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유럽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 10년간의 대북지원금이 북한의 핵개발자금으로 유용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주장(?)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보수단체의 주장이 아닌 '대통령의 말'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오늘은 남북관계의 중요한 변곡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로써 이 정부는 확실히 6.15정신은 끊어냈습니다. 자신들의 말을 다시 부정하는 일을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금강산 관광도 재개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북한에 현금을 주는 사업이니까요. 당연히 개성공단도 현상유지 아니면 단계적 축소의 길을 걸을 듯 합니다. 역시 현금줄이니까요.

  그러나 저의 짧은 견해와 판단으론 10년간 우리가 북한에 건넨 돈이 핵무기가 됐다는 그 말에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굳은 머리와 귀차니즘으로 정교한 근거자료를 시간들여서 찾아내긴 싫지만 이 주장에 동의하기 힘든 몇가지 논거를 들 순 있습니다.

  첫째는 시간의 오류이고 둘째는 북한 '정권'의 성격과 북한 '국가'의 능력에 대한 몰이해입니다.

  우선 많은 이들은 북한의 핵무기가 지난 2006년 10월의 핵실험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건 틀린 겁니다. 사실 북한이 핵무기를 처음 개발한 건 노무현 정부때도 심지어 김대중 정부때도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아마도 김영삼정부로 그리고 근원은 더 위까지 올라 가야 합니다.

북한 핵문제가 처음 알려진 건 1989년 프랑스 상업위성이 영변의 핵시설을 공개함으로써 입니다. 그런데 영변핵시설은 무려 1986년부터 가동됐고 북한은 동시에 그 주변에서 핵기폭장치을 만들기 위한 고폭탄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1992년 이전에 연료봉을 재처리해 핵무기 2개는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10에서 12킬로그램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핵문제에 열을 내는 보수단체나 그 문제에 있어선 가장 정통한 외교관들은 이상하게도 북한이 언제 처음으로 핵무기를 만들었을까에 대해선 침묵합니다. 그러나 80년대부터 원자로는 물론 재처리시설까지 만들고 90년대 초반에 이미 플루토늄을 확보한 북한이 그뒤 20년간 넘게 플로토늄을 묵혔을까요? 아니면 1차 재처리 직후 바로 만들었을까요? 그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환상을 심어줬다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게 오히려 이치에 맞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의 보수진영이 오해하는 혹은 감추고 싶어하는 건 또 있습니다. 우리의 경제지원이 없었으면 북한은 무너졌을 거라는 게 군복입고 시청광장에 나와서 시위하는 분들의 레퍼토리입니다. 하지만 실제 북한이 가장 힘들었던 건 지금이 아니라 90년대 초중반입니다. 수십, 수백만이 굶어죽었고, 국가의 모든 생산활동은 중단됐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대입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 북한의 인민들은 상대적으로 아주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남측의 지원이 완전히 끊긴 지금도 평양은 오히려 전에 없이 활기가 넘치고 심지어 새로 휴대전화서비스가 시작되는 등 경제활동이 활발하기만 합니다.
  또 2006년이나 2007년 대홍수가 났을 때도 북한은 모자라는 식량의 상당부분은 중국에서 사와서 스스로 메꿨습니다. 네오콘들의 시각처럼 뒷골목의 깡패집단이 아니라 그래도 2천5백만의 인구를 가진 '국가'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지원했다는 약 11억 달러 정도의 현금은 북한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됐을까요? 근데 이 11억달러과 비교할 건 올해 4월 장거리로켓 발사에 들어간 비용입니다. 우리 정부는 그 한번의 발사에 어림잡아 3억 5천만달러는 들어갔다며 그 돈이면 북한식량문제는 다 해결된다고 북한정권의 뻘짓을 규탄했습니다. 그런데 또 2차 핵실험을 했는데 여기엔 미사일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갔다고 봐야 합니다. 거기다 올해 쏴댄 수십발의 단, 중거리 미사일들... 아마도 이것만 합쳐도 11억달러는 넘어섭니다. 의외로 북한이 쓰는 돈은 많고 그에 비하면 10년에 걸친 우리의 지원금은 작은 비중이 됩니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건 북한은 자력갱생의 나라라는 겁니다. 바세나르 협정 등 이전부터의 수출통제에 따라 북한은 일부 부품외엔 핵이건 미사일이건 자국기술과 부품으로 해결했습니다. 우리가 준 달러가지고 부품 수입해와서 만든 건 아니라는 겁니다. 어차피 핵이나 미사일이나 모두 대부분의 부품은 북한 자체 조달입니다.

  이렇게 보면 지난 10년간의 현금지원때문에 핵개발이 가능했다는 주장이 어느정도 의미를 갖고 있는 지 알 겁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북한정권이 주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와 다르다는 겁니다. 식량이 모자랄때 제일 먼저 굶게 되는 건 평양시민이 아니라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과 항경도 같은 소외된 지역의 충성심이 덜한 주민들입니다. 북한정권 입장에선 이런 사람들은 굶어죽건 말건 신경 안 씁니다. 오히려 잠재적인 위협세력이 줄었다고 좋아할 일이죠. 대신 중국에서 식량사와서 평양시민과 군대는 우선적으로 먹이고 그 정도의 여유는 있는게 북한입니다. 결국 우리가 지원을 끊어봤자 주민들만 힘들뿐 북한정권을 무너뜨리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이전 남북대화 과정에서 북한의 당국자가 농담반으로 우리측에게 했다는 '위협'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북한 당국자가 한번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신들 잘난 체 하는데, 우리가 한 2백만 정도만 남쪽으로 내려보내줄까? 그럼 한 백만명쯤은 지뢰밡고 죽겠지만 그래도 백만은 남쪽으로 내려갈텐데, 그럼 당신들은 어떻게 될까? 남한이 백만명 먹여살릴 수 있나?"   

아마도 그런 일이 벌어지면 우리 경제는 파탄이 불보듯 뻔합니다. 더구나 그 백만명을 어떻게 어디에 수용할 것인지도 답이 안 나오는 거죠. 그러나 대량난민사태는 우리에게 치명타지만 북한으로선 그저 입을 덜고 불만세력을 줄이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는 일입니다. 북한의 무서운 무기는 핵이 아니라 우리에겐 대량의 난민이 될 것입니다. 이또한 지원을 끊어서 북한을 무너뜨리자는 일부 주장이 가진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겁니다.

** 혹 이 글을 보고 저의 시각을 이상하게 볼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주인장은 '공화국의 적'이 됐던 적도 있는 사람입니다. 저로선 오히려 주민들의 인명을 경시하는 북한정권의 속성을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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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9 00:46 2009/07/0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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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맡고 있는 아침뉴스의 '이시각세계'란 코너는 원래는 '세상에 이런일'류의 황당하고 재밌는 해외영상들을 보여주는 코너에서 비롯됐습니다. 지금도 그런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각 나라의 사회구조나 갈등을 축약해 보여주는 사례가 있으면 되도록 챙기는 편이고 그러다 보면 우리 사회의 모습과도 연결되는 사례들을 접하곤 하죠.

  어제 2일 화요일에 전한 뉴스들의 경우도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아래의 기사인데요. 한번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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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

국제부입니다.

