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글을 청탁받은 친구가 너무 바쁘다며 저한테 다시 넘겨서 썼던 글입니다. 미디어오늘의 칼럼으로 실린건데 한번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단 제목은 제가 단게 아니라서 조금 과격(?)하군요.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 이게 뉴스인가?"

두 번의 대선에서 닉슨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윌리엄 새파이어는 1973년 뉴욕타임스로 자리를 옮겨 칼럼니스트가 된다. 뉴욕타임스의 논조가 너무 진보적이라고 판단한 사주의 균형 맞추기용 보수논객 채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거캠프인사의 언론인 변신을 기자들이 그냥 받아들일 리 만무했고, 새파이어는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따돌림 당했다. 사직을 고려하던 그의 처지는 그러나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변하게 된다.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

민주당 선거캠프는 물론 기자들까지 도청대상이 된 사실이 폭로되자 새파이어는 자신의 칼럼으로 닉슨을 그야말로 불같이 공격했다. 그가 정파적 이해에서 독립돼 있다는 점을 확인한 기자들은 그제야 그를 동료로 인정했고 그로부터 32년 뒤 은퇴하기까지 새파이어는 미국 보수주의를 대변한 명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이어갔다.

2012년 민간인 사찰이 화두가 된 한국에선 정반대의 새파이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불같은 비판을 택한 새파이어와는 달리 중계기계적 균형이라는 일견 세련된 저널리즘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20내가 몸통이라는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폭로가 있었던 날 이를 다룬 MBC 뉴스데스크 톱리포트를 보자. 기사문의 모든 문장의 주어가 이 전 비서관일 정도로 윗선은 없다는 기자회견문 요지를 낭독하듯 전하고 있다. 심지어 민간인 사찰은 애초부터 없었다거나 야당총재와 공개토론을 하자는 허황된 주장까지 아무 가치판단 없이 그대로 중계했다.

민간인 사찰문건 폭로와 청와대의 반박이후 나타난 보도양상도 중계저널리즘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폭로된 사찰문건의 80%는 참여정부의 것이었다는 청와대의 반박을 대부분의 언론들은 그대로 중계했고 이로 인해 민간인사찰이란 이슈는 현 정권의 명백한 과오에서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는 논란의 영역으로 옮겨가게 됐다. 청와대의 반박회견이 있었던 지난달 31일과 지난 1<KBS뉴스9>을 보자. 청와대회견을 그대로 요약한 톱리포트에 이어 여야의 반응을 엮은 후속리포트가 붙는,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하는 배치가 이틀 연속 이어졌다. 특히 청와대가 참여정부의 것이라고 주장한 ‘80퍼센트 문건의 대부분이 정상적인 감찰자료였다는 점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야당의 주장으로만 짧게 서술되고 만다.

물론 선거전 보도에서도 이 방식은 그대로 이어진다. 여당의 선거유세 보도라며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의 민생탐방이 단독 리포트로 완결성 있게 중계된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그리고 자유선진당 등은 한 리포트로 묶여 종합되곤 한다. 그런가하면 정치경력은 물론 여론조사 지지율도 현격히 차이 나는 문재인 후보와 손수조 후보 간의 선거전이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며 불꽃 튀는 양자 대결로 보도되기도 한다.

비리를 감추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중계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찬반논란으로 물타기하는 것이 결코 객관적 일 리 없다. 이런 중계 혹은 기계적 균형 보도기법이 처음 나왔던 미국에서조차 객관저널리즘이 단순중계나 방송시간의 동등한 제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판정난지 이미 오래됐다. 미국의 저널리즘도 기계적 균형은 현실을 왜곡시킬 뿐이라는 공감대 아래, 대신 보도의 진실성과 취재대상으로부터 독립성을 객관성 판단의 잣대로 삼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가장 큰 존재의의는 시민들이 자치(自治)를 실현할 수 있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래서 선거 보도가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공정언론을 되살리겠다고 떠난 동료들의 빈자리에서 중계와 기계적 균형의 보도를 양산하고 있는 남은 기자들’. 그들에게 정치인에서 언론인으로 거듭난 윌리엄 새파이어의 선택을 눈여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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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0 09:05 2012/04/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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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청와대가 또한번 '노무현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뭐 결론적으로 의도야 뻔하지만 KBS 새노조의 보도의 일부분이 이런 카드사용의 빌미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도 앞으로의 전개는 광우병파동 때 PD수첩의 해석오류 갖고 벌였던 엄청난 '난리'가 다시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런 상황에 대한 명료한 시각을 제공해주는 SBS후배기자의 글 하나를 찾아서 실어봅니다. 물론 제 생각엔 이 후배기자도 너무 조심스럽게 판단을 유보하고 균형론에 기댄 측면이 있긴 합니다. 물론 뭐 이해되는 대목입니다만...


