 초기엔 우리도 메인뉴스에서 꽤 많은 분량으로 다뤘다. 그러나 유독 일요일 뉴스데스크에서만은 분량이 줄었다. 신문이 안 나오는 날이라 참고할 기사가 별로 없어서라 하겠다. 국정농단 특취팀을 없애고 난데없이 엘시티 특취팀을 만들었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인사들의 비리가 많을 거라 생각하고 엘시티 특취팀을 가동시켰겠지만 그런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주말이었을 것이다, 팀은 꾸려졌는데 기사가 없다는 얘기가 나와서 인지 엘시티 특취팀의 기사를 오늘은 메인뉴스에 넣는다고 윗사람들이 말했다. 그런데 오후에 특취팀에서 올라온 그 기사는 보통 기사의 2배 분량으로 길었는데...놀랍게도 그냥 이제까지 나온 엘시티 기사 줄거리 요약이었다. 기겁한 나는 편집부의 선배에게 이건 도저히 기사가 아니라고 낼 수 없다고 말했는데 결국 그 기사는 메인뉴스에 나가지 못하고 줄여서 그 다음날 아침뉴스에 나갔다.

 MBC를 장악하고 싶은데 그냥은 장악하기 힘들어서 결국 망가뜨려서 장악한 사람들...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분이 결국 오늘 나갔다. 사실 그 분은 나가면 오히려 속 편하실 것이다. 하지만 망가진 회사를 되살리는 건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게다가 되돌리기도 쉽지 않은 많은 일들을 되돌리고 풀어야 한다. 참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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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3 23:40 2017/11/1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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