쿠르드 자치정부가 처음으로 원유수출을 시작했습니다.

자치주의 독자적인 수출을 반대했던 이라크 중앙정부와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인데 이 지역에서 유전을 개발중인 우리 기업들에게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VCR▶

쿠르드 자치주의 주도 아르빌의 기념식장,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쿠르드정부 수반이 함께 밸브를 돌립니다.

동시에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유전에서도 밸브가 열리고 쿠르드에서 생산된 원유의 첫 수출이
시작됩니다.

쿠르드자치정부는 하루평균 1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2,3년내에 백만배럴로 늘릴 계획
입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쿠르드의 원유수출을 반대해왔지만 일단 수입액을 국고에 귀속시키기로
하면서 극적으로 수출이 허가됐습니다.

쿠르드의 원유수출개시는 이 지역에서 유전을 개발중인 한국석유공사 등 우리 기업의
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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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한 거리, 줄지어선 사람들로 가득찼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은 바닥에 앉기도 했습니다.

프랑스계 보석업체가 기획한 다이아몬드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삽니다.

무료 다이아몬드는 무려 5천개, 행운을 잡은 사람들은 환호하며 기뻐했습니다.

무료다이아몬드는 0.1캐럿짜리로 우리돈으론 7만원정돕의 가격입니다.

그러나 이 업체는 무료 다이아몬드를 받은 고객들에게 반지를 만들라고 권했는데
어이없게도 반지세공비는 다이아몬드값의 열배가 넘어서 장사속이 보이는 행사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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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표시를 단 차량들이 올해 초 가자전쟁때 폭격당한 유엔학교 현장에 도착
했습니다.

이들 조사단은 이스라엘군이 전쟁범죄를 저질렀는지를 현장조사하게 됩니다.

유엔조사단은 원래 이스라엘을 통해 가자를 방문하기로 했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입국조차 막는 바람에 이집트를 통해 가자에 들어갔습니다.

이스라엘정부는 조사단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조사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군의
범죄만 찾으려해 편파적이어서 입국을 막았다고 밝혔습니다.

팔레스타인인 천4백명이 숨진 일방적인 전쟁이었는데도 양쪽 다 똑같이 조사해야
공정하다는게 이스라엘의 주장인데요.

우리사회에서도 자주 논쟁이 벌어지는 공정성과 균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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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

철로에 누워 자살을 시도했던 한 여성이 기차가 지나갔는데도
무사히 살아난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체코에선 전직 총리가 경제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난때문에
달걀세례를 받았습니다.

◀VCR▶

이스라엘 북부의 한 철도 건널목 철로로 한 여자가 다가서고 철도원이 피하라고 손짓을
하지만 여자는 끝내 철로위에 누워버립니다.

뒤이어 기차가 이 선로를 지나가버립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여자는 멀쩡하게 일어나서 걸어갑니다.

이스라엘경찰은 자살을 시도힌 것으로 보이는 이 여자를 일단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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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MTV 무비 어워즈 시상식장, 사회자인 코미디언 앤디 샘버그가 유명스타들이
총집합한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줄에 매달린 천사복장으로 스타들 위를 날아다닌 샘버그, 결국 팝스타 에미넴 위로 떨어
집니다.

악동 코미디언의 장난이었는데 그러나 힙합계의 악동인 에미넴은 참지 못하고
바로 퇴장해 버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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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에선 유럽의회선거가 한창인데 체코의 유세장에선 달걀이 최대이슈가
됐습니다.

유세장에 사회민주당의 대표이자 전직총리인 파로벡이 나오자 항의하는 유권자들이
달걀세례를 퍼붓습니다.

얼굴의 달걀을 연신 닦아내면서 파로벡은 제발 그만하라고 외치지만 달걀세레는
계속됩니다.

파로벡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남발했지만 지키지 못한데다
지난 2005년엔 축제에 참여한 군중들에게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한 경찰을 옹호한
전력도 있어 이런 수난을 당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시각세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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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시면 알겠지만 유엔조사단의 입국을 이스라엘이 막은 뉴스가 있는데 사실 그림은
그다지 재미없었지만 제겐 관심가는 뉴스였습니다.

국제사회가 파견한 조사단을 마음대로 거부하면서 이스라엘 외교부가 내세운 논리는
위에서처럼 유엔조사단은 팔레스타인측의 범죄는 찾지 않으면서 이스라엘군만
조사하니까 편파적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측의 범죄도 똑같이 찾으라고
주장했는데...

아시겠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침공때 팔레스타인인은 천4백명이
죽었고 그 대부분은 민간인이었습니다. 특히 그 가운덴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와 병원이
폭격당해 죽은 민간인과 유엔직원들까지 포함돼 있죠.

이에 비하면 이스라엘은 수십명정도의 인명피해고 그 대부분은 군인입니다.

그런데도 기계적 균형을 들이대는 논리는 어딘가 낯익으실 겁니다. 그렇죠. 지난
탄핵정국때 그리고 작년 쇠고기파동 때 MBC뉴스와 PD수첩을 비판한 정치인들과
방송통신심의위 등의 논리였죠. 이들의 논란이 있는 사안은 양쪽을 다 균형있게 다뤄야
공정하다는 논리는 그 자체만 따로 떼서 그야말로 '진공'의 영역에서 보면 진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도와 미디어의 논리는 항상 그것이 반영하는 현실이 있다는 점을
두고 봐야 하고 이처럼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현실에선 더 명확하게 그런 균형론의
헛점이 드러납니다.

2. 두번째론 경제를 살리지 못한 총리의 달걀세레도 와닿는 뉴스죠.

처음엔 그림만 보고 내용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아이템을 뉴스에 넣기로
결정했습니다. 달걀껍질을 떼가며 연설을 하고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참 안스러우면서도
재밌는 영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통신사가 보내준 스크립트를 보면서 기사를 쓰는데 기사의 핵심부분일
'달걀을 맞은 이유'를 해석해보니 가관이더군요.

첫째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남발했지만 지키지 못했다는 것,
둘째는 축제때 모인 군중들 경찰이 강제로 해산시키면서 최루탄과 물대포를 쏜 일이
발생했을 때 경찰을 옹호하고 나선 게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는 것.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상황과 연결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기사 말미에 그렇게
"우리나라의 어떤 정치인을 연상시키는 대목입니다."라고 멘트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간 아마 앞으로 한 '1억 5천만년'정도는 방송출연을 정지를 당할 일이라
그럴 순 없었습니다.

혹 글을 읽으면서 오해하시는 분이 있을 까봐 밝히지만 제가 연상한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로 이 대통령입니다.

이승만 전직 대통령이요. 6.25이후의 경제위기를 극복못했고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를 경찰이 무력으로 진압하는 걸 묵인했죠. 여러모로 위의 달걀맞은 분과
연결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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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3 15:56 2009/06/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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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검찰의 중계방송식 수사내용 흘리기였습니다. 사소한 형사사건도 수사중인 내용은 피의사실 공표금지때문에 알려 줄 수 없다고 해오던 검찰이 이 사건에 있어선 '1억짜리 시계'같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언론에 흘리며 노 전 대통령을 망신주고 압박했던 것이죠.

영역은 다른데 요사이 또하나의 중계방송이 시작됐습니다. 바로 '북한의 위협'.