[취재파일]사찰문건 80%는 노무현정권서?..진실은

'문건 80%'의 실체…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사찰?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가 지난달 31일 "공개된 문건의 80%는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사찰"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체 2619건의 문서 파일 중 2200여 건이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사찰 자료이고 현 정부 자료는 400여 건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김종익 씨 사찰 등 2건 외에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범위 안에 있어서 내사 종결됐다는 겁니다.

2619건의 문서 파일이 전부 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자료는 아니라는 게 청와대 입장이고 이는 팩트입니다. 하지만 "공개된 문건의 80%는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사찰"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공개된 문건의 80%는 현 정부 때 작성된 것이 아니다"라는 표현이라면 팩트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김기현 씨가 보관하던 USB 5개에 들어있던 파일들입니다. 각 USB 별로 적게는 3개부터 많게는 수백 개의 파일이 들어있습니다. 이 중 어느 정도가 전 정부 것인지, 어느 정도가 현 정부 것인지 전 정부에서 작성한 자료는 어떤 것이고 현 정부에서 작성한 자료는 어떤 것인지를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5개의 USB에는 어떤 문건이…

편의상 공개된 문건 파일을 USB 폴더 별로 1번부터 5번까지 번호를 붙여 설명하겠습니다.

1번 USB 폴더에는 사찰과 직접 관련된 파일이 없습니다. 총리실 직원들이 사찰 대상을 만나 몰래 녹취를 할 때 쓰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녹음기 사용방법 파일 정도가 눈에 띕니다.

2번 USB 폴더에 핵심 자료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08년~2010년 만들어진 파일들입니다. 민간인 불법사찰로 드러나 형사처벌로 이어진 김종익 KB 한마음 대표 관련 자료,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실적, 하명사건 처리부 목록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업무실적이나 하명사건 처리부는 목록 형태로 돼 있는데 여기에 바로 언론사나 민간인 사찰을 암시하는 제목과 'BH 하명' 또는 'BH 민정 하명'이라는 표기가 돼 있습니다. 남경필 의원과 박찬숙 전 의원에 대한 사찰 자료는 별도 문건으로 돼 있고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목록에 제목과 간략한 개요만 나타나 있습니다.



또 2010년 7월 초에 제작된 PD수첩 대응 문건도 눈에 띕니다. PD수첩 보도 내용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대응 자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2번 폴더에는 기타 공직자 업무 평가나 재산 보고, 희망근로나 4대강 사업 같은 각종 정책 점검, 공기업 관련 비위 자료도 꽤 많이 있는데 이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공직자 평가 자료 가운데 지역이나 인맥(전 정부 인사와 친분) 등을 이유로 폄하하는 내용이 다수 있는 점은 별론으로 하겠습니다.

3번 폴더에는 그랜드코리아레저라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의 비위 첩보 파일 3개가 들어있습니다. 공기업 자회사와 관련된 비위 첩보여서 문제될 것 없어 보입니다.

청와대가 "노무현 정부의 사찰 자료 80%"라고 주장한 문건들은 대부분 4번 USB와 5번 USB에 들어있습니다. 파일 수가 가장 많은 폴더들입니다. '청와대 경찰관리관실 동향 보고' '경찰 간부 복무실태' '경찰 승진 대상자 인사 평가 자료' '제이유사건 관련 재판 자료' '무궁화 클럽 대응방안' 등 대부분 2005년~2007년 경찰청 또는 각 지방청이 자체 생산한 관련 감찰자료, 보도자료, 동향 보고 자료 등입니다. 경찰이 자기 조직 내에서 자기 조직원들을 상대로 평가하고, 동향 파악한 자료입니다.

