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newsroom'에 해당되는 글 34건

  1. 2004/02/25 주인장 언어는 나의 질곡
  2. 2004/01/29 주인장 늑대를 잡아라
  3. 2003/08/16 주인장 연습벌레 김미현
  4. 2002/07/19 주인장 민원으로 특종상 탄 사연

언어는 나의 질곡

Inside newsroom 2004/02/25 21:38 주인장
역시 오랜만이죠.^-^

3.1절 맞이 기획을 내라는 캡의 닥달에 생각만 거듭하던 저는 그다지 새롭지는 않고 사건기자에겐 전혀 안 맞지만 3.1절에는 맞는 아이템 하나를 냈습니다.

  서울대 도서관에 보관된 경성제대시절의 33만권 고서적. 그중엔 일본에도 없는 일본책,

독일에도 없는 독일책, 유일한 몽고어 백과사전 등등 귀중본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산 부족으로 일부 서적 외엔 제대로 된 설비없이 일반서적처럼 보관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볼 수가 없다는 것. 보존문제때문에 스캔해서 컴퓨터화면으로

보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마저 예산이 없어 전산화는 단 2천권 수준에서 끝나게 됐습니다.

반면 일본은 정부의 보조아래 해마다 조사단을 파견해 목록을 작성하고 우리는 엄두도 못내는

출판작업까지 벌이고 있다는 것.

  국내방송 카메라엔 처음 공개했다는 귀중본 서고까지 들어가 모든 촬영을 끝냈지만 중요한

것 하나가 남았으니 바로 일본교수 인터뷰. 자신들이 얼마나 서울대 고서적에 대한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는지, 또 사실 그 책들은 우리 일본것이라는 속내가 담긴 인터뷰가 필요했던거죠.

  겨우 조사활동의 중심이 됐던 한 일본 교수의 연락처를 알아낸 뒤 일본어에 능한 친구에게

물어서 인터뷰질문을 한글로 옮겨서 외워서 -마츠바라 교우주!, 와타시와 전봉기 토 모우시마쓰...

(이런 식으로요.) - 전화를 걸었으나 부재중이더군요.

  아마도 출장중일거란 생각에 그래도 이메일을 확인할 것 같아 이번엔 못하는 영작을 해서

메일을 보냈습니다. 아래와 같은 콩글리시로요.

        

          Hello.

Professor Matsubara.

I'm a Korean news-reporter, Jeon Bong-Ki. (Munhwa Broadcasting Company)

Now I'm covering preservation of old books in Seoul National Univ.

I'm interested in your previous research in Seoul National Univ.

So I would like to call you. I called you today to your office (92-726-4673).

But I failed to contact. Could you let me know your approachable phone number.

Please answer my letter ASAP.

Thank you.


그런데 답이 바로 오더군요. 다음과 같이요...

 

보내 주신 메일 잘 받아봤습니다.

휴대폰 번어는  090-9147-29**  입니다.

이번 주 금요일 서울으로 갈 예장입니다. 숙소는 명동 ***호텔입니다.

34일까지 숙박할 생각이니까  혹시 용건이 있으시면  그 호텔까지 연락을 해주십시오.

 

한마디로 저는 뻘짓을 한 겁니다... 한국학에 능통한데다 매년 한국에 오다보니 한국어가

 거의 자유로운 사람이라더군요.

   30분간 영작해서 메일을 썼고 역시 30분간 일어 질문을 연습했는데 ... T-T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4/02/25 21:38 2004/02/25 21:38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트랙백 RSS :: http://leadship.pe.kr/tc/rss/response/31

댓글+트랙백 ATOM :: http://leadship.pe.kr/tc/atom/response/31

늑대를 잡아라

Inside newsroom 2004/01/29 21:47 주인장
요새 업데이트가 너무 뜬해서 잡담이나 하나 올립니다.

어제도 역시 센 총을 맞았습니다. 제목은 달아난 늑대...

서울대공원에서 달아난 늑대에 대한 리포트를 만들라는 거였는데, 위의 데스크들은 흥분하더군요.

늑대 그림된다며 사회부에 뛰어와서는 '누가 나가냐?', '중계차도 보내라, 필요하면 헬기도 띄우겠다' 등등...