핵실험도 그렇지만 요새 다시 불거진 장거리 미사일 발사문제에 있어선 놀랍게도 우리 언론이 최첨단의 정보를 내놓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아침에 걸쳐 우리 언론은 북한의 대포동2호 미사일이 열차에 실려서 기존의 무수단리 기지가 아닌 평안북도 동창리로 이동하고 있다고 기사화 했고 심지어 이동이 완료됐다는 기사들도 오늘 나오고 있습니다.

- 동창리 이동시작 기사

- 동창리 이동완료 기사

반면 미사일 문제에 있어선 항상 발빠르게 그리고 한단계 사실보다 더 나가서 보도하기로 유명한 일본언론은 오늘 미사일이 동창리로 갈지 아니면 무수단리로 갈지 조차 아직 알 수 없는 단계라고 보도했습니다.

- 일본언론기사

심지어 CNN은 지난 토요일 북한의 미사일이 열차에 실렸다는 것도 아직은 불확실하다고 보도한 뒤 아직까지 동창리로의 이동 등에 대해선 보도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의 이런 '최첨단보도'는 아시겠지만 우리 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의 흘려준 정보때문입니다. 청와대를 비롯해 국방부와 외교부의 당국자들은 '정보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이전까지의 불문률은 완전히 벗어버리고 거의 현장중계하듯 소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정보가 앞서고 있는 혹은 앞선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온 이유는 다음 2가지 중 하나일 겁니다.

1. 한국의 정보력이 미국, 일본과는 비교가 안되게 막강해서다.

2.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정보 중 아직 불확실한 정보까지 우리 당국자들이 입맛에 맞게 확대해석해서 우리 언론에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이 글을 읽는 분들 스스로의 상식에 맞춰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또 한가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시점에 대해서도 오늘 우리 당국자들은 이달 중순에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의 전문가들은 최소한 이달 후반 내지 다음달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뭔가 우리 정부가 참 급하다는 건 확실한데 답답한 건 급한건 좋은데 국민들 긴장하게 만드는 것 말고 우리 정부의 대책이 뭐가 있는가 입니다. 사실 지난해부터 북한과의 긴장정국이 시작된 이래 이명박 대통령은 벌써 한 대여섯번 같은 내용의 담화를 내셨습니다.

"북한에 대해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응 하겠다!"

작년 금강산에서 박왕자씨가 총격으로 숨졌을 때도 개성공단의 출입이 제한됐을 때도 역시 '의연, 당당'이었고, 개성공단에서 우리 근로자가 억류됐을 때도, 그리고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도 '의연 당당', 그리고 이번 핵실험도 '의연 당당하게 대응'이었습니다.

이렇게 매번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응해왔는데도 왜 매번 같은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한 10번은 '의연 당당'을 말하실 것 같고 사실 그렇게 대통령이 '의연 당당'을 외치는게 우리 정부 대책의 전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우리 정부에게 북한을 제어할 수단이나 대책은 없습니다. 다만 북한이 조성하는 긴장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것만 가능할 뿐이죠.

이런 우리 정부의 형태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근심스러운 건 북한도 우리 정부이상으로 대책없는 이들이라는 점입니다. 6자회담과 햇볕정책이 유지되던 시기엔 북한도 '국제적 역량을 키워서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나름의 개혁정책을 김정일위원장의 지시하에 펴나갔고 이 정책은 젊은 관료집단이 뒷받침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이 깡그리 숙청당했고 군부가 모든 정책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우리 이상으로 북한도 '잃어버린 10년' 즉 남한의 자본주의 바람에 오염된 시기를 정화하자는 바람이 불고 있는 겁니다. 결국 남이나 북이나 능력도 없으면서 전쟁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권력을 쥔 것인데 이건 지난 김영삼정부 때이후로 처음 맞이한 위기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심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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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1 17:49 2009/06/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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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 홈피의 날린 자료 복구 겸 출장의 기억들을 살려 기록을 남겨두려고 합니다.

요새 기아의 최희섭이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거포타자의 본래 모습을 되찾고 있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뒤론 국내야구에 목표의식을 잃었던지 아니면 메이저리그 투수들 못지않은 우리 투수들의 실력에 적응 못해서였던지 실망스러운 성적이었죠.