지난 2007년 1월 현대차 전주공장 동향과 전국공무원노조 투쟁 동향처럼 외부 동향을 살핀 문서도 있지만 이 역시 작성 주체는 경찰입니다. 이런 자료들은 아마도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된 경찰관이 경찰이 작성한 자료를 그대로 들고와 보관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엇이 본질인가…유권자 눈 부릅떠야

청와대에 처음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불법 사찰' 문건이 2619건이라고 공표한 언론노조 KSB 본부, 즉 KBS 새 노조와 이를 그대로 받은 언론, 민주통합당 모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결정타를 날리려했으면 이런 실수가 없도록, 보도가 총선 후가 되더라도 더욱 꼼꼼히 파악했어야 합니다.

당장 KBS 새 노조는 청와대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청와대의 물타기 행각을 비판한다"면서 "문서 작성시기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고, 청와대의 '물타기' 빌미가 된 점을 트위터리안 여러분들께 사과드립니다"고 밝히고 과다 계산한 부분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여기서 어떤 프레임으로 이 사안을 볼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저는 취재 후기를 남기는 것일 뿐 독자 여러분께 어떤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본질이 무엇인지는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파괴력 있는 자료를 입수해 상대방을 비판하면서 전체 문건의 분량을 과다 계산한 것이 문제인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공조직을 통해 민간인과 언론, 기업을 사찰한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둘 다 나쁘다면 최악과 차악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와 작은 사건 하나도 여야 모두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유권자의 판단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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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1 16:17 2012/04/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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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몇년 뒤 이런 제목으로 MBC 기자들의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다룬 논문이 만들어 질 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MBC의 파업에 대한 다른 나라 미디어들의 관심도 커져서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관심의 초점은 '제대로 뉴스데스크'였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3월 2일자에서 '재갈물려진 기자들이 분노해 김재철 사장의 퇴임을 요구했다'며 사장을 실명으로 들어가며 이 파업의 배경을 설명했는가 하면 일본의 대표적인 시민참여 대안방송인 'Ourplanet-TV'도 시민들을 상대로 MBC의 파업에 관한 워크샵을 개최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파업의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특히 주목한 것은 앞서 말했듯 '제대로 뉴스데스크' 등 기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압력때문에 나가지 못한 방송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인터넷에 방송을 올렸다고 설명하면서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평가를 하더군요. 명확히 의미를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외국 저널리스트들의 눈으로 봐도 가장 상위의 매스미디어인 지상파 방송의 기자들이 전파를 버리고 인터넷에 기댄 현상이 기이하겠죠.

제도권 방송의 종사자들이 제대로 방송을 만들 수 없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1인 미디어이자 검열이 불가능한 인터넷을 택한 점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매스미디어가 언제 가장 극심한 폐해를 보이고 생명력을 잃을 수 있으며 그 단점을 인터넷이 어떻게 메워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장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아마도 몇 년 뒤 저널리즘 교과서엔 이 '제대로 뉴스데스크'가 한 챕터로 실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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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3 00:20 2012/03/0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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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차이

Diary 2012/01/29 22:40 주인장
이번 MBC기자들의 제작거부와 뒤이은 파업소식이 처음 전해졌을때 인터넷의 여론은 대부분 이랬습니다.

"너무나 늦었다!", "뉴스는 이미 편파적일대로 편파적이 된지 오래인데 왜 이제 나서냐" 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죠.

내내 숨죽이다가 임기말이 되어서야 겨우 나서는 것이냐는 비판들이었습니다. 사실은 벌써 4번째 파업내지는 제작거부이고 가장 마지막 싸움이후 겨우 1년 8개월이 지났을 뿐인데다 거의 매년 노조원이 징계당하는 싸움을 하고 있는 유일한 언론사지만 어쨌든 많은 이들이 보기엔 명백한 불의앞에 너무 늦게 나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회사안에선 이 늦은 싸움에 대해 늦게 나섰다는 미안한 마음뿐일까요. 아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밖에서 보는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다릅니다.

제작거부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기자회장은 회사내의 다른 부문들 즉 시사교양, 드라마, 라디오, 기술, 경영, 영상미술 등등의 대표들과 만났습니다. 제작거부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면 많은 대표들이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을까요? 물론 지지하고 돕겠다는 의견이 많긴했죠. 그러나...

도대체 편파보도가 있긴 뭐가 있었나? 예를 들어보라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시각을 대부분은 어이없다고 보시겠지만 한번 이 분들의 생각으로 한번 이번 사안을 봐 볼까요?

