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회담은 항상 이랬습니다. 타결전까지 항상 의견이 충돌해 난항을 겪다가 입장이 접근하면 그 순간부턴 역시 쉽지 않은 막판조율입니다.

사실 2년넘게 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본 남북회담이 제 회담취재의 대부분이었던 게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남북대화는 항상 양측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합의문을 서로 들고 옵니다. 서로 다른 합의문 두개가 존재하는데 그걸 하나로 합치려고 하니 당연히 서로 부딪치고 합의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서로가 주장하는 바가 회담과정에서 튀어나오게 되고 그걸 양쪽에 대비시키면 바로 기사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문법이 다르더군요. 일단 가장 다른 건 '예비'합의문이 하나라는 겁니다. 의장국이 합의문 원안을 만들어 각국에 돌리는 과정이므로 사실 남북회담 같은 선명한 양진영의 충돌은 있을 수 없죠. 결국 난항처럼 보이는 것도 대부분은 합의문의 첨삭정도일 수 있는 겁니다. 특히나 이런 회담은 이미 예정된 것인만큼 조정과정은 이미 회의시작전에 끝났을 가능성도 큽니다.

이번도 그랬습니다. 회의과정에서 과거 G7의 재무장관들끼리 따로 회합을 갖고, 중국 인민은행장은 우리측과의 약속을 깼지만 사실은 이게 합의문 자체를 흔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종의 언론플레이였고 세부조정일 뿐이었죠.

이틀간의 회의에서 첫날까진 저는 이런 외부적인 모습에 큰 주안점을 둬서 '난항'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썼습니다. 일부 외신에서도 그런 기사를 쓰기도 했고요. 물론 환율전쟁의 휴전을 합의하는 공동성명 초안이 블룸버그통신 등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지만 저는 그 초안을 놓고 의견차이가 많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죠. 그러나 실은....

이미 한달전부터 이 원안은 충분히 회람됐고 의견조정도 사실상 거의 끝났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세계경제의 수장들이 모이는 이미 예정된 고급스런 회담인데다 환율과 관련한 충돌열기를 진정시킨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낼 필요에 모두 공감한 상태였던 겁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합의안은 의장국인 우리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의장국의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했다는 건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특히 미국 재무장관이 각국에 제시했던 '경상수지 목표제'도 사실은 우리가 만든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런데 합의가 만들어진 과정을 평가하는 것을 마치면 결국 이젠 결과 즉 그 합의가 각국에 미친 영향을 봐야할 텐데... 아무래도 이번 합의에서 가장 덕본 것은 미국입니다. 신흥국이 가장 경계하던 '환율을 시장에 맡기자'는 선언이 합의됐으니까요. 사실 시장은 강자에 의해 지배되는 '자유방임'의 영역이고 결국 다시말하면 신흥국 정부의 외환개입을 자제하게 하는 근거가 됩니다. 미국으로선 최선의 결과를 얻은 것이죠.

반대진영의 최선봉에 있던 중국도 IMF지분확대를 얻어냈으니 그리 손해본 건 없습니다.

반면 IMF이사회 자리를 2개나 양보한 유럽은 손해를 봣죠. 그리고 수출대국이자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한 상황인 일본은 양쪽에서 손발이 묶였고요.

결국 따지고 보면 우리의 합의안은 절대강자인 미국의 입맛에 아주 잘 맞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이게 우연일지. 혹 한미간의 교감은 없었던 것인지, 또  절대강자인 미국의 노선에 맞는 합의안을 들고나왔기 때문에 결국 중재과정에서 큰 난항을 겪지 않고 합의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조금 들여다 볼 필요는 있겠지요. 물론 누구도 쉽게 파악하긴 어려운 내용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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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9 16:57 2010/10/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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