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입니다. 대부분 대중교통보다는 자기소유 차를 이용해야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자동차 구입과 운전면허증 따기는 미국 정착의 중요한 관문 중 하나입니다. 이중 저는 운전면허증 따기, 더 자세히는 뉴저지에서의 운전면허증을 딴 저희 가족의 예를 보여드릴까 합니다. 체계적인 설명들은 인터넷에도 많이 있지만 실제 와보면 조금씩 상황이 달라집니다. 저희 가족의 예도 단지 하나의 예가 되겠지만 그래도 역시 ‘다른 그리고 힘든 경험’의 한 예가 될 것입니다.
일단 뉴저지주는 한국면허를 그대로 인정해주거나 바로 미국면허로 바꿔주지 않습니다. 한국면허와 국제운전면허증을 가져올 경우에 한해 필기시험만 보고 미국면허로 바꿔줍니다. 뉴욕주처럼 실기까지 보게하 는 곳보다는 낫지만 관문이 하나 있는 것이죠. 근데 실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건 필기시험 자체보다는 필기시험을 보기 위해 준비해야할 서류들과 Motor Vehicle Commission 즉 자동차국에서의 줄서기입니다. 뉴저지주에서는 운전면허를 따든 자동차를 등록하건 간에 신청자는 우선 ‘6point-ID verification program’에 따른 서류를 준비해야합니다. 쉽게 말해 신청자의 신원을 증명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해야하는 것인데 그 서류점수가 6점입니다. 이 6점은 또 4가지 종류의 서류들로 구성됩니다.
1) 최소한 한가지의 primary document
2) 최소한 한가지의 secondary document
3) 사회보장번호 또는 사회보장번호를 받지 못할 경우 Denial Letter
4) 주소증명서류
이에 대한 설명글은 많지만 여기서 간단히 말하면 우선 primary document로 외국인들은 여권과 비자, DS2019와
I94를 한 세트로 내게 되는데 이것이 4점을 충족시킵니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2점은 두 번째인 secondary document에서 채우게 됩니다. 보통은 현지은행에서 발행해주는 account statement나 ATM카드로 채우곤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준비 서류인 사회보장번호는 J1비자를 가진 연수자 본인은 사회보장국 사무소에서 발행한 사회보장카드를 제시하고 사회보장번호를 받을 수 없는 J2비자를 가진 연수자 가족들은 역시 사회보장국 사무소에서 내주는 denial letter(사회보장번호를 받을 자격이 안 돼 거절하지만 신분은 확실하다는 의미의 서류)를 제시해야 합니다. 단 사회보장카드의 경우는 이 자체가 1점짜리 Secondary document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소증명서류는 거주지 주소가 나온 은행의 statement나 전기, 가스회사의 고지서 중 하나를 내면 됩니다.
저희 가족의 경우는 저는 여권, 비자, DS2019 등 세트/ 사회보장카드, 은행 발행 statement 로 6점을 채웠습니다. 또 아내의 경우는 여권 등 세트 / A은행 statement, B은행 ATM카드로 채웠습니다. 은행 Statement는 1점짜리 서류인 동시에 주소지 증명 서류 역할도 합니다. 물론 따로 주소증명용 서류를 더 챙겨도 무난합니다.
여기까지는 원론이라 할 수 있고 저희의 실제 사례를 이제 풀어보겠습니다. 저희는 사회보장번호 카드가 일찍 나와서 입국 둘째 주에 자동차국을 방문했습니다. 8시에 문 연다 해서 7시반에 도착했지만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네 긴 줄입니다. 건물을 반쯤 감싼 긴 줄이 이미 있었습니다. 이렇게 밖에서 길면 1시간 줄서게 된다고 하는데 저희는 일찍 와서 30분 정도 줄 선 뒤 안에 들어갔습니다. 안에 들어가도 역시 줄을 또 서야 하는데 줄 서서 2번에 걸쳐 6점 서류를 체크받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저나 아내 다 잘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관문이 문제였습니다.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비자, DS2019등의 서류를 다시 전산상으로 확인하는 절차 즉
SAVE 인증을 거쳐야합니다. SAVE는 The Systematic Alien Verification for Entitlements의 약자로 미국의 각종 정부기관이 민원을 신청한 외국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전산망입니다. 문제는 저는 확인이 완료됐는데 아내의 경우에는 DS2019에 있는 번호가 SAVE상의 번호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로선 황당한 말이었습니다. 학교에서 DS2019를 잘못 발행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렇게 번호가 틀렸다면 분명 입국에서부터 문제가 생겼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상하다고 말했지만 자동차국 공무원은 이민국에 가든지 해서 DS2019를 다시 만들고 확인하라며 인터넷으로 조회할
SAVE 인증번호를 대강 적어주고는 더 이상의 질문을 거부한다며 밀어냈습니다.
