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보도에 대한 소송이 결국 PD수첩의 무죄로 판명났지만 그럼에도 우리회사는 허위보도를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방송과 광고를 했습니다. 회사 경영진의 돌출행동(?)뒤에 있는 배경에 대해선 청와대 하명설부터 파업유도용 등등 별별 얘기가 많지만 하나같이 우리 스스로를 비참하게 하는 것들 뿐인지라 별로 언급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이 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기자들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의 섣부른 '허위보도'사과에 대해 이성적인 반론이 있어 하나 소개해봅니다. 그나마 내부에서 반론을 한다면 이 친구가 하겠지 했던 임명현 기자의 글인데 정말로 이 친구말고는 문제제기를 하는 이도 거의 없었습니다.

아래의 글의 요지를 짧게 말한다면 법원이 허위가 있다고 한 것은 보도에 담긴 결론과 그 결론을 이끌어낸 사실들 전체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과학적 사실들 대부분은 법원도 부정하지 않았으며 확정되진 않았지만 여전히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불확정적인 영역까지 깡그리 모아서 허위였고 그래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참으로 이상한 사과였다는 결론이 깔려있죠.

아무튼 아래 글은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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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에 대해 기획취재중이던
당시 MBC 보도국 사회정책팀은
극적으로 한 연구자를 만나는 데 성공합니다.

한림대 일송생명과학연구소의 정병훈 박사였습니다.

정 박사는 당시 모든 언론이 주목한 논문,
즉 MM형 유전자와 vCJD(인간광우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그 논문의 제 1저자였습니다.

본디 이 논문은 김용선 교수라는 사람이 주도해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정 박사가 A부터 Z까지 완성했고
김 교수는 교신저자로 참여했던 것입니다.

당시 정 박사가 연구한 논문의 결론은
한국인의 94%가 MM형 유전자라는 거였고,
그 사실을 정 박사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했을 때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MM형이 높기 때문에 한국인끼리 결혼했을 때
자식들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영국에서의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150명 가운데
MM형 유전자가 아닌 사람은 단 1명 뿐이었습니다.

우리 보도국도 당시 이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MM형 유전자가 94%라고 해서 vCJD에 걸릴 확률이 94%라거나
미국인의 경우 MM형 유전자가 50%라고 해서
우리가 미국 사람보다 두 배 더 잘 걸린다
이런 뜻은 아닙니다.

법원이 지적한 '허위'라는 것은 이 점을 뜻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 사실 자체,
즉 'MM형 유전자와 vCJD의 발병에는 높은 상관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허위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서지 못하거나 주저앉는(Downer) 소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현재 미국 농무부(USDA)는 다우너 소의 도축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질병 때문이 아니라 광우병 때문입니다.

저는 그 당시 USDA가 발표한 관보를 아직 갖고 있는데,
거기엔 이렇게 적시돼 있습니다.

"The inability to stand or walk can be
a clinical sign of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
(서지 못하거나, 걷지 못하는 것은 BSE의 임상적 징후일 수 있다)

그리고 CNN은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썼습니다.

"Downer Cows are not allowed to enter the food supply
because they are associated with a higher risk of mad-cow dis ease."
(다우너 소들은 광우병에 감염됐을 위험이 높기 때문에
식용으로의 유통이 금지돼 있다.)

물론, 휴먼소사이어티의 촬영 화면에 등장하는 소들을
전부 BSE에 걸린 소들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법원이 지적한 '허위'라는 것은 바로 이 점을 뜻합니다.

그러나, 역시 그렇다고 해서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걸린 소일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레사 빈슨은 제가 취재했던 케이스가 아니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방송 시점에는
미국 당국도 그녀의 사망 원인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이전이었다는 것이고,
또 그녀를 'vCJD 의심환자'로 보도하는 현지 언론이
당시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조사해보니 'vCJD가 아니었다' 해서
그 보도가 오보가 되는 거라면
우리들도 앞으로
'조류인플루엔자 의심환자'
'신종플루 의심환자' 등을 보도할 때
함부로 <의심환자>라는 말을 붙여선 안 될 겁니다.

조사해보니 감염되지 않았던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의 어제 뉴스를 보면
제가 알고 있는 '과학적 사실'들은
너무나 간단하게 <허위>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습니다.

법원이 지적한 '허위'라는 부분과
실제의 과학적 사실이
구별돼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코 앞으로 다가온 방송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그래도 그 당시 ND와 NT를 합쳐
50개가 넘는 기사를 리포트했던 기자로서,
그리고 그 리포트를 위해 많은 시간을
취재에 할애했던 기자로서,
우리 내부에서라도 쟁점 자체는 정확히 해야 할 거 같아
몇 글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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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7 17:10 2011/09/0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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