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안에 대해 비슷한 취재내용으로 같은 사실을 담아 기사를 쓴다고 해도 실제 나오는 기사는 상당히 달라집니다. 흔히 의미왜곡을 생각하기 쉽지만 왜곡이나 오류r 아니면서, 객관 저널리즘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즉 기자전문직의 최소의 요구사항을 지키면서도 의미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왜곡이 아니라 일종의 의미의 선택이라고 할까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사작성 기간 동안 느낀 이러한 의미의 변화의 요인 내지 기법(?)은 대표적으로 두가지가 있습니다.

1. 행위주체를 사라지게 하기

2. 사실의 누락 또는 배열의 변화


먼저 첫번째로 '행위주체를 사라지게 하기'를 볼까요.

어제 MBC의 아침뉴스인 뉴스투데이 7시대에 나온 단신 기사입니다.

 서울시 빚 5년새 3배 증가‥1인당 37만 원
play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임기 5년 동안 서울시의 채무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시 채무액은 3조8천177억원으로 2005년의 1조 933억원에 비해 약 3.5배로 불어났고, 시민 1인당 채무액은 37만원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지방채를 대거 발행하는 등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사가 5시간 뒤 낮 12시 뉴스에선 어떻게 바뀌서 나갔을까요?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시 빚 5년새 3배 증가…1인당 37만원
play

지난해 서울시 채무액은 3조8천억원으로 2005년 1조9백억원보다 3배 넘게 증가했고, 시민 1인당 채무액은 37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평균 채무액이 1조9천억원인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보다 2배 가까운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시는 불어난 채무 대부분이 사회간접자본과 일자리 창출에 쓰였고,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두번째기사는 앞기사와 확실히 달라진 게 있지요. 바로 오세훈시장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이 기사는 원래 연합뉴스가 작성해 각 언론사에 제공한 기사원문을 방송용으로 재가공한 것입니다. 방송뉴스는 대부분 기자가 직접 취재해 작성하고 읽고 그림을 넣은 리포트기사가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스트레이트 위주의 짧은 단신도 많고 단신은 연합뉴스 등 통신사가 작성한 기사를 짧게 정리해 내는 것이 자주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연합뉴스에tjs 오세훈 시장의 임기 5년간 서울시의 빚증가정도를 주제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두번째 기사에서 그냥 '지난 2005년'이후로 말하고 있지만 이 2005년의 의미는 오시장의 임기시작점인 것입니다.

또 그러다보니 7시대 기사에선 영상도 오세훈시장이 나왔지만 12시 기사에선 그냥 서울시 전경이 나오고 맙니다. 작지만 확실히 큰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제 두번째, 기사의 재료가 되는 사실들, 기자들의 흔한 용어로 '팩트'를 이용한 변화를 살펴볼까요.

아래는 지난 9일 아침뉴스인 뉴스투데이에 나온 기사문입니다.

삼성카드, 80만건 고객정보 유출‥본사 압수수색

◀ANC▶

삼성카드사에서 유출된 고객정보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8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출됐으면 어디인가로 다 넘어갔을 텐데요.
000 기자가 보도합니다.

◀VCR▶

삼성카드에서 유출된 고객정보는 수만 건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정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카드 내부직원의 입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경찰 수사에 앞서 자체 감사를 받아온 박씨는 삼성카드 측에 80만명의 고객 신상정보를 유출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개월동안 매달 4만명의 고객 정보를 밖으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장기간 고객 정보가 새나갔는데도 눈치조차 채지 못 했던 삼성 카드 측은 뒤늦게 보안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INT▶ 임노원 홍보팀장/삼성카드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력을 최소화하고 또한 고객 정보를 활용하는 사람들을 실시간 모니터링을 해서"

한편 경찰은 어제 오전 삼성카드 본사와 직원 박 씨의 집에 대해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10명의 수사관이 투입돼 박씨의 노트북과 데스크탑 컴퓨터의 파일, 그리고 관련 서류들을 확보했습니다.

◀INT▶ 이용욱 수사과장/서울 남대문경찰서
"현재 수사는 개인 정보 유출이 얼마나 됐는가에 중점을 맞추고 객관적인 증거수집에 좀더 많은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고객정보가 어디로 넘어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필요하면 박 씨의 계좌를 추적해 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할 계획입니다.


