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의 추억-2

Record of travel 2009/10/24 00:12 주인장

좀 늦은 업데이트입니다.

골치아픈 위성전화기 세트를 끌고 푸켓 공항에 내린 저는 그래도 먼저 온 팀들이 보내준 차량을 타고 우리 팀이 자리잡은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푸켓수준으로 그다지 좋지않은 호텔이었지만 그래도 쓰나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뜨거운 태양아래 푸른 바다가 보이더군요.

당시 푸켓지역의 쓰나미 피해를 좀 설명해보면 제주도만한 섬인 푸켓섬과 그 주변에서 크게 4개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한 곳은 푸켓의 중심지인 빠통비치였는데 이곳의 피해는 크지 않아서 해변의 상가들이 부서지긴 했지만 인명피해는 수백단위가 안되었습니다.

반면 푸켓의 인근의 신흥 휴양지로 푸켓 중심지와는 2,3시간 거리인 크라비와 카오락 2개지역은 큰 피해를 입어 각각 수천명이 숨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푸켓섬에 붙은 또 하나의 섬인 피피섬도 큰 피해를 입어 섬 전체가 거의 초토화된 상황이었습니다.

취재진의 베이스캠프는 호텔들이 많은 빠통비치로 그곳의 메리엇트 호텔에 임시 위성송출센터가 마련됐고 세계 각국의 취재진 인근 호텔에 자리를 잡고 취재를 시작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도착하자마자 그날 저녁뉴스부터 시작할 화상연결을 위해 위성전화기를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호텔 마당에다가 장비를 늘어놓은 뒤 우선 태국상공 어딘가에 떠있는 타이콤3 위성을 향해 나름 계산한 각도로 평면안테나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그 안테나의 케이블을 대형 노트북처럼 생긴 본체에 연결하고 그 본체는 또 호텔 식당에서부터 끌어온 전원에 연결했죠. 또 오디오 콘솔에 마이크를 연결했습니다. 그리고는 영어로 된 매뉴얼을 보며 본체의 키보드를 두드려가며 세팅을 했습니다.
 
그러나... 잘 안되더군요. 1시간 가량 낑낑대서 연결해 서울의 본사와 화상은 연결됐으나 아무리 마이크로 외쳐도 소리는 전달이 안되는 거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뜨거운 태국의 태양아래 제 얼굴은 익어버렸고, 그리고 그 화상도 품질이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뭐 사실 가져올때도 회사의 기술자들이 여러명이 달라붙어 2,3시간 만지작 거린 끝에 제게 넘겼으니 잘 될리가 없었죠.  그렇게 고생하는 사이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동료들은 까맣게 탄 제 얼굴과 위성전화기를 보더니 "집어치고 우리 일이나 도와"라고 외쳤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회사에선 오늘도 다시 화상전화 연결을 해보라고 닥달했습니다. 뭐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시작했는데 이번엔 무려 4시간 동안 고생한 끝에 소리가 연결이 됐습니다. 안 된 이유는 오디오 콘솔의 셋팅이 제대로 안돼 있었기 때문이었죠. 오디오 콘솔이란건 만져본 적도 없는 저로선 당연히 안 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는데  출발할 때 콘솔 조작법은 당연히 배우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아무튼 연결이 되자 서울에선 바로 화상연결 생방송을 준비하라고 했죠. 그래서 하루전에 온 기자 2명(저보다 3기수 위 선배 1명과 동기 1명) 가운데 동기였던 박모기자가 생방송 타자가 됐고 저는 엔지니어로 방송을 뒷받침했습니다. 9시 뉴스데스크에 맞춰 연결을 하게 됐는데 시차때문에 푸켓은 8시가 한국의 9시였습니다. 화상연결의 배경을 호텔로 할 수는 없어서 호텔마당에서 해변쪽을 보이게 세팅을 했죠. 그러나 밤인지라 어두운 건 어쩔 수 없었고 카메라 조명으로 생방송 담당 기자만 보이게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데스크는 조명을 구해서 뒤에 해변도 보이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등하나 없는 광활한 해변을 보이게 하라니... 카메라 기자는 황당해하며 드라마 촬영 때 쓰는 조명트럭 10대는 필요하다고 드러누웠죠. 현지 상황을 전혀 모르는 데스크의 무모한 지시였는데 이런 말도 안되는 지시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구한건 마침 파티준비를 위해 호텔식당에 있던 조명등과 크리마스 트리용 전구들이었습니다. 그 등과 전구를 역시 호텔에서 빌린 옷걸이에 걸어서 임시 조명세트를 만들어 설치했죠. 뭐 그래봤자 뒤에 모래사장이나 조금 보이는 정도였지만요...

어쨌든 고생끝에 시작된 생방송. 서울에선 큰 기대를 한 화상 연결이었지만 화상전화기로 연결된 동기기자 박모씨의 얼굴은 물에 불은 감자마냥 흐리멍텅하게 나왔죠. 뭐 그래도 방송자체는 긴박감있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해변 답게 갑자기 광풍이 불더니 박기자의 원고가 바람에 날아가려했습니다. 저는 번개같이 옆으로 돌아 화상전화기의 카메라에 안보이는 화각밖으로 '기어가서'는 팔만 내밀어서 원고를 잡아줬습니다. 기자가 취재는 안하고 참 별 짓 다한 하루의 마지막 마무리였던 셈입니다.

생방송은 사고없이 잘 마무리 됐습니다. 그러나 다음달 편집회의에선 '물에 불은 감자얼굴'얘기가 나오며 그런 화질 밖에 안되는 장비를 왜 가져갔냐는 말이 나왔죠. 그럴 걸 왜 그 고생시키며 가져가게 했는지......

결국 그 화상전화기는 그날이후 다시 사용되지 않았고 저는 바로 취재인력으로 전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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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00:12 2009/10/2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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