  헬기라는 소리에는 정말 웃음이 나오더군요. 우리에서 7년산 늑대가 위험하면 얼마나

위험하다고 볼거리가 되면 얼마나 된다고 헬기까지 띄우는지... 어쨌든 그림 되니 잘 만들어오라

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정작 지시 내린 시간은 4시 반이 지나서 였습니다. 딴일 시키고 있다가

다른 방송사보다 몇시간이나 늦게 취재지시를 내린 데스크때문에 도착해보니 역시 찍을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수색작업도 중단됐고, 늑대가 부수고 나간 나무상자도 없어졌더군요. 심지어 늑대우리의 나머지 늑대들도 자러 들어간 상황. 카메라기자 선배는 옆 우리의 'Timber Wolf'라도 찍자고 했는데제가 보니 그 팀버울프는 한국늑대하고는 생김새가 너무 다르더군요. 약간 헝그리하게 생긴 회색의 한국늑대와는 달리 흰색의 덩치큰 팀버울프...

  다행히도 낮에 우리가 SBS에 다른 사건의 그림을 빌려줬던 관계로 늑대 그림을 얻어오긴 했지만 영 개운치 않은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KBS는 늑대가 도망갈때의 그림이 있다고 리포트에 이어 현장 생중계까지 하더군요.

  '동물원에서의 현장 생중계'... 우리 공영방송의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하긴 엠비시도 세종기지 조난사고 때 유일하게 현장그림 있다고 30분가까이 남극 뉴스만 틀어대는 만행을 저지른 적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드디어 방송국 헬기까지 동물원으로 날아갔습니다. 도대체 헬기에서 보면 늑대가 보이긴 하는지, 아무튼 오히려 늑대를 멀리 멀리 도망가게 한 건 아닌지 걱정만 만들고 아무 소득 없이 헬기는 동물원 상공을 맴돌기만 했습니다. 모든 젊은 기자들은 비웃었지만 보도국장의 강력한 의지였기에...

   바보상자인 티비, 만드는 이들이 바보니 역시 바보상자임에 틀림없습니다.

  내일은 시민단체가 당선운동을 하건 낙선운동을 하건, 외국인노동자들이 시위를 하건 간에

동물원으로 늑대 특종이나 하러 가야겠습니다...

*** 2009년 3월에 다시 이글을 보니 참 감회가 새롭군요. 이때는 저도 참 젊은 기자였던 것 같고, 지금은 간부들이 시청률에 조급해 할 수 밖에 없는 심정이 조금은 적어도 저 글을 쓸 때보다는 이해가 가긴 하네요. 아마 좀 있으면 통과될 새방송법이후엔 저런 모습은 아예 일상 다반사가 될 겁니다. 기업의 논리가 철저히 적용되는 민영방송의 시대, 게다가 하나만 남아있을 공영방송은 공영이 아니라 정부여당에 철저히 지배받는 신 국영방송이 돼 있을 테니까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4/01/29 21:47 2004/01/29 21:47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트랙백 RSS :: http://leadship.pe.kr/tc/rss/response/32

댓글+트랙백 ATOM :: http://leadship.pe.kr/tc/atom/response/32

연습벌레 김미현

Inside newsroom 2003/08/16 23:04 주인장
* 2003년 8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렸던 LPGA '아사히 료쿠켄 클래식' 대회를 취재할 때 썼던 글입니다.


이번 LPGA 취재에서 느낀 건 우리 여자선수들이 아무 이유없이

그렇게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손수 밴을 몰아가며 딸을 '모시고'

미국 전역의 대회장을 돌고 있는 박희정 선수의 아버지 등 부모들의 열성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참 대단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특히 선수들 개인의 욕심과 열성이 상상이상이더군요. 그중에서도 김미현선수의 경우는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대회에선 우리 선수들이 대체로 부진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할때

표정들이 밝지 않았죠. 대회 폐막 하루전 3라운드를 마치고 인터뷰를 하던 중 김미현 선수를

해야할 차례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 어두운 표정... 마이크를 가지고 다가가며 약간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울먹하는 표정으로 안하겠다며 그냥 사라지더군요. 김미현 선수 아버지가

대신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저도 이해되긴 했지만, 그래도 프로선수인데 성적 나쁘다고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이 기분 좋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 일행은 취재한 영상과 오디오를 현장의 중계시설을 이용해 쏘느라

어두워질때까지 남아있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본것은...

  아무도 없는 골프장에서 혼자서 퍼팅 연습을 하고 있는 김미현이었죠. 그날 특히 퍼팅에서

실수가 많았던 김미현선수, 부모에게 부탁해 바로 새 드라이버를 사오게 했고 그것으로 다시

연습에 들어갔던 겁니다. 그렇게 빛이 다 사라진 밤 9시까지 연습한 김미현.

  연습을 끝낸 김미현 선수는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했습니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성적이 너무 나빠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세팅이 잘 안돼 제대로 위성송신이 안 되는 와중이어서 길게 얘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김미현의 그 열성은 참 모두에게 인상깊은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마지막 라운드,

드라이버를 바꾼 것이 효과를 봤는지 김미현 선수는 그래서 10위권으로 성적을 올리며

경기를 마쳤습니다. 성실하게 인터뷰에도 응해준 것은 물론이고요.