지난 2002년 당시 최희섭은 메이저리그에 등장한 첫 한국인타자로 한창 이름을 올리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당시 저도 스포츠취재부에 온지 몇달 안 돼 첫 해외출장으로 바로 이 최희섭을 취재하러 갔습니다. Windy City라는 시카고의 멋진 풍광과 메이저리그 구장의 아우라에 흠뻣 젖었지만  첫 해외출장이다 보니 실수도 많았던 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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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호 주위로 늘어선 마천루들의 시카고의 첫인상이었습니다. 뉴욕을 라이벌 도시로 생각한다는 시카고인들의 자존심 만큼이나 높게 솟은 건물들은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높은 것들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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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상으론 잘 안 보이지만 외야담장에 담쟁이 덩쿨이 가득한 시카고의 명물이자 시카고 커브스의 홈구장인 'Wrigley Filed'입니다. 무려 1914년에 개장한 건물인데 안에 들어서면 관중석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야구장을 둘러싼 상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Arcade구조인데 각종 야구 기념품 상점과 무엇보다 핫도그를 포함한 간식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죠. 그리고 관중석으로 들어서면 이 같이 큰 규모의 구장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워낙 오래됐다보니 정말 낡은 구장이기도 합니다. 1년뒤 다시 출장 갔을 땐 야간경기중에 조명시설이 꺼지기 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전통과 질서가 깃든 곳이죠. 그물망조차 없이 바로 선수들 옆에서 시작되는 관중석의 구조, 선수들의 호흡이 바로 전달돼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선수들의 열기와 관중들의 함성 그리고 자부심 강한 스탭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묘한 흥분상태를 제게 던져줬죠.
  한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건 그곳의 기자실과 기자들의 문화였죠. 사실 저는 선진국에선 기자실이래 봤자 기자들이 서로에게 신경쓰지 않고 개인플레이 할 것이고, 구단직원들도 기자들에게 별로 신경안쓰는 선진문화(?)를 가지고 있겠지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곳 기자실은 우리 기자실 저리가라 할 정도로 규율이 엄격하더군요. 시카고 트리뷴지의 고참 기자가 기자회장이었던데 기자회장의 권한은 개별기자의 출입을 바로 정지시킬 정도로 대단했고 - 실제 KBS 특파원께서 상당히 결례를 저지르다 출입정지를 당했습니다 - ,기자들이 앉는 자리가 지정돼 있고 취재시엔 각종 규칙과 제약조건이 상당했습니다. 반면 기자실 좌석에 앉은 기자들이 그 자리에서 손만 까닥하면 구단의 여직원들이 달려와 어떤 걸 드실래요하고는 바로 음료수를 갖다주는 걸 보고 저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죠. 한국기자실에선 그랬다간 인터넷신문에 기사날 일이니까요.
  그리고 1달러만 내면 - 상징적으로 받는 돈이었죠 - 선수들과 동일하게 부페식으로 먹을 수 있었던 식당의 음식도 참 먹음직스러웠습니다. 두텀한 스테이크를 집어와 썰어먹고 있는데 식당종업원이 오더니 '너희 동양에서 왔지, 미리 말하지 그랬냐'하면서 초밥도시락을 하나씩 주고 가더군요. 도저히 배터질 것 같아서 먹지 못하고 들고 숙소에 와서 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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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입니다. 최희섭과 김선우입니다.
최희섭이야 흔치않은 동양인 거포로 주목받던 때 였고, 당시 몬트리올 엑스포스에 있던 김선우는 좀 힘겹게 주전경쟁을 하던 때였습니다. 그 때 몬트리올의 감독이자 왕년의 전설적인 타자 프랭크 로빈슨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저는 로빈슨 감독에게 나름 비싼 자개보석함을 선물하면서 조금은 비굴하게 '김선우가 경기 나오는 것 좀 볼 수 있나, 볼 수 있으면 우린 참 좋은데...'하면서 질문을 했죠. 그러자 로빈슨 감독은 터털 웃더니 다음 경기엔 내보겠다고 하곤 약속을 지켰습니다. 김선우로서나 저로서나 기분 좋은 일이었죠. 하지만 그 이후 로빈슨 감독은 어떤 이유에선지 김선우를 눈밖에 내치게 됐고 김선우는 고난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경기전 선수들을 취재한 경험도 색달랐죠. 역시 우리와는 차이가 좀 많았습니다. 경기 시작전 구장에서 몸풀때 자유롭게 취재하는 것이야 우리랑 비슷했지만 차이가 나는 건 클럽하우스 즉 선수들의 생활공간에서의 취재였죠. 일단 우리 야구장은 클럽하우스라고 부를만한 공간이 없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취재는 거의 불가능하죠. 선수들도 싫어하고요.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선 경기시작전 1시간 정도까진 클럽하우스 취재가 자유롭고 오히려 선수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인터뷰를 거부해선 안됩니다. 프로선수의 의무이죠.
  각 구장의 클럽하우스는 위의 사진 처럼 선수들의 사물함이 모인 곳이 주공간인데 이곳은 사물함외에도 식사나 심지어 카드놀이를 할 수 있는 큰 탁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엔 간단한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할 수 있는 룸과 샤워실이 있죠. 참으로 특이하고 역시 문화적으로 다른 건 샤워를 마친 선수들이 제대로 수건도 안 걸치고 돌아다니고 그걸 보면서 여기자들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점이었죠. (미드 섹스앤더시티에도 그런 에피소드가 하나있었죠. 양키즈구장에 주인공과 친구들이 놀러갔다가 잘못해서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바로 그런 '좋은'장면을 보고 정신 못차리는 씬이었죠.)
   그런데 당시 시카고 커브스 클럽하우스엔 왕이 있었으니 바로 새미소사였습니다. 제가 갔을 때 클럽하우스 가운데 탁자에 시디플레이어가 하나 있었고 레게음악이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기자들이 인터뷰하기도 힘들정도로 볼륨이 컸는데 아무도 줄이지 않더군요. 이유는 단 하나 새미소사가 틀어놨기 때문입니다. 새미가 하는 건 누구도 막지 못한다는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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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보이는 건 텍사스레인저스의 홈구장인 알링턴볼파크와 레인저스 클럽하우스입니다.
비싼 돈 주고 간 출장답게 시카고 취재를 마치고는 바로 텍사스로 가서 박찬호의 선발등판 경기를 취재했습니다. 알링턴볼파크는 조지부시가 구단주이던 시절 대대적인 투자로 지어진 곳 답게 현대적인 구장이었습니다. 심지어 외야석 가운데에 분수대가 있고 거기서 야구보던 아이들이 뛰어들어 놀 수 있을 정도였죠.
   클럽 하우스도 보시다시피 현대적이고, 기자석도 쾌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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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라고 뉴스제작이 국내와 다를 건 없습니다. 경기 장면 찍고 경기가 끝난뒤 선수와 감독 인터뷰하고 때로 필요하면 관중석의 열기나 반응도 취재하고 스탠드업(기자가 현장에 있는 모습으로 멘트를 하는 것)을 하는 거죠. 그리곤 1분 20초짜리 기사를 쓰고 인터뷰한 것 중에서 필요한 말을 한 10초 정도씩 골라냅니다. 물론 마지막 편집작업은 하지 않고 영상과 인터뷰내용만 서울로 송출하는 겁니다. 해외출장에선 가장 중요한게 바로 이 송출입니다. 요사이는 영상자체가 디지털로 촬영되고 인터넷망이 발달하다보니 파일로 변환시켜 인터넷으로 업로드하지만 이때까진 위성송출시설을 갖춘 방송국에 찾아가 촬영테입을 걸고 송출해야 했습니다. 해외의 송출국에서 위성으로 전파를 쏘면 그 방송위성이 다시 한국의 KT위성기지국에 쏘고 다시 KT기지국에서 서울의 MBC본사로 마이크로 웨이브로 송출하는 방식이었죠. 중요한 건 미리 방송위성을 관리하는 송출사와 위성송출이 가능한 방송국을 찾아 컨텍하고 예약을 해두는 일이었습니다. 그러고도 또 우리의 카메라와 방송국의 위성송출시설이 호환이 안 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기에 미리 점검도 해야 하고 일이 많았죠.

  그러나 어쨌든 고생스러웠어도 모든게 새로와서 즐거웠던 첫 출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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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00:17 2009/05/1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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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하면 격리?

Inside newsroom 2009/05/07 01:47 주인장
요사이는 줄창 신종 인플루엔자 혹은 인플루엔자 A로 부르는 이 새로운 독감에 치여 살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 기사는 다음과 같았는데 이 기사도 몇가지 우려곡절이 있었죠.
--------------------------------------------------

'신종플루' 美 여성 첫 사망‥멕시코 정상화

◀ANC▶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세계적 감염추세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세계보건기구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첫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전봉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VCR▶

미국 텍사스 보건당국은
멕시코와의 접경지역에 사는
33살의 여교사가
어제 신종 인플루엔자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주 멕시코 아기가
미국으로 건너와 치료를 받던 중
숨진 것과는 달리,
미국 거주자가 처음으로 사망한 겁니다.

◀SYN▶ 스미스 박사/미국 텍사스 보건국
"환자는 만성적인 건강문제를
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종 인플루엔자 외에 사망에)
영향을 줄 만한 다른 요인들도 있습니다."

이 교사는 입원기간 중 아기를 출산했고
숨지기 직전에야 인플루엔자 A형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필리핀에선 오늘 입국한 한국 어린이 3명이
감염 의심증세를 보여
마닐라의 병원에 격리됐습니다.

격리된 한국인은 12살과 8살 남자 어린이와
11살 여자 어린이로, 어학연수를 위해
한국을 출발해 필리핀에 도착했다가
기침을 심하게 해 격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YN▶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
"3명으로 파악이 되는데,
아직 추정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습니다. 보호자들과 지인들과
함께 있는 것 같고..."

이 어린이들의 감염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결과는 오늘밤 늦게 나올 것이라고
우리 외교부는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공식집계 된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는 1516명이고,
닷새간의 휴업을 끝내고
오늘부터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한
멕시코의 사망자는 29명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2차감염의 확산추세를 감안해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경계수준을
최고단계인 6단계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C 뉴스 전봉기입니다.