첫째 편파와 왜곡이 있었다고 하지만 기자가 만든 프로그램이나 리포트를 사장이나 보도본부장이 직접 빼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냐는 것입니다. 기자회나 노조는 대부분 기사가 이상하게 고쳐졌다느기 해야될 리포트의 제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데스크의 기사데스킹이나 편집회의의 기사선택에서 이뤄진 일로서 정상적인 제작과정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명백한 편파나 왜곡은 없었다는 것이죠.

더러 피디수첩 같은 경우 제작중이던 아이템이 취소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것도 제작중인 것이었지 완성된 것을 뺀 것은 아니며 더우기 그건 기자부문의 일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작년 같은 경우 MBC는 경쟁사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대규모 흑자를 봤으니 사장은 오히려 업적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이런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제작거부에 나선 기자회가 뭔가 정치적 편파성에 빠져서 돌출행동을 하는 집단으로 보이게 됩니다.

제가 이런 상황을 설명한 이유는 짐작하시겠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고 싸움은 복잡하고 힘들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 입니다. "끝까지 싸우자, 뻔히 보이는 현실에 왜 비겁하게 눈 감지 말자"라고 다들 얘기하지만 현실은 뻔히 보이지도 않고 단 하나의 사실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시각 , 더구나 약자의 편을 택해 싸우는 것은 힘들고 지난한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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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22:40 2012/01/2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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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제작거부

분류없음 2012/01/25 23:15 주인장
아시는 분은 알고 모르는 분은 모르겠지만 오늘부터 MBC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갔습니다.

재작년 4월 끝난 파업이후 또한번 마이크와 카메라를 놓은 겁니다. 그동안 2번의 파업과 한번의 제작거부가 이미 있었고 이번이 4번째인 것 같습니다. 그외 시한부 파업도 있었기에 정확히 세기도 어렵네요. 뉴스가 망가진 것에 비해 기자들이 너무 늦게 나섰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대학동아리도 아니고 엄연히 위계와 징벌(해고를 포함한)권을 가진 회사조직의 말단원이자 한 가정의 가장들이 거의 매년 파업을 벌인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적어도 대한민국 언론 중에선 유일한 회사이죠.

더구나 가장 힘든 것은 싸움의 대상은 너무나 보편적이고 우리 사회 전체의 이슈인 뉴스의 공정성에 대한 것이지만 실제 싸움은 기자들과 회사조직간에 벌어진다는 겁니다. 임금 등 노동조건에 대한 싸움이라면 노동법의 보호아래 일정 틀 내에서 싸우고 그에 대한 적절한 한도의 책임을 지면 됩니다. 그러나 이 싸움은 그런 법적 보호는 없고 대신 정치적 파업이라는 점때문에 더 강한 처벌만이 있습니다.

결국 이 싸움을 이기기 위해선 여론의 힘이 필요하지만 정작 '늦게 나섰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만큼 실제 지원이 이어지진 못합니다. 한마디로 MBC사장이 제작거부나 파업 주동자들을 자르고 참가자를 처벌하는 것을 망설이게 할 만큼의 여론의 압력은 있기가 힘들다는 것이죠. 바로 지금도 많은 네티즌들이 모이는 인터넷 게시판에선 MBC기자들의 제작거부는 관심사가 아니며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도 오르지 않습니다. 야당들도 관심은 총선에 가있지 MBC의 파업에 신경쓸 여력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 얼마간의 시일이 지나면 기자들은 제작거부를 중단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경영진은 즉각 제작거부 주동자와 참가자를 처벌합니다. 그리고 더 무력해진 기자들을 몰아쳐 총선과 대선보도는 더 자신들 입맛에 맞게 보도하겠죠. 그러면 기자들은 다시 여론의 몰매를 맞고 더 움츠려들고 다음은 싸우기도 어려워집니다...

이런 예상은 너무나 비관적이고 조금 세게 나가본 제 관측입니다. 꼭 이렇게 되리라고는 보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 가능성은 높습니다. 실제 제 동료들 중 많은 이들은 이런 생각으로 이번 제작거부는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혹자들은 이것을 냉소주의 혹은 패배주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확실한 건 좋은 변화는 쉽지 않고 많은 이들의 공통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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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23:15 2012/01/2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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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중학교 교사가 라디오방송과  '나꼼수' 등에 나왔던 이승만 대통령 관련 표현을 인용해 시험문제를 출제한 것이 모 언론의 문제제기로 논란이 됐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문항들이었는데 학생들이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답하기도 했던 것을 트위터에 올렸고 이것을 모 언론기자가 보고 문제삼는 기사를 쓴 것이죠.