다음은 위의 기사를 토대로 재작성된 기사로 역시 낮뉴스용으로 작성됐으나 실제 방송에 나가지 못한 기사입니다.

◀ANC▶
삼성카드사에서 유출된 고객 정보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8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어제 삼성카드와
정보 유출 직원의 집을 압수수색했습니다.

◀VCR▶


삼성카드에서 유출된 고객정보는 수만 건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정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카드 내부직원 박 모씨는 경찰 수사에 앞선 회사측 자체 감사에서 고객 80만 명의 정보를 유출했다고 시인했습니다.

결국 삼성카드는 이같은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어제까지 외부에 감춰온 것입니다.

박 씨는 지난 20개월동안 매달 4만명의 고객 정보를 밖으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출된 정보엔 당초 알려진 고객 이름과 휴대전호 뿐만이 아니라,주민번호와 직장명까지
포함됐습니다.

한편 경찰은 어제 오전 삼성카드 본사와 직원 박 씨의 집에 대해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해
박 씨의 노트북과 데스크탑 컴퓨터의 파일, 그리고 관련 서류들을 확보했습니다.

◀INT▶이용욱 수사과장
"현재 수사는 개인 정보 유출이 얼마나 됐는가에 중점을 맞추고 객관적인 증거수집에 좀더 많은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고객정보가 어디로 넘어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아,경찰은 박 씨의 계좌를 추적해
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할 계획입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어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습니다/

◀END▶


일견 비슷한 내용으로 전개되는 듯 싶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삼성카드가 개인정보의 유출여부를 미리 알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다릅니다.

첫번째 기사는 삼성카드측은 유출을 알지 못했다가 뒤늦게 보안에 비상을 걸었다고 설명하고 있고 두번째 기사는 알고도 어제까지 감춰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자체감사를 통해 이 정보유출을 파악하고도 회사측은 이를 밝히지 않아왓다는 것이 경찰수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입니다. 첫번째 기사는 이 중요한 내용을 누락하고 있습니다. 사실 누락이 아니라 왜곡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기자가 일부러 사실을 왜곡했다기 보다는 경찰의 수사내용을 좀더 충실히 취재하지 않아 이 사실을 빠뜨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빠트림'으로 인해 기사에 나타난 삼성카드의 잘못의 정도는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팩트의 누락은 사실 흔히 벌어지는 일인데, 또 하나 요새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지난 8일 보도됐던 곽교육감 관련 기사에서도 보여집니다.

그날 박명기 교수는 자신이 받은 돈은 후보사퇴의 대가가 아니며 검찰진술에서도 대가성을 부인했지만 검찰이나 언론에선 자신이 대가를 인정했다고 보도가 나가고 있다고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팩트는 어떤 언론에선 매우 크게 다뤄지고 어떤 언론기사에선 누락됐습니다. 그날 KBS와 MBC의 밤 9시 메인뉴스가 이 바로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박교수의 이 말이 곽교육감의 혐의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고 그동안의 언론보도와 다르므로 다뤄야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반면 피의자는 항상 자신의 혐의를 반박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박교수도 자신의 혐의를 가볍게 하기 위해 당연히 대가성을 부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법판례상 법원은 당사자가 대가성을 부인해도 당시 정황을 보고 대가성을 판단하므로 박교수측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 다룰 필요가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이런 팩트의 넣고 안 넣고의 차이가 기사를 매우 '달라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매일 쏟아지는 수천개의 기사문들, 그속에서 드러난 '주체'와 '사실'보다는 사라진 부분을 발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의미의 발견인 경우가 많습니다. 드러난 것보다는 없는 부분을 찾는 것이 바로  기사읽기의 핵심입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2011/09/14 21:44 2011/09/14 21:44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트랙백 RSS :: http://leadship.pe.kr/tc/rss/response/104

댓글+트랙백 ATOM :: http://leadship.pe.kr/tc/atom/response/104

트랙백 주소 :: http://leadship.pe.kr/tc/trackback/104

트랙백 RSS :: http://leadship.pe.kr/tc/rss/trackback/104

트랙백 ATOM :: http://leadship.pe.kr/tc/atom/trackback/104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댓글 RSS 주소 : http://leadship.pe.kr/tc/rss/comment/104
댓글 ATOM 주소 : http://leadship.pe.kr/tc/atom/comment/104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오픈아이디로만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