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예정이던 기초연금의 정부 최종안 발표가 9월 초순이 지나도록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추석연휴가 끝나야 즉 9월말내지 10월이 돼서야 나올 것이란 말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어차피 노인 모두에 1인당 20만원씩 주기로 한 원래 대선공약과는 전혀 동떨어진 안이 나올 것이라 추석연휴에 다같이 모여 불만을 토로하는 대상이 되게는 하지 않겠다는 추석민심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특이한 건 언론입니다. 이정부 안에서만 수십조가 들어갈 복지공약인데 이렇게 미뤄지는데 대해 어떤 문제제기도 없습니다. 의아해보이죠? 역시 언론의 극에 달한 눈치보기 때문일까요? 물론 그런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슈가 이제는 이슈가 아닌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만 해도 기초연금의 공약후퇴라는 주제로 이미 리포트를 했습니다. 기초연금안을 다루는 정부와 각계전문가들의 자문위원회 안이 나올 때였죠. 주제는 ‘아직 최종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논의된 것으로는 공약후퇴에 가깝다’라는 것이었죠. 지금 기사를 써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나마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정도로는 새소식으로 주제잡아 보도하긴 어렵고 편집부의 아이템 선별에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기초연금안의 이제까지 진행과정을 볼까요? 연초 대통령 인수위안, 자문위원회의 5,6차에 걸친 회의, 그리고 이제 정부최종안으로 이어져옵니다. 언론들이 그때마다 보도하기엔 너무 비슷한 얘기가 계속 흘러가는 것이죠. 그리 즐겁지도 않은 소식 새롭지도 않은데 뉴스에 들어가기 어려운 겁니다. 물론 큰 사업인 만큼 여론수렴과 입안과정이 긴 것이라 하겠지만 이제까지 최종안이 아니란 점에서 중간과정에서 언론은 제대로 비판하기 어려웠고 이제 최종안이 나와도 “전에 한 얘기 아냐?”하는 의문속에 큰 뉴스로 보도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슈를 한번에 내보내지 않고 잘게 쪼개는 일종의 ‘살라미전술’의 효과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주요공약이었던 4대 중증 보장안을 볼까요? 지난 6월 복지부는 4대 중증 보장안을 발표했습니다. 초음파검사부터 시작해 항암제, 로봇수술 등을 전부 내지는 지금보다 자기부담율이 훨씬 높지만 일부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선별급여’로 모두 보장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보험의 영역안에 모두 넣는다는 의미고 너무 고가의 치료는 ‘선별급여’로 환자부담이 큰 약한 성격의 보험영역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100퍼센트 보장이라 보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실제 환자들 부담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급병실비, 선택진료, 간병비는 연말에 대책을 내놓기로 하고 제외했습니다. 결국 6월 대책만으로는 보장성이 확대되는 건 채 10퍼센트가 안됩니다. 그런데 이렇기 때문에 껍데기뿐인 안 이라고 비판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어렵습니다.
일단 비용비중이 큰 간병비 등은 어차피 연말에 대책이 나오니 그때까지 기다려봐야지 지금부터 비판대상은 아닙니다. 그리고 환자부담이 큰 약한 보험적용인 ‘선별급여’도 어차피 보험의 영역안에 고가치료도 집어넣겠다는 것이나 ‘보장성 확대’라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연말이 돼서 추가 계획이 나왔을 때 그게 미흡하다고 비판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올까요? “6달전 6월에 4대중증 보장성확대방안을 보도해드렸죠, 근데 그 때 사실은 비중이 큰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은 제외됐었는데 이번에 그 부분을 다룬 보장대책이 나왔는데...”라는 장황한 설명을 하고 나야 실제 추가대책의 허실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래서는 신문은 몰라도 방송기사라도 결격사유가 큽니다. 1분 20초 리포트하는데 앞에 ‘연혁’설명에 30초는 잡아먹어야해서는 리포트자체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슈의 핵심을 뒤로 미룬 덕에 언론의 날센 비판의 칼이 무뎌지는 겁니다. 별거 아닌 듯 싶지만 만약 이 모든 것이 의도적으로 고려된 것이라면 정치공학적으로는 무척 정교한 미세조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의 투박하고 효과 없는 언론정책들과 비교해보면 더욱더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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