---------------------------

미국의 첫 사망자야 아침부터 나온 기사였으니 별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오후 3시쯤
DPA통신이 필리핀 당국이 10명의 외국인을 감염여부를 가리기 위해 격리시켰고 그 가운데
한국인 2명이 포함됐다는 기사를 내면서 부터였습니다.

나온 팩트는 단지 한국인 2명이 격리됐다는 것 뿐. 이들이 어떤 증상을 보여서 격리됐고
이들이 교민인지 아니면 한국에서 필리핀에 간 여행객인지 혹 도중에 멕시코를 갔다온 사람은
아닌지 등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검색과 여러번의 국제전화를 통해
겨우 필리핀 한국대사관의 영사와 연결돼 취재를 해 봤지만 영사의 반응은 '그런 일이 있었어요?
저희는 그런게 벌어진 지도 몰랐어요'라는 것.

해서 역시나 훌륭하신 우리의 외교관님들에게 '중요한 사건이니 좀 필리핀 당국과 연락해 보라'고
부탁드린 끝에 알아낸 건 그저 외신에 나온 것과는 달리 3명이고 감염여부는 1,2일 뒤에 나온다는
것 뿐이었죠. 결국 외교부 출입하는 동기기자에게 외교부 영사국을 통해 다시 좀 취재해보라고
부탁해놨죠.

그리고는 3명이 격리됐는데 한국에서 출발했는지 외국에서 출발한 건지는 모른다는 좀 아쉬운
기사를 써야했죠. 그러던 8시 30분 결국은 외교부쪽에서 위 기사와 같이 어학연수를 갔던
어린이들이 격리됐다는 사실을 알려왔죠. 그리곤 5분만에 기사쓰고 다시 고쳐서 읽고 편집도
다시하는 초인적인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어학연수를 간 어린이들이 단지 기침을 많이 했다는 이유로 - 물론 거기에 더 덧붙여지는 건
확증환자가 발생한 한국에서 왔다는 것이 더 붙겠지만요 - 격리됐다는 건 우리에겐
충격적일 수 밖에 없는 사실이었죠. 시간만 충분하다면 미국인 첫 사망자소식은 뒤로 돌리고
이걸 앞에 내세웠을 겁니다. 앞으론 감기 걸린 채로 비행기 탔다간 외국에서 격리되버리는 수도
있다는 것이나 우리에게 신경쓰이는 사건이죠.

위 기사에 대한 댓글 중엔 다음과 같이 저를 질책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필리핀 공항에서 증상을 보였다는 한국 어린이 3명이 국내에서 감기가 걸려서 간 상태였는지
필리핀 현지나 기내에서 옮았는지의 여부가 꽤 중요한 듯한데, 기사에서는 그 점을 짚어주지
않아 궁금증이 채 풀리지 않은 느낌입니다. 우리나라는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환자가 늘었고 멕시코에서는 4명의 사망자가 더 생겼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수치의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듯합니다.

맞는 지적이고 그래서 이 건을 나름대로 계속 취재했던 것이지만 뉴스 시작 30분전에야
겨우 이런 사실을 전달받은 처지에선 불가능한 일이죠.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요. 기자들의 능력과 현실의 한계라는 것도 있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건 앵커멘트였습니다. 뉴스기사의 의미가 나갈 길을 잡는 말그대로
Anchor의 역할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한데요.

원래 제가 쓴 앵커멘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ANC▶
미국에서 신종 인플루엔자로 인한
미국인 첫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필리핀에선 한국인 3명이 감염증세를
보여 격리됐습니다.

전봉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것이 아래와 같이 바뀌어서 방송으로 나갔습니다.

◀ANC▶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세계적 감염추세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세계보건기구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첫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전봉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결국 우리에겐 더 가깝게 와닿는 부분인 어학연수생 격리는 사라져버리고 말았죠. 물론 앵커로선 미국의 첫사망자와 필리핀건을 한 문장씩 쓰는 것보단 앞에 내용인 '미국 첫 사망자'에 집중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년 필리핀에 수만명이 어학연수를 가는 우리 입장에선 감기 걸린채로 어학연수 갔다간 병원에 갇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사건이 더 직접적으로 와 닿을 수 있을 겁니다. 더구나 다른 방송사들은 이 사건을 취재하지 못해 기사가 나가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요...

어쨌건 짧은 리포트하나였지만 나름 몇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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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7 01:47 2009/05/07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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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방송통신심의위에 있는 한 인사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먼저 자신의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고민은 즉슨 현재의 심의규정을 제대로 들이대면 방송3사의 거의 모든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이 불공정하고 편파방송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었죠. 결국 새로 위원회가 만들어진 만큼 의욕적으로 심의를 해야겠는데 어느 선까지 잣대를 들이대야 할 지 고민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분이 얘기한 방송통신심의위의 '방송심의에 대한 규정' 가운데 공정성에 대한 부분은 추상적이고 매우 이상적인 내용입니다.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여야 한다.

바로 이것이죠. 관건은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라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적용하는가(사실은 적용해야 할 것이냐부터 문제지만....)에선 보수적인 학자들과 심의기관들은 사실상 기계적인 균형을 강조합니다.

대한민국 뉴스의 기본틀인 1분 20초짜리 리포트들은 이런 식이죠.
'A는 ~~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취재결과 A의 말엔 이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B도 A에 반대해 **라고 말합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A는 다시 반론을 제기했지만 그래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결국 대립되는 양측의 의견이 나오긴 하되 취재결과 합당한 쪽의 주장이 더 많이 나와서 결론이 있는 완결성 있는 메시지가 되는 겁니다. 이런 보도들이 불공정하다고 본다는 것은 결국 양쪽의견을 똑같은 비중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한쪽 편을 들었다는 점을 문제시하는 것이라고 봐야겠죠. 그렇게 치면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어느 것 하나 안 걸릴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아무튼 방송3사 모두 걸릴 수 밖에 없는 그 심의규정을 가진 심의위에 의해서 지난 한해부터 그리고 며칠전까지 MBC만 계속 걸리고 징계를 받고 있습니다.

  PD수첩의 광우병보도, 그리고 이번에 문제된 방송법보도. 모두 한쪽에 치우친 보도라는 걸 부정하긴 어렵겠죠. 정부의 쇠고기협상이 문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미디어법안이 졸속이라는 것, 다시 말해 결론을 가진 즉 비판적 내용입니다.
   대립되는 사안이므로 양쪽의 주장만 나열하고 결론을 내지 마는 게 '공정성'이냐고 반문하면 학자들은 다시 그렇게 기계적 균형을 맞추라는 건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나 정작 공정성을 따질 땐 다시 양적 균형을 들이댑니다. 정말 답이 없죠. 사실은 공정성의 기준이란 건 계량화 할 수 없고 결국 말 그대로 그 사회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그 정도가 바로 공정성이라는 동어반복밖에 할 수 없을 지 모릅니다.

