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첫날의 기억-2

Being reporter 2000/08/16 22:19 주인장
연재(?) 두 번째 편입니다. 이번에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일화 중심으로 얘기해 보렵니다. 그때는 고생스러웠던 일도 지금 생각하면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되는 것이 시간의 힘이죠. 하지만 시간의 수레 바퀴는 돌고 돕니다. 일편에서 말한대로 저는 다시 수습기자가 됐고 두번째 수습때는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도 안나고 기억하기도 싫군요...

○ 종암서의 2진기자실

   나는 지금도 그 때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종암경찰서의 종로라인 (종로경찰서, 성북서, 종암서 등의 경찰라인과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를 주요 취재처로 하는 서울 중심부의 영역) 2진 기자실에 처음 들어서던 때를...

수습생활 시작한 지 3일째. 비록 일진선배는 그 쪽으로 가라는 말은 안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형사계 쇼파가 아니라 기자실에서 잠다운 잠 좀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들어서던 그 때, 종암서 밤 12시 30분.  

문을 연 순간. 나는 공감각적 체험을 해야 했다. 방가운데에는 빨간 내복을 입은 한겨레 B기자가 자고 있었고, 그 옆에는 몇 시간 전 총선시민연대 사무실에서 보았던 카키색 사파리 잠바의 깃을 세우고 멋있게 담배를 피던 연합뉴스의 여기자 C씨가 역시 한 이불을 덮고 세상 모르고 뻗어 있었다.

문가쪽에는 한국일보의 L기자가 정말 불쌍하게 노숙자 자세로 쪼그리고 자고 있었다.  그리고 냄새들... 누군가의 발 냄새와 찌든 담배냄새의 묘한 배합은 삽시간에 내 코를 마비시켰다.

방안 여기저기에는 담배꽁초가 굴러다녔고, 각종 사건조서, 일지, 기사문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가끔 늦게까지 술 혹은 스타크를 즐기다 막차시간 지나면 찾아가던 내 친구 황가네 자취방도 이거에 비하면 특급호텔이었다. 그래도 별 수 없었다.

C기자를 발로 대충 밀고 L기자를 좀더 문가 쪽으로 밀어붙인 뒤 나는 그 틈에 자리를 잡았다. 눕자마자 몇 개인가의 굴러 다니는 볼펜들이 등에 배겼다. 

그리고 두 시간 뒤 자고 있는 그 들을 남기고 나는 출입처 순찰을 돌러 출발했다. 한시간 후에는 연합뉴스 C기자가 역시 나처럼 기자실을 나설 것이다.

그리고 또 1시간 후에는 조간신문기자 B와 L이 그 뒤를 따를 것이다.

그러면 서장이 선물했다는 TV와 각자의 핸드폰 충전기, C기자의 헤어드라이기만이 텅 빈 기자실이라는 이름의 골방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밤 11시부터 다시 아까의 역순으로 기자라는 이름의 방주인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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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8/16 22:19 2000/08/1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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