  그런데 이 언론사의 문제제기 기사를 우리 메인뉴스에서 그대로 받아서 뉴스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언론사 관행상으로는 참 이례적인 일이라고 봐야하는데 게다가 특이하게도 기자가 원래 작성한 기사와 데스크가 고쳐서 방송에 나간 기사가 참 많이도 달라졌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여러분도 한번 보시면 일선기자와 취재지시를 내린 데스크간의 견해차가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렇게 기자의 원 작성본과 데스크 출고본이 크게 변할 수 있는 기사들은 어떤 종류의 기사들인지 대강의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기자가 작성한 송고본 >
    ◀ANC▶

 전, 현직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담긴 지문이
한 중학교 시험에 인용됐는데,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손병산 기자입니다.

◀VCR▶

 경기도의 한 중학교.

 이 학교의 한 국사 교사가 낸 시험 문제입니다.

A는 교회 장로입니다,
A는 대표적인 친미주의자입니다 등
8가지 설명에 해당하는 대통령이 누군지 묻는 내용.
답은 이승만 전 대통령입니다. //

 지문은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멘트를 인용한 것.

 출제 교사는 '일부 학생이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답을 적었다'며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언론이 '황당한 시험'이라며 교사의 자질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인용한 지문과 트위터 내용이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해
적절치 않다는 것.

 학교 측은 교사에게 큰 부담이 되자 조심스러운 반응입니다.

◀SYN▶ 학교 관계자
"??은 선생님이 또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나이가 든 사람들이 생각할 때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해당 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협의해 출제했으며,
국정 교과서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자료 등에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SYN▶ 교사
"이승만 대통령이 북진 통일론을 내세우며 반공정책을 추진했다거나,
장기 집권을 위해서 헌법 개정을 통과시키고 관권을 동원해 부정 선거를 저질렀다"

 학교 측은 해당 교사에서 '조심하면 좋겠다'고 조언은 했지만,
'징계를 내릴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손병산입니다.

◀END▶


이 기사는 아래와 같이 바뀌서 방송에 나갔습니다.

◀ANC▶

 한 중학교에서 치러진 국사시험에서 전, 현직 대통령을 비꼬는
라디오 방송 내용을 그대로 예문으로 실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손병산 기자입니다.

◀VCR▶

 지난 13일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치러진 국사 시험 문젭니다.

 교회 장로다,대표적인 친미주의자다,북한을 자극해
도발한 의혹이 있다는 등 8가지 예문이 있고,

 이에 해당하는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었고,
정답은 이승만 전 대통령입니다.

 이 문제를 낸 교사는 32살 이모씨.

 해당 교사는 국정교과서에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말합니다.

◀INT▶ 이 모 교사
"북진 통일론을 내세우며 반공정책을 추진했다 이런거나
장기 집권을 위해 헌법 개정을 통과시키고 관권을 동원해.."

 그런데 이 교사가 이 시험문제를 트위터에 공개하면서
"답을 이명박이라고 쓴 학생도 있네요"라고
게재하면서 비아냥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시험문제는 지난 2009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시사평론가가 언급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

 이 때문에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방송내용을
학교 시험문제로 출제한 게 적절했는지에 대한 공방도 불거졌습니다.

◀INT▶ 양정호 교수 / 성균관대 교육학과
"아직 성숙한 학생들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는 신중할 필요가 있어요"

 교과서에 이어 시험문항 편향문제까지 가세하면서
공교육 현장에서의 역사교육 방식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손병산입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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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6 21:49 2011/12/1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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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 기사가 토, 일요일 이틀간이나 큐시트(방송에 나갈 뉴스아이템 배열표)에 잡혀있다가 뉴스 진행중 빠지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국법원이 다스의 김경준에 대한 고소취하를 용인해 결국 BBK사건의 법적쟁송이 끝나고 의혹이 묻히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사실은 의혹이 묻히기보다는 풀리지 않고 묻어가게 됐다는 뉘앙스지만요.

이 정도 기사가 방송에 나가지 못하고 빠져야할 그런 내용인지 저로선 이해가 안 갑니다만 우리 회사 편집부와 수뇌부의 생각은 그러했다는 거겠죠.