  BBC의 제작가이드라인을 보면 '적절한 불편부당성원칙'이 나옵니다. 그 내용은 "노사논쟁이나 정치적 논쟁의 보도에서 논쟁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사회안의 주요견해들에 적절한 비중을 두는 것'입니다. 일단 50데 50으로 하라는 건 아니죠. 또 BBC의 다른 규정을 보면 제작진이 특정견해를 취하는 것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다시 밝히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어쨌건 그렇다면 '적절한 비중'이 뭐냐는 문제가 남겠죠. 결국은 주요견해를 다 소개하되 지배적 의견과 소수의견은 구분해야 하고 그 구분에 맞춰 비중을 조정하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역시 실제 제작과정에서 판단해야 하는 주관적인 내용이죠.

  결국 저 개인적으론 이번 방송법보도건 광우병보도건 대립되는 두 의견을 모두 보여주고 그러나 어느쪽이 현재 사회에서 지배적인 의견이고 더 옳다고 판단되는지에 대한 논평을 했다면 불공정하다고 낙인찍긴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번 미디어법파문에서 방송통신심의위의 위원들은 미디어법에 대한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배적의견/소수의견의 판단자체를 막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MBC가 반대논리만 집중적으로 전개했다며 균형을 잃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심의에 안 걸리려면 결론없는 찬반 양론만 보여주는 보도만 해야 한다는 얘기아니야고 비판하면 심의위 쪽은 '다시 그건 아니다, 그러나 적절한 균형을 갖추라는 것이다'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나 그 적절한 균형이 어느정도를 말하는 것이냐고 다시 물으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겠죠.

  장황한 얘기였지만 결국 적절한 균형이란 계량화 할 수 없는 겁니다. 각자의 주관에 따라 적절할 수도 일방적일 수도 있는 것이죠. 그 모범이라는 BBC의 가이드라인도 '적절한 비중'이라는 선언적 말 밖에 할 수 없는 것이고요. 그래서 다른 나라들 대부분이 방송뉴스나 시사보도의 내용을 심의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고 있는 겁니다. 다만 형식적인 부분, 예를 들어 선거보도에서 각 후보자들의 발언은 똑같은 시간으로 보도해야하는 '동등시간원칙'같이 계량화 가능한 것만 심의하는게 원칙이죠.

  보도에 대한 심의라는 건 그 자체가 사실 결코 중립적 행동이 될 수 없는 겁니다. 정치권력의 의지의 영역이라고 봐야겠죠. 불과 몇해전 탄핵사태 당시를 회상해 보시면 더 좋은 예가 될 겁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방송보도를 놓고 불공정했다는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의 비판이 많았죠. 그러나 당시 심의를 담당하던 방송위원회는 탄핵방송보도를 심의해달라는 보수단체의 요구를 각하해 버렸습니다. 심의착수 2달만에 징계결정을 바로 내린 지금의 상황과는 대조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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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8 01:15 2009/03/08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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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냐 운이냐...

Inside newsroom 2009/02/19 00:42 주인장
   스포츠는 사실은 저널리즘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는 부분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방송이나 신문에서 스포츠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죠. 게다가 사람과 사람의 대결이란 어찌보면 사회사의 가장 강렬한 축소판이고, 스포츠기사야말로 각 기자의 문체와 글솜씨가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물론 반면 경기결과라는 나온 사실을 보도하고 정해진 장소에서 기자들을 맞이하는 선수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패턴이라 각 개인의 취재역량은 제한되는 면도 있죠.

  이번에 2580소재로 복싱신인왕전을 택하면서 저도 두가지 상반된 생각을 했죠. 한편으론 글솜씨와 구성의 묘미가 많이 필요하다는 부담감,  그러나 반면 이제까지의 취재와는 달리 인터뷰 섭외 쉽고 취재갈때마다 환영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었죠.
  아니나다를까 스폰서도 제대로 못구해 가까스로 대회를 연 한국권투위원회로부턴 '취재해줘 고맙다'라는 감사인사를 들었고 - 매번 취재하러 나갈때마다 누구를 고발하러 왔냐며 도망가는 인터뷰대상자들을 쫓아가느라 바쁜 저에겐 참으로 감격스런 인사였습니다 - 또 선수와 체육관 관장들도 원하는 대로 찍으라며 전적으로 지원해줬죠.
 
  그러나 어려움은 다른데 있었습니다. 준결승전에 진출한 복서들 가운데 사연되는 선수들을 골라서 취재에 들어간 건 좋았는데 취재들어간지 이틀뒤가 바로 시합이었죠. 결국 취재를 계속하고 기사를 쓰려면 우리가 고른 선수들이 준결승전에서 이겨줘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제가 '패자의 눈물'이 아닌 한...

  워낙 당일의 컨디션에 좌우되는 면이 있는지라 저도 고심했죠. 그래서 헝그리복서 1명, 다른 직업과 프로복서를 병행하는 선수 1명 해서 2명의 사례가 필요했음에도 각기 1명씩의 사례를 더 취재해 4명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헝그리복서로 고른 첫 선수부터 바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권투위원회에서 우세한 선수라는 말을 듣고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정말 다크호스였죠.

  그리고는 직업인 복서 2명의 경기가 연이어 펼쳐졌습니다. 그 한명의 경기가 바로 아래 사진의 '싸움'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쌍용자동차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는 이진용 선수. 오른쪽선수입니다. 사진처럼 정말 피튀기는 혈투였습니다. 1라운드부터 상대 강펀치에 다운당한 이진용. 저는 바로 이선수도 취재수첩에서 지워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2라운드... 시작하자 마자 원투스트레이트로 바로 다시 다운을 뺐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그래서 저도 응원하며 승리를 기원했죠.   역전승이 펼쳐진다면 기사는 그냥 나오는 거였습니다.
  '현실에서 가장 어려움을 맞고 있는 쌍용차의 직원이 권투라는 또다른 도전에선 역전승을 이뤄냈다'는 식으로요. 그러나... 그러나...
   역전은 없었습니다. 이 선수는 혈투끝에 졌습니다.

  그리고 직업인 복서 2번째 선수. 재활용센터에서 일하며 프로로 나선 복서로 자신의 도전과 신인왕이란 목표에 대해 가장 조리있게 잘 말해 준 선수였죠. 그리고 컨디션도 아주 좋아보였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 선수도 졌습니다.

  결국 4명의 취재대상자 중 3명이 진 상황. 남은건 18살의 소년 헝그리 복서 이종길 선수. 챔피언을 꿈꾸지만 다른 선수들처럼 체육특기자로 대학가진 싫다고 몇달간 운동 그만두고 수능봐서 대학간 굳은 의지를 가진 선수였죠. 그리고 무엇보다 기량이 출중해 권투위원회에선 '얘는 문제없으니 편하게 시합보라'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공이 울리자마자 상대선수는 시합을 지배하더군요. 이종길의 펀치는 여유있게 피하고 위기는 클러치로 헤치면서 착실히 펀치를 퍼부어댔습니다. 제 속은 타들어갔고, 머리속에선 갖가지 생각이 맴돌았죠.