결국 그래서 아내는 시험을 볼 수 없었고 저만 시력검사와 필기시험을 거쳐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경우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큰 걱정을 낳았습니다. 사실 이
SAVE 확인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습니다. 입국이후 이민국의 전산확인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 특히 J2비자로 온 가족들의 경우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류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차원이 다른 것이죠. 자동차국 공무원 말대로 이민국까지 가야한다면 정말 문제인 것이 이민국은 인터뷰 약속 잡는 것만 거의 한 달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걱정에 사로잡힌 저희는 바로 다음날 DS2019를 발행한 제 연수기관 컬럼비아대학교의 국제학생사무소를 방문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사무소 직원도 황당해 하더군요. 이름이 복잡해 잘못 입력되거나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서류번호가 틀리는 경우는 없었다며 조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서류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직원의 설명으로는 학교의 전산망은 SAVE와 연결돼 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자동차국의 전산조회가 잘못된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워싱턴의 미국 국토안보부 직원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토안보부!?’ 사실 이 말에 저나 아내는 당황했습니다. 그럴 것이 도대체 우리의 서류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미국의 대테러기관인 국토안보부까지 등장해야하는지 걱정스러웠으니까요. 하지만 과정을 알고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학교가 연수자를 초청하는 서류인 DS2019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국토안보부에 연수자에 관련된 정보를 보내 확인을 받습니다. 결국 DS2019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 줄 곳도 국토안보부인 겁니다. 결국 학교직원이 국토안보부의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고 국토안보부 직원은 다시 뉴저지 자동차국에 제 아내의 서류에 문제가 없다고 연락을 띄웠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는데 5일이 걸렸고 학교직원은 저희에게 다시 자동차국으로 가도 좋다며 그러나 혹시 또 안 되면 자동차국의 매니저를 만나라고 했습니다. 자동차국 공무원의 고압적 자세를 생각하면 매니저를 만나는 건 주저되는 일, 한국적 이야기로 바꾸면 한마디로 민원인이 “책임자 나오라고 해!”라고 외치는 거니까요.
그래서 가슴 졸이며 두 번째로 자동차국을 찾았습니다. 첫 번째 방문이후 1주일 만이었습니다. 기나긴 줄을 다시 서서 ID체크를 끝내고 다시 전산조회. 저와 아내는 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매니저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엔 전산조회에서 통과됐습니다.
미국, 특히 뉴저지에서의 운전면허증 따기, 시험 자체보다는 시험장까지 들어가기가 힘듭니다. 6점 서류를 만들기 위한 귀찮으면서도 시간 걸리는 작업들, 그리고
SAVE 인증의 지연, 심지어는 저희 가족처럼
SAVE 기록의 불일치 문제까지...
저희 가족과 같은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 DS2019의 문제는 발행기관인 학교, 그중에서도 연수자나 유학생을 돕는 게 일인 국제학생 사무실을 찾는 것이 방법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처음에 왜 자동차국직원이 우리 기록이 틀리다고 퇴짜를 놓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첫 입국시 공항의 입국심사대직원이 입력을 잘못한 것인지, 자동차국 공무원이 기록을 잘 못 본 것인지, 아니면
SAVE 전산망의 문제였는지...
아무튼 악명 높은 미국 자동차국과 관련된 또 하나의 케이스가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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