아무튼 밀리고 밀려서 아침뉴스에 나간 기사가 바로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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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미국서도 덮인다‥美법원 다스소송 취하 승인

방송보기

◀ANC▶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명의로 되어 있는 다스와 BBK 전 대표 김경준 씨와의 미국 법정 다툼이 석연치 않게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윤도한 특파원입니다.

◀VCR▶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씨와 처남 고 김재정 씨가 공동대표로 있던 주식회사 다스는 BBK 투자자문 전 대표 김경준 씨에게 투자금 140억 원을 돌려달라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다스는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했습니다.

그런데 소송에서 이긴 김경준씨 측이 지난 4월 갑자기 자신의 스위스 은행 계좌에서 140억 원을 빼내 다스에 보냈습니다.

스위스 계좌 인출을 금지한 법원 명령을 어기고 돈을 보낸겁니다.

연방법원은 둘 사이에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140억원을 돌려받은 다스는 소송을 취하했지만 법원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17일 연방법원이 다스의 소송 취하를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의 자진입국과 검찰의 기소유예 결정, 그리고 김경준 씨와 다스의 송금과 소송 취하는 한편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미국 연방 법원의 결정으로 BBK 와 다스 의혹은 더 이상 미국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수 없게 됐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MBC뉴스 윤도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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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5 14:31 2011/12/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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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누가 쓴 것일까요?

"저널리스트들은 확실하게 허위인 주장을 다루는데 매우 서툴다. 저널리스트들은 그들의 성향과 배워온 방식때문에 항상 어떤 이슈에서 양면을 다 보려고 하고 주요 정치인들이 공약을 내걸면서 명백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도 파악하지 못한다. 만약 대통령이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라고 말한다면 다음날 뉴스 헤드라인은 아마도 "지구의 형태, 충돌하는 견해들"이라고 인쇄돼 나올 것이다. 물론 이건 농담이지만..."

대통령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말해도 기자들은 그게 거짓말이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지구의 모양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양시양비론을 펼칠 것이라는 이 사람의 말은 그냥 농담이라기에 조금 뼈가 있습니다.

위의 글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금융위기를 예견하고 분석한 것으로 유명한 폴 크루그먼의 'The Great Unravelling'의 한 구절입니다. 위의 글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도 궁금할 텐데 2000년대 초 911직후 미국사회에 불어닥친 극우주의의 광풍과 당시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에 대한 비판입니다. 크루그먼이 보기에 테러를 줄이기는 커녕 더 늘린 이라크전쟁, 그리고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감행한 감세, 그리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정치 관여, 이 세가지는 프랑스 혁명기 로베스피에르 저리가라의 극단주의였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이런 극단주의가 휩쓰는데도 언론은 "전쟁, 감세에 대해 이런 비판도 있고 이런 지지도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보도하는데 그쳤고 심지어 설마 '정부가 그렇게까지 정책을 펴겠어?'하면서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크루그먼의 분석이 무척이나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습니까? 종편이라는 선물때문에 비판력을 상실한 보수일간지들은 차지하고라도 방송통신심의위의 '균형론' 잣대때문에 많은 보도가 "이런 견해도 있고 저런 견해도 있습니다"에 매몰되고 말았던 우리 현실 말입니다.

바로 지금 현재의 현안들에 국한해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4대강이나 쇠고기협상, 그리고 부자감세 등 많은 정책에 있어 우리 기자들은 이렇게 명백히 틀린 것을 틀리다고 하지 못했고 그리고 "설마 정부가 그렇게 까지 하겠나"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부시행정부가 불러온 미국경제의 몰락을 크루그먼이 한탄하는 것처럼 우리도 몇년 뒤 MB정부의 유산을 뒤치다꺼리하면서 이런 한탄을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때는 한탄하기보다는 종편에서 틀어주는 쇼와 막장드라마를 보면서 현실을 잊고 지낼 가능성도 크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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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9 22:47 2011/11/0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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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그늘속 그나마 위안...

Diary 2011/11/01 15:57 주인장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유럽위기의 재림으로 몇푼이라도 벌겠다고 했던 주식투자에서 낭패를 봤습니다. 물론 그 액수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제까지 재테크에선 거의 똥손이었기에 이번에도 역시...하는 낭패감은 있었죠. 기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의외로 이런쪽에선 소질이 특히나 저는 더 심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렇게 낭패감 속에 매일 아침마다 세계증시 리포트를 뉴스에 배열하면서도 애써 제 한국증시나 제 투자종목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그 액수 적은 투자종목 중 특히나 가장 액수가 작았던 회사의 주가가 요 며칠 상한을 치더군요. 뭐 그래봤자 이제 겨우 원금 회복 정도인 듯 한데 그래도 이게 웬 일이야 하면서 그 회사 홈피를 들어가봤습니다. 그랬더니 거래소에서도 이 이상한 급등에 대해 공시를 요청했었고 회사는 이렇게 답했더군요.