  미국인의 스포츠에 괜히 부모들의 극성을 뒤에 업은 우리 선수들이 떼로 가서 유난떠는

것 아닌가 하는 자격지심도 있었던 저에게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준 일이었습니다.

  사실 뭐든지 프로는 아름답습니다. 그걸 느끼게 해준 김미현이었습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3/08/16 23:04 2003/08/16 23:04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트랙백 RSS :: http://leadship.pe.kr/tc/rss/response/18

댓글+트랙백 ATOM :: http://leadship.pe.kr/tc/atom/response/18

특종상이란 제목을 보고 이 친구도 결국은 자기 자랑으로 시작하는군 하시겠지만...

'민원'이란 말 그대로 보도를 원하는 사안을 가진 사람들이 기자들에게 취재를 부탁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개 그런 건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이익을 위한 거라 사회적 이슈가 되는 기사거리하고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죠. 그래서 기자들은 이런 사안의 경우 무시하는 일도 많고 취재하게 되더라도 열의없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제보들이라는게 정도 차이는 있지만 보도가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에 제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당사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도가치가 없다고 보는 것도 편협한 시각이긴 합니다. 때로는 당사자만의 이익 뿐 아니라 사회전체에 이익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경우라면 선입견없이 취재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부 온지 한 달도 안 된 지난 2002년 2월 저는 한 높은 선배의 아는 사람으로부터 민원을 받았습니다. 이 양반 말인즉 자기가 을지로의 한 지하상가 주차장을 법원 경매로 싸게 구입했는데 알고보니 주차장 한 구석에 엄청난 쓰레기가 있었고, 전 주인이나 상가주민들이 치워줄 생각을 안하므로 이것을 고발해 달라는 얘기였습니다.

  뭐 '방송보도로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말이었죠. 내가 쓰레기치는 청소원이냐 하며 신경질 내며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쓰레기가 많긴 많더군요. 주차장과 지상도로로 통하는 연결통로 세군데에 쓰레기 더미가 버티고 있었던 겁니다. 내용물을 보니 꽃과 인쇄물 등 그 위 상가에 입주한 가게의것이 맞더군요. 어쨌든 일진선배에게 보고를 하는데 처음엔 시큰둥하던 선배가 되려 왜 그런걸시큰둥하게 보고하냐며 열을 내더군요.   큰 고발은 아니지만 재밌는 기사가 될 수도 있다는 거였죠.

  솔직히 나는 기사고 뭐고 쓰레기 치우러 취재간다는 것 때문에 유쾌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구청 청소과 직원에 쓰레기 전문 처리회사 직원까지 불러모아 현장에 가니 나름대로 얘기가 나오더군요. 일단 처리회사 직원은 쓰레기 양이 무려 '100톤'임을 증명해 주었고, 구청직원들과 나는 쓰레기 산을 파헤치며 '그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쓰레기는 뭐고 뭐고... 그래서 상가 주민들이 몰래 버린 것에 틀린 없습니다.'

 '쓰레기 속에서 카드 영수증이 나왔습니다. 주소는 이 상가의 한 가겝니다. 찾아가 봤습니다.'

 (상가 주민왈)' 내가 안 버렸어요. 지나가는 사람이 주워서 거기 버렸나 보죠' 등등...

그래서 어쨌든 지하의 쓰레기 백톤은 카메라출동으로 나갔고, 수년간 쓰레기를 몰래 버려 쓰레기산을 만든 상가주민들은 망신 톡톡히 당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다행히 쓰레기속을 잘 파헤친 덕에 현장성 좋은 아이템으로 잘 방송돼서좋은 평을 받아 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내입장에서 내가 취재해서 찾아낸 것도 아니고 누가 다른 목적으로 부탁한 것으로 상을 받아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지만, 더 잘하라고 준 것으로 생각하기로 었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보도에는 구청도 아주 적극적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구청도 주차장주인과 같은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죠. 구청이 치우는 일이 생기기 전에 방송보도로 주민들이 나서서 쓰레기를 치우기를 바랬던 겁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됐을까요? 

  아쉽게도 방송보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치우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구청에서 세금을 들여서 치워야했습니다. 하긴 방송보도 하나로 십년이상 버려온 쓰레기들을 주민들이 수천만원 들여서 치우기 어려웠겠죠.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2/07/19 22:47 2002/07/19 22:47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트랙백 RSS :: http://leadship.pe.kr/tc/rss/response/7

댓글+트랙백 ATOM :: http://leadship.pe.kr/tc/atom/respons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