  '패자의 눈물로 주제를 바꿔야 하나, 그러면 기사방향은 어떻게... 아니 그래도 기사자체가 되나? 신인왕전은 도전의 의미를 담아야하는데 패자의 처진 어깨가 어떻게 도전자의 패기와 연결되나...'
  그리고 마지막 4회 이종길의 제대로된 반격이 힘겹게 이어졌습니다. 그때 저절로 주먹을 쥐게 됐고 그 주먹을 휘두르며 저도 '때려눕혀'라고 외쳐댔습니다. 옆에선 카메라기자 선배와 오디오맨까지 취재진이 한데 뭉쳐 '이종길 이겨라'를 외치고 외쳤습니다. 정말 2002년 월드컵이후로 저 개인에겐 가장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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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판정결과 발표. 3명의 심판 중 첫심판은 이종길 우세, 다음 심판은 상대선수 우세...
마지막 심판의 발표때 정말 제 맥박이 2배로 빨라졌습니다. 결과는 1점차로 이종길 승리!

  사각의 링도 둥글다는 참으로 인상적인 진리를 느끼며 저는 헝그리복서 이종길에다 비록 패했지만 멋진 경기를 보여준 이진용선수도 주제를 조금 바꿔서 집어넣기로 하고 취재를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정해진 시합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까지 취재한다는 것이 가지는 스릴를 느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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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9 00:42 2009/02/1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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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참여정부가 기자실 폐쇄를 감행하면서 내건 가장 큰 논리는 선진국 어디에도 기자실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진국 공관에 나가있는 외교관들을 총동원해서 해외사례를 조사하게 했고 그결과 선진국은 기자실이 없더라는 거였죠.
  그러나 해외 기자실 사례 조사라는 건 역시 엉터리였죠. 의원내각제라서 부처대신 의회에 기자실이 있는 국가들 - 사실 OECD국가 대부분이 의원내각제입니다 - 모두를 기자실 없는 국가로 쳤고, 미국도 연방정부의 부처들 가운데 기자실이 없는 곳이 많다고 기자실 없는 국가라고 선전했죠. 그러나 미국도 국무부와 국방부엔 기자실이 있었죠.
  가장 가관인 건 일본에 대한 설명으로 일본은 가장 우리와 흡사한 기자실 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바로 '일본은 언론제도에 있어선 후진국이므로 우리가 비교해선 안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일본 대사관 등에서 누가 누구보고 후진국 운운하냐며 비공식적으로 항의를 해서 일본사례는 '비공식적'으로 빠지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몇년전부터 정부가 대중이나 전문가 집단의 반발이 예상되는 정책을 쓸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것이 선진국사례이고, 그러면서 항상 '선진국 어디에도 우리같은 경우는 없으니 빨리 바꿔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바로 지금은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놓고 해외사례 운운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선전이 이뤄지고 있는데 하나는 신문, 방송겸영 부분이고 하나는 공민영방송제도 부분입니다.

  OECD국가 어디에도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하는 국가는 없다라는 주장은 이미 여러군데서 완전 거짓말이라는 것을 밝혀줬으므로 저는 공민영부분에 대해 조금 언급해 볼 까 합니다. 이번에 방송법개정안을 발의한 주역인 정병국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1공영 다민영 즉 공영방송은 단 하나에 나머지는 민영방송인 지상파체계가 세계의 대세이고 공영방송의 민영화가 예외없는 추세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세계적인 추세는 지상파는 공영성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는 대신 뉴미디어시장은 민간주도로 개방과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 방송정책의 주된 골잡니다. 가장 폭넓은 접근성을 가지고 그 나라 언어와 문화의 중심매체인 지상파는 공영위주로 전체 미디어산업의 핵으로 유지하고 점점 시장의 규모의 커지는 위성과 디지털케이블, 그리고 IPTV는 철저히 민간기업의 진입과 그들끼리의 경쟁을 유도하는 겁니다.

  영국의 예를 들까요. 누구나 아는 대표적 공영방송 BBC가 있죠. BBC도 채널이 하나가 아닙니다. BBC1은 중심적인 종합편성채널, BBC2는 성인용 지식채널적 성격을 가미, BBC3는 어린이용 교육채널, BBC4는 예술채널로 운영됩니다. 여기에다 BBC World라는 해외용 채널까지 있죠. BBC하나로도 사실 충분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영국의 공영 지상파 방송은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BBC만으론 충분한 다원성을 확보할 수 없다해서 다른 후발 공영방송들이 탄생햇죠.
  그것은 1982년에 탄생한 Channel 4입니다. 채널4는 BBC와 유일한 민영은 ITV의 양대구도를 깨고 다양한 여론과 방송산업의 혁신을 주기 위해 만든어진 채널로 역시 종합편성채널이고 공적인 소유구조의 공영방송이죠. Independent Broadcasting Authority (IBA)라는 공적기구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재원은 수신료가 아니라 광고등을 판매해서 얻어지는 상업적 재원입니다. MBC 문화방송도 광고를 재원으로 하고 있고 이 때문에 무늬만 공영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그래서 MBC를 공민영방송 아니냐며 '정명'을 찾으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지만... - 사실 세계적으론 상업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지상파 민영방송은 유일하게 ITV와 Channel 5가 있습니다. 그중 BBC의 독점체제를 깨고 생긴 최초의 민영이자 최대민영이 ITV입니다. 그러나 ITV야말로 최시중위원장의 말대로 공영인지 민영인지 알 수 있는 공민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TV는 각 지역방송사들의 연합체로 이들 지역방송사들과 광고대행사들이 분할해서 소유한 형태입니다. 이러다보니 사주가 너무 많아서 특정회사의 지배권이 제한받는 회사죠. 그런데 영국정부는 이것도 모자라서 ITC(Independent Television Commission)라는 독립된 민간방송 규제기구를 두고  ITV가 공공성을 띤 방송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공적책무를 수행하는 민영방송입니다. 방송시간의 상당량을 공적인 프로그램들을 하도록 돼 있죠.

  그런가하면 프랑스도 TF 2, 3, 5 등 절반정도가 공영방송입니다.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지금 대표적인 민영인 TF1도 공영이었지만요. 그리고 역시 우리로선 특이하게도 TF2와 3의 경우도 수신료외에 광고수입이 40퍼센트 정도를 차지합니다.
   
  독일의 경우도 ARD와 ZDF라는 양대 공영방송사가 지상파방송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민영방송들이 10개정도 있지만 이들은 RTL그룹과 Pro7이라는 그룹이 양분해서 가지고 있죠. 그런데 독일의 이 두 공영방송은 독일의 보수당인 기민당에겐 '좌파방송'이라고 계속해서 비난받아왔습니다. 기민당은 공영방송의 비판적인 보도가 자신들의 장기집권에 걸림돌이 된다며 민영화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결국 국민여론 등에 밀려서 민영화시도는 실패했습니다. 여러모로 지금의 우리를 연상케 하지요.

  그외에도 유럽의 많은 국가들을 보면 다공영체제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또 공영방송의 재원이 단순히 수신료 뿐이던 시대도 이미 지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공영방송이 여러개이고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이 존재하는게 이상하고 후진적인 형태는 아니라는 거죠. 다만 그렇게 몰고 가고 싶어하는 정치세력이 있을 뿐이고요.
   