"태국의 홍수로 경쟁사들이 침수돼 우리 회사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어 주가가 뛴 것으로 보임..."

재밌는 일입니다. 허나 제 나머지 종목들은 그야말로 물속에 잠긴 형국입니다. 콘트라티예프 파동의 다음 곡선쯤에서나 원금회복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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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1 15:57 2011/11/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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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안에 대해 비슷한 취재내용으로 같은 사실을 담아 기사를 쓴다고 해도 실제 나오는 기사는 상당히 달라집니다. 흔히 의미왜곡을 생각하기 쉽지만 왜곡이나 오류r 아니면서, 객관 저널리즘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즉 기자전문직의 최소의 요구사항을 지키면서도 의미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왜곡이 아니라 일종의 의미의 선택이라고 할까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사작성 기간 동안 느낀 이러한 의미의 변화의 요인 내지 기법(?)은 대표적으로 두가지가 있습니다.

1. 행위주체를 사라지게 하기

2. 사실의 누락 또는 배열의 변화


먼저 첫번째로 '행위주체를 사라지게 하기'를 볼까요.

어제 MBC의 아침뉴스인 뉴스투데이 7시대에 나온 단신 기사입니다.

 서울시 빚 5년새 3배 증가‥1인당 3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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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임기 5년 동안 서울시의 채무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시 채무액은 3조8천177억원으로 2005년의 1조 933억원에 비해 약 3.5배로 불어났고, 시민 1인당 채무액은 37만원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지방채를 대거 발행하는 등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사가 5시간 뒤 낮 12시 뉴스에선 어떻게 바뀌서 나갔을까요?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시 빚 5년새 3배 증가…1인당 3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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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 채무액은 3조8천억원으로 2005년 1조9백억원보다 3배 넘게 증가했고, 시민 1인당 채무액은 37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평균 채무액이 1조9천억원인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보다 2배 가까운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시는 불어난 채무 대부분이 사회간접자본과 일자리 창출에 쓰였고,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두번째기사는 앞기사와 확실히 달라진 게 있지요. 바로 오세훈시장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이 기사는 원래 연합뉴스가 작성해 각 언론사에 제공한 기사원문을 방송용으로 재가공한 것입니다. 방송뉴스는 대부분 기자가 직접 취재해 작성하고 읽고 그림을 넣은 리포트기사가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스트레이트 위주의 짧은 단신도 많고 단신은 연합뉴스 등 통신사가 작성한 기사를 짧게 정리해 내는 것이 자주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연합뉴스에tjs 오세훈 시장의 임기 5년간 서울시의 빚증가정도를 주제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두번째 기사에서 그냥 '지난 2005년'이후로 말하고 있지만 이 2005년의 의미는 오시장의 임기시작점인 것입니다.

또 그러다보니 7시대 기사에선 영상도 오세훈시장이 나왔지만 12시 기사에선 그냥 서울시 전경이 나오고 맙니다. 작지만 확실히 큰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제 두번째, 기사의 재료가 되는 사실들, 기자들의 흔한 용어로 '팩트'를 이용한 변화를 살펴볼까요.

아래는 지난 9일 아침뉴스인 뉴스투데이에 나온 기사문입니다.

삼성카드, 80만건 고객정보 유출‥본사 압수수색

◀ANC▶

삼성카드사에서 유출된 고객정보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8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출됐으면 어디인가로 다 넘어갔을 텐데요.
000 기자가 보도합니다.

◀VCR▶

삼성카드에서 유출된 고객정보는 수만 건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정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카드 내부직원의 입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경찰 수사에 앞서 자체 감사를 받아온 박씨는 삼성카드 측에 80만명의 고객 신상정보를 유출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개월동안 매달 4만명의 고객 정보를 밖으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장기간 고객 정보가 새나갔는데도 눈치조차 채지 못 했던 삼성 카드 측은 뒤늦게 보안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INT▶ 임노원 홍보팀장/삼성카드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력을 최소화하고 또한 고객 정보를 활용하는 사람들을 실시간 모니터링을 해서"

한편 경찰은 어제 오전 삼성카드 본사와 직원 박 씨의 집에 대해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10명의 수사관이 투입돼 박씨의 노트북과 데스크탑 컴퓨터의 파일, 그리고 관련 서류들을 확보했습니다.

