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기든스로 대표되는 일군의 사회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성찰성이라는 화두로 현대사회를 분석하지요. 요컨대 전통과 압제에서 해방됐다는 현대사회는 자유를 줬지만, 개인의 삶은 언제나 선택과 결정의 혼란스런 연속으로 바꾸어놓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선택도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인 상업화에 의해 제한되고 왜곡돼 결국 힘겨운 선택의 연속을 헤쳐나가야하는 개인이 의지할 것은 그런 선택을 통해 자신을 만드는 과정 즉 성찰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논리죠.

  울리히 벡도 이 진영의 쌍벽을 이루는 사람입니다. 기든스와 비슷하지만 좀더 사적영역에 관심이 많고 그는 위험사회라는 말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죠. 좀 엉성하게 이해하면 논리자체는 기든스와 유사합니다만...

  최근에 벡의 저서 '사랑은 지독한 혼란'(원제 'Das ganz normale Chaos der Liebe')를 읽었습니다. 한 석달만에요. 책이 어려웠다기보다는 워낙 머리가 돌이 돼서리...

 벡은 여기서 사랑을 우리의 근대적 삶의 근본적인 위협으로 제시합니다. 이해가 안되는 일이죠.

하지만 앞서 제가 말한 기든스식의 논리, 즉 현대사회의 도래 -> 선택의 증대 -> 혼란과 위험사회 라는 사고로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근대성의 등장으로 개인은 미리 정해진 신분과 전통의 압박이라는 봉건적 잔재에서 자유로와졌지만  이것은 동시에 개인이 스스로 안정감을 느낄수 있는 토대들도 제거한 것입니다.각종의 유대와 자신을 보호해주던 전통적인 조직들이 해체된 것이죠. 그러자 개인들은 이런 불확실성의 세계를 항해해갈 안전판으로 사랑에 의존하게 됩니다. 바야흐로 사랑은 현대인의 종교가 된 겁니다.

  그러나 사랑은 근본적으로 개인의 개인을 위한 감정입니다. 더구나 현대인의 사랑은 그 이전시대의 사랑이 의지했던 성서의 규범, 사회의 법에서 해방돼 있습니다. 따라서 오직 주관성에만 의지해야  되고 연인들은 사랑을 유지하기 위한 친밀성을 통해 서로를 무장해제 시키죠. 결국 상처주고 싶을때 두사람은 마음대로 서로를 상처주게 됩니다.

무슨 영화를 보아야 할까 극장에는 어떻게 갈까하는 사소한 선택부터, 가정은 어떻게 언제 꾸릴까하는 무수한 선택속에서 의견충돌이 일어나고  옛날과는 달리 서로가 따른 규범이 없는 가운데 갈등은 일상화됩니다. 더구나 사랑하는 대상은 사랑하기에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고, 그래서 결국 가장 강력한 힘으로 아주 자주 서로를 상처주게 되죠.

  그리고 사랑하는 두 남녀가 처한 사회구조는 어떠한가?

사랑의 결실이라는 가정을 들여다보면 이곳은 직장을 잡아 일하는 직업인이어야 한다는 노동시장의 논리와 가장과 아내의 역할, 개인의 자아실현이 충돌하는 전장입니다. 남편은 가정을 지켜주는 아내를 믿고 그녀에게 의존하며 직장에서 일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아내의 희생에서 가능한 것이죠. 공적노동을 하는 남편과 그를 위해 가정잡사를 해야하는 여성이라는 성별분업, 그로 인해 남성과 여성은 서로 공유하는 체험이 극히 줄어들고 사랑하는 두 남녀의 삶은 갈등의 원천이 되고 맙니다.

  가정과 일상의 삶이라는 극히 가까운 곳에서 사회 전체의 논리를 이끌어내는 저자의 글은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책의 번역은 좀 아쉬워요... 한번 여러분도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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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5 18:26 2003/01/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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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growth taller

    Tracked from {growth taller 2014/10/25 20:13  삭제

    전봉기 기자의 '세상을 보는 창'

  2. Subject: baby

    Tracked from baby 2014/11/06 11:02  삭제

    전봉기 기자의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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