   해외사례라는 항상 쓰던 그 무기를 이젠 정부는 물론이고 조중동 신문들도 공영방송의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번 대선의 결과가 나오던 날 "이제 MBC는 우리 것"이라며 좋아했다는 보수신문 경영진의 행태를 떠올려보면 그 보도들을 신뢰하긴 힘들겁니다. 거짓말을 통해 잘못된 길을 인도하는 이들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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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4 02:31 2009/01/0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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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심리적 거리

Inside newsroom 2008/12/27 00:42 주인장
  보통 1분 30초에 불과한 뉴스 한 꼭지와는 비교도 안되게 무려 15분이상 되는 시사매거진 2580의 꼭지를 만들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역시 아이템 선정이 중요합니다. 분명한 메시지가 있으면서도 얘기가 단순하지 않고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새로운 내용과 무엇보다 영상이 좋아야 하죠. 결국 15분을 끌어갈 완성도를 주면서 동시에 시청률도 어느정도 유지시킬 긴장과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주 제가 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에 관한 방송은 그다지 선호받지는 못하는 아이템입니다. 메시지는 분명하되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그다지 그림도 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실은 2달전부터 우리가 돌려받은 미군기지들의 환경오염정도가 심각하고 정화비용이 예상의 몇배로 늘었다는 문서를 입수했으면서도 방송제작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좀 소프트한 소재의 아이템을 했던 저로서는 이젠 좀 뭔가 무거운 얘기도 하고 싶었고, 그리고 요새 시청률 끌만한 소재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 팀의 분위기에도 뭔가 반감을 느껴서 스스로도 피했던 이 '무덤'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해서 약 2주간의 촬영기간내내 군산과 원주, 서울의 용산을 돌며 '삽질'을 해대고 정말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관료들, 미군당국자들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방송을 만들었습니다.

'돌려받는 기름땅'

  군산의 미공군기지 인근마을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암환자들 비율을 찾아내는 등 현장에서 찾아낸 사실들이 뒷받침되면서 나름대로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덴 성공했습니다. 덕택에 과연 제대로 방송을 만들어 줄 것인가를 반신반의하던 환경단체들로부터 몇년만에 보는 정통 환경고발이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결국 예상한데로 시청률은 제가 이제껏 만든 아이템 중 거의 최악이더군요. 사실 미군이 환경오염 저지르고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들이 다들 인식하고 있는 내용인데다 바로 내 집옆이 미군기지가 아닐진데 그 환경오염이 얼마나 해롭겠냐는 그런 거리감이 한 몫했을 거라 봅니다. 물론 서울 한복판에서 지금도 지하에 깊이 3미터 짜리 기름띠가 흐를 정도로 바로 우리 옆의 문제지만 오염때문에 지금 바로 죽고 다치진 않으니까요.

  그러나 그 오염은 서서히 우리를 갉아먹을 것이고 그 위험을 알았을땐 이미 되돌리기도 어렵지요. (바로 정확히 그런 문제가 우리의 공영방송에 있어서도 일어나고 있지만...)

  시청률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는 주제를 골라서 이 정도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의 자화자찬을 좀 해 봤습니다. 아마도 다음번엔 메시지 보다 재미를 담은 아이템을 찾아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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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7 00:42 2008/12/2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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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여름은 참으로 기억하기 싫은 나날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로 근 한달을 하루 18시간씩 외교부 기자실에 갇혀서 중계차만 탔고(그때의 고생과 뒷이야기는 따로 한번 풀어보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좀 끝나나 싶으니 이젠 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죠.  그나마 북한의 수해로 그것이 10월로 미뤄졌지만 사실은 그때문에 여름이 지나고 9월 한달내내도 정상회담 기획아이템 만드느라 진을 뺐습니다.

  기자들에게 특히 기획은 숙명이면서도 또 고되고 머리를 쥐어짜는 작업입니다. 터지는 사건과 사고를 처리하는 스트레이트에 비해서 감춰진 사실을 찾아내고 또 사실을 가지고 맥락에 맞는 이야기를 엮어내야 합니다. 뭐 그 과정에서 맥락 혹은 더 심하게는 사실을 벗어나는 왜곡도 아주 가끔 일어나기도 해서 더 위험한 작업이죠. 그래서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엔 누가 들어가고, 방북경로는 어찌되고, 북한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등등의 기사를 쏟아냈죠. 심지어 북한에 가져갈 선물은 뭐가 되고 노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상대로 김정일위원장의 부인이 나올까 등등의 한정된 사실을 갖고 추측을 해야 하는 기사도 양산해야 했죠.

  남북정상회담이 임기말에 이렇게 급작스렇게 열리는 상황에 거부감이 강했던 저로선 이런 추측성기사까지 쓰는 문제를 갖고 데스크와 의견충돌도 있었고, 정상회담에 최대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전방위로 애쓰던 정부관료들의 노력을 냉소적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냉소적으로 보건 뭐하건 방송기자에게 남북정상회담은 한달간의 기획과 회담 당일 2박 3일간의 생방송이란 일거리였고, 저는 정말 죽을 둥 살둥 그 거대한 방송이벤트를 온몸으로 치러냈습니다. 이제까지 남북합의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고 가장 다방면의 합의를 한번에 쏟아낸 그 10.4선언의 의의자체는 정말 어떤 선입견 없이 보도했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10.4선언은 오늘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의 의장성명에 실렸다가 바로 삭제되는 참으로 이상한 일을 당했습니다. 그것도 다름아닌 우리 정부에 의해서...
 
관련기사   

  공동성명에 비하면 구속력이 떨어지는 어찌보면 각 나라의 희망사항을 다 담는 잘해보자는 외교적 문서인 의장성명에서조차 10.4선언은 지워져야 할 위험한 것이었다는 것일까요. 그것도 당초에 우리정부가 꼭 넣을 수 있다고 장담하던 금강산 피격사건의 내용을 대신 빼버려야 할 정도로요.

  과연 그렇다면 그 때 작년 10월 4일날 평양에서의 남북정상간의 만남을 지켜보며 대다수 국민들이 가졌던 기대들, 그리고 그 직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다수의 긍정적 여론들은 이제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걸까요. 그리고 그다지 중요하진 않지만  그리고 그 선언의 의미를 열심히 보도했던 저 같은 기자들의 고생도 이젠 다시 평가돼야할 헛고생이 되는 걸까요?

  과거 남북간의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집단이라고 비난하던 남측이 이젠 우리 스스로를 '믿을 수 없는 집단'으로 만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10.4 선언은 남북간의 합의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정상간의 합의였는데 이젠 대놓고 그 합의는 지킬 수 없다고 우리 스스로 대외적으로 확인시켜줘야 했을지도 의문입니다.

  정권이 바꿨다고 그 전 정권의 국제적 합의 - 북한은 민족내부 관계로 봐야하는 측면도 있지만 - 들이 무효가 되는 나라들은 외신뉴스에서 많이 볼 수는 있습니다. 대개 제3세계뉴스란에서지요. 물론 과거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도 전임자인 '클린턴과는 모두 반대로'라는 정책으로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절대 없었지요. 그리고 지금 북미협상들이 보여주듯 클린턴과 반대로 갔던 많은 외교정책들이 다시한번 '정반대'로 바뀌는 수정이 이뤄졌습니다. 쇠고기협상도 그랬지만 적어도 외교나 경제에서는 좀 나은 면은 보이겠지 했던 이명박정부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다시 한번 또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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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5 23:39 2008/07/2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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