◀INT▶ 이용욱 수사과장/서울 남대문경찰서
"현재 수사는 개인 정보 유출이 얼마나 됐는가에 중점을 맞추고 객관적인 증거수집에 좀더 많은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고객정보가 어디로 넘어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필요하면 박 씨의 계좌를 추적해 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할 계획입니다.


다음은 위의 기사를 토대로 재작성된 기사로 역시 낮뉴스용으로 작성됐으나 실제 방송에 나가지 못한 기사입니다.

◀ANC▶
삼성카드사에서 유출된 고객 정보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8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어제 삼성카드와
정보 유출 직원의 집을 압수수색했습니다.

◀VCR▶


삼성카드에서 유출된 고객정보는 수만 건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정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카드 내부직원 박 모씨는 경찰 수사에 앞선 회사측 자체 감사에서 고객 80만 명의 정보를 유출했다고 시인했습니다.

결국 삼성카드는 이같은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어제까지 외부에 감춰온 것입니다.

박 씨는 지난 20개월동안 매달 4만명의 고객 정보를 밖으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출된 정보엔 당초 알려진 고객 이름과 휴대전호 뿐만이 아니라,주민번호와 직장명까지
포함됐습니다.

한편 경찰은 어제 오전 삼성카드 본사와 직원 박 씨의 집에 대해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해
박 씨의 노트북과 데스크탑 컴퓨터의 파일, 그리고 관련 서류들을 확보했습니다.

◀INT▶이용욱 수사과장
"현재 수사는 개인 정보 유출이 얼마나 됐는가에 중점을 맞추고 객관적인 증거수집에 좀더 많은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고객정보가 어디로 넘어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아,경찰은 박 씨의 계좌를 추적해
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할 계획입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어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습니다/

◀END▶


일견 비슷한 내용으로 전개되는 듯 싶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삼성카드가 개인정보의 유출여부를 미리 알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다릅니다.

첫번째 기사는 삼성카드측은 유출을 알지 못했다가 뒤늦게 보안에 비상을 걸었다고 설명하고 있고 두번째 기사는 알고도 어제까지 감춰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자체감사를 통해 이 정보유출을 파악하고도 회사측은 이를 밝히지 않아왓다는 것이 경찰수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입니다. 첫번째 기사는 이 중요한 내용을 누락하고 있습니다. 사실 누락이 아니라 왜곡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기자가 일부러 사실을 왜곡했다기 보다는 경찰의 수사내용을 좀더 충실히 취재하지 않아 이 사실을 빠뜨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빠트림'으로 인해 기사에 나타난 삼성카드의 잘못의 정도는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팩트의 누락은 사실 흔히 벌어지는 일인데, 또 하나 요새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지난 8일 보도됐던 곽교육감 관련 기사에서도 보여집니다.

그날 박명기 교수는 자신이 받은 돈은 후보사퇴의 대가가 아니며 검찰진술에서도 대가성을 부인했지만 검찰이나 언론에선 자신이 대가를 인정했다고 보도가 나가고 있다고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팩트는 어떤 언론에선 매우 크게 다뤄지고 어떤 언론기사에선 누락됐습니다. 그날 KBS와 MBC의 밤 9시 메인뉴스가 이 바로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박교수의 이 말이 곽교육감의 혐의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고 그동안의 언론보도와 다르므로 다뤄야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반면 피의자는 항상 자신의 혐의를 반박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박교수도 자신의 혐의를 가볍게 하기 위해 당연히 대가성을 부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법판례상 법원은 당사자가 대가성을 부인해도 당시 정황을 보고 대가성을 판단하므로 박교수측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 다룰 필요가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이런 팩트의 넣고 안 넣고의 차이가 기사를 매우 '달라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매일 쏟아지는 수천개의 기사문들, 그속에서 드러난 '주체'와 '사실'보다는 사라진 부분을 발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의미의 발견인 경우가 많습니다. 드러난 것보다는 없는 부분을 찾는 것이 바로  기사읽기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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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4 21:44 